합천 댐이 건설되기 전의 우리  마을 앞  강에는 징검다리가 놓여 있었다. 
이 징검다리는 내가 어릴 때 동네에서 가장 나이가 많으시고 학식과 덕망이 높으신 어르신께 물어 보았을 때 “야 이놈아 저 다리는 아주 오래 전부터 신농 할배가 놓아 준거 아이가? 니는 아죽도 몰랐나?” 하셨으니 지금 가만히 생각해 보면 당시만 해도 영농사회이던 점을 감안해 보면 이 징검다리는  中國 고대사회에서 말하는  농사의 신이 놓았다고 하니  엄청 오래 전부터 놓여 있었던가 보다.
나의 어릴 때의 기억으로는, 여름에는 돌다리로 된 이 징검다리를 이용하거나 그냥 물을 건너기도 하였고, 홍수가 나면 그냥 어른들의 팔에 붙들려서 건너기 일수였으며, 겨울에도  동네 어른들이 모두 참석하여 만든 다리, 즉 ‘배다리’라고 하는 간이 교량이 물을 건너는 수단이었는데 사연은 잘 모르지만 어느해 겨울에는 이 돌다리 즉, 징검다리를 사용하기도 했으니 아마 마을에 평범하지 않은 일이 있을 때 즉 대체로 凶事(흉사)가 있을 때 였을 거란 기억이 있지만 오늘의 주제는 징검다리의 역사가 아니고 징검다리가 나에게 아니 우리에게 던져준 뜻을 이야기 하기로 한다.
그저 개천을 가로질러 돌덩이 몇 개가 놓여 있을 뿐인데, 우리들에게는 꼭 필요한 다리가 되어 있었고 그나마 일부로 놓지 않은 자연스레 있는 큰 바위의 부리 부분도 징검다리의 일 부분으로 대체하여, 있던 정말로 인위적인 일직선 모양의 시멘트 다리(교량)보다 구불구불하던 그 징검다리는 정겹기가 대단하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초등학교를 다니던 필자는, 이 다리로 강의 가운데 부분이나 도착하여 준비해온 온갖 제물을 평편하지도 않은 어떤 큰 돌 앞에 차려놓고 얼마나 잘못 한 것이 많은지 계속 두손을 싹싹 비비면서 빌고 있던 어머님, 그즈음 보기 드문 깨끗하고 빛이 나던 흰옷을 입으셨던 어머님의 모습을 기억한다.  너무나 추워 나의 참을성(인내)이 마지막에 도달할 즈음에 어머님의 빌기가 끝이 나고 “셋째야 춥제. 이리와 먹어라” 하시면서 주시던 맛나던 음식을 잊을 수 가 없다. 모두가 얼어서 입안이 얼얼하지만 힘센 형들이 없는 이시간은 눈치 볼것 없고 아무 견제 할 걱정도 없이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좋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시간 어머님은 내가 지겹도록 기다리면서 겪은 고통을 느끼셨겠지만 그냥 웃으시면서 “많이 먹어라”만 하시던 어머님의 마음은, 내 나이 오십이 넘은 지금 겨우 조금 알것 같다.
누나가 시집 가시던 일이  이 징검다리를 기억하는 나에게는 좀 특이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나는 당시 누나가 시집을 가면 흑인 노예들 처럼 영원히 되돌아 오지 못하는 줄 알고 슬픔을 참기가 너무 고통 스러웠다. 읍내에서 높은 학교를 다니던 사촌형이 읽어주던 ‘흑인 노예가족의 이별’인가? 의 이야기가, 흑인 노예가족은 큰 강물을 사이에 두고 울면서  흩어진다는 것이라 꿈에서도 불쌍해서 가위눌림을 한 경우가 있었으니 어린 생각에 누나의 ‘시집간다’는 말을 노예들의 이동과 착각을 했던 것이다.
정말 곱게 차려입으시고  화장한 누나의 모습이 동무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어머님과 누나 그리고 마을에서 시집가는 누나를 배웅하기 위하여 온 마을에서 나오신 친척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면서 흘리는 눈물을 보니, 당시는 나의 생각이 참말로 누나가 팔려 가는것인 줄 알았고, 최소한 심청이 처럼 우리 가족을 위하여 무엇인가 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느꼈기에, 나도 까닭도 모르고 울다보니 온통 얼굴이 얼룩배기 황소의 등짝이 되었었다.
누나가 징검다리의 끝자락을 지나가다 나를 오라해서  ‘울지말거라’하며, 얼굴을 씻어 주면서 그 고운 치마자락으로 닦아주는데 나의 검은 때자국이 연분홍 치마자락을 흉하게 만들어서 부끄러웠다. 하필 그때 한 동네 단짝인 여자 동무 녀석이 바로 옆에서 쳐다보고 있어 나의 얼굴은 더욱 붉어졌다.     
이렇게 숱한 정말 예쁘고 고귀한 사연을 품에 안고  있던 징검다리가, 목이 쉬도록 노래하다간 능안 선생님의 목 메임처럼 조국 건설이란 명목아래 ‘합천댐’이 생겨나면서 물속 깊이 자멱질  하고 나서는 아직 꿈에도 안보이니 나의 추억도 같이 잠자고 있나보다.
이 징검다리는 고요한 낭만의 추억만 안고 있었던 것이 아닐 것이다. 시뻘건 홍숫물에 흔적도 없이 잠겨 버리는 것 같이 일제 강점기처럼 외침이나 동족상잔의 아픈 역사도 보듬고 있었을 것이요, 지금이야 인간의 존엄성을 평등하다고 보는 사상을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사회지만 흘려간 역사의 한 축에는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갈등에서 빚어지는 純愛寶와 애태움도 얼마나 있었을까? 
여기서 필자는 징검다리가  나와 너를, 과거와 현재를,  현재와 미래를, 우리와 너희를, 서로 이어주고 어울리게 하는 전령사로 다시 나의 일상생활에 다가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그런 무지개보다 고운  마음을 가진 천사처럼 다가와서 멀리있는 아들과 나의  연결고리가 되어 주면 좋겠다. 직장에서도 상하좌우의 끈이 되는 징검다리가 필요한것 같고, 우리 사회에서도  모두가 한 끈의 고리로 연결되는 징검다리가 있으면 정말 좋겠는데… 그러면 낙원이 이루어 질 것이고, 우리 민족의 염원인 통일도 될 것이고  말이다.
그렇게 능력있는 아름다운  징검다리가 우리나라에 생겨나도, 신문이나 라디오, TV나 스마트폰 사회면에 징그럽게 쓰여지는 죄악의 기사거리가 있을까? .                    
                                         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