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은 뒤로 하고 ‘복지’를 먼저 한다며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부자 증세 정책을 두고, 마치 조선시대 ‘의적(義賊)’ 같다고 비판한 신문을 봤다. 어쩌면 수긍이 갈 수도 있겠다는 게 내 생각이다. 지지난 대선 때는 난데없는 ‘의인(義人)’ 사건이 터졌었다. 이른바 병풍 사건이다. 당시 유력 후보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을 폭로해, 열세였던 상대당 후보의 당선에 크게 영향을 미치게 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김대업이다. 이를 본 그 당 소속 설훈 의원은 의인 났다고 의기양양 휩쓸고 다녔다. 그는 지금도 배지를 달고 있다.
  막말도 폭언도 아니고, 음담패설도 아닌 육담(肉談)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김용민도 있었다. 늙은 사람(보수 꼴통)은 자기 ‘표’ 안 된다고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철거하라고 하는가 하면, 미국 여자 국무장관을 향해서는 ‘성폭행’을 해야 한다고 장광설을 쏟아냈다. 또 서훈은 이 사람을 ‘정의의 사도’라고 소리쳤다. 그것도 말은 말이다.  
  앞서 말한 의적의 ‘옳고 그름’은 앞으로 그 추이를 볼 수밖에 없지만 의인의 장본인 김대업은 허위로 드러나 징역을 살았다. 어감은 비슷하지만 그 진위의 결과에 따라 의미는 상대적일 수가 있다.  
  대입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요동을 친다. 또 개혁한다며 당시 총리는, ‘한 가지만 잘 해도 대학 갈 수 있다’고 했으니 그 폐해가 다음 해 바로 ‘이해찬 세대’로 나타나기도 했었다.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야당(지금은 여당) 의원은, 대중가요 가사를 개사해서 ‘전자파 밑에서 내 몸이 튀겨질 것만 같아 싫어…’라는 괴담송을 부르고, 어느 시위대는 ‘총 들고 나와라, 계엄령 선포하라’를 예사로 쏟아낸다.  악명 높은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트네와트는 ‘빵이 없으면 케익을 먹으면 되지’라고 했다 한다. 어쨌든 말은 말이다.
  과학 기술을 총괄하는 인사의 청문회가 열렸다. ‘황우석 사태’의 핵심 관련자인데다 비리가 자꾸 드러나니까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과도 있지만 공도 있어서 ‘구국의 일념’으로 일하겠다며 사퇴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구국의 일념? 무슨 독립운동 하나? 구국의 선열들이 천상에서 통곡하겠다고 나 혼자 허공에 대고 웨치고 말았다.
  독립운동 운운은 또 있다. 한명숙 전 총리가 출소하는 날 지지자들이 모여 꽃과 노란 풍선 들고 환영하는, 어이없는 꼴을 본 어느 비판 세력이 ‘무슨 독립운동이라도 했나…?’ 라고 일갈했다. 대법원 전원 합의체가 유죄로 판결했는데 기소도 재판도 잘못됐고 그것이 바로 ‘적폐’라고 하는 집권당, 이게 오늘의 우리 정치 현주소다. 여기다 진보성향 어느 판사는 ‘재판이 곧 정치’라며 대법원 판결 따를 필요 없다고 했으니, 오비이락인가, 이심전심인가?  니이체가 ‘신은 죽었다’ 하듯 ‘법이 정의’인데 이도 죽었나? 마이클 센델의 정의(正義)는 뭐라고 정의(定義)할까? 달걀 파동으로 식약처장이 국회에 나왔다. 총리가, 잘 모르면 브리핑도 말라는 지시에 ‘짜증’이 났다고 했다. 질책이라 해야 할 것을 짜증으로 했으니 그 자질과 역량을 탓을 하기 전에 너무 한심하다고 해야겠다. 군 사령관 아내의 갑질을 보곤 정말 놀랐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그런 조선시대 사노비 부리듯 하는 ‘별넷짜리 아내’가 있다니 가슴을 치게 한다. 6·25 전후 사단장을 높이다 못해 각하라 하고 그 아내를 ‘부각하’라고 하던 때도 있긴 있었다. 뭐! 아들 같아서…? ‘그래 네 아들에게나 그래라!’고 하고 싶지만, 나쁜 말을 하면 하는 사람 입이 먼저 더러워진다니 하지 않겠다. 아차! 벌써 했는데 뭘…?
  또 얼마 전에는 영관급 장교가 위관급과 부사관을 보고 ‘조샌징’이라 했다. 우리 민족의 가장 아픈 치욕인줄 왜 모르나. 그런 말을 자연스레 썼다니   너무 기가 막혀 이를 본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런 사고로 어떻게 영관급이 됐으며 평소의 언행은 어땠을까를 생각하니 소름이 돋는다. 무뇌아 또는 무개념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말과 글! 이 지구상에 원시인류 네안데르탈인이나 인류의 조상으로 일컫는 호모 에렉투스가 출현하며 몸짓 발짓 등 어떤 형태로든 의사소통을 했었다. 그것이 진화해 오늘날 각 종족들이 쓰는 말이 됐을 것이다. 그러다 인지가 발달하면서 그 말을 글자라는 부호를 통해서 소통을 했었다. 언어학자 김성도 교수는, 언어야말로 인류 생존의 핵심 조건이었다라고 말한다. 사상, 감정, 의사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소리가 곧 말이고 그것을 부호로 나타내는 것이 글이다. 말은 무형의 소리이고 글은 소통수단인 유형의 소리이다. 즉 말이 글이고 글이 말이다. 그런 말과 글을, 인재(人才)를 적재적소에 등용하듯 말과 글도 꼭 거기 맞게 써야 한다는 말이다. 이른바 ‘일사일언설(一事一言說)’이다.
  한때 정치권이 막말을 마구 쏟아내니 설망어검(舌芒於劍·혀가 칼보다 날카롭다.)을 인용하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었다. 말이 인격이고 인격이 말이다. 말을 가려 써야 함이 온당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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