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도 세태도 변화해 가며 발전해 가는 것이 우리가 사는 국가와 사회이다. 그런데 국가 지정 기념일도 여기서 예외일 수가 없는지 많이 변화해 가는 듯하다.
  십수년 전만 해도 현충일을 맞으면 먼저 신문·방송이 현충일의 의미와 국민 각자의 마음가짐을 계도하는 역할을 했다. 조기 게양은 물론 그날 하루만은 음주가무를 금하고 방송은 코미디물과 소극을 삼가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알았다. 이른바 엄혹했던 시절도 아니었었는데도 자율적이고 능동적이었다는 말이다.
실제로 주점이나 유흥가는 수범을 보인다고 휴무하는 일도 있었고 신문·방송은 현충일 기획 기사와 특집 방송도 했다. 여기엔 전쟁 무용담이 빠지지 않았다. 그날 하루만은 계층 세대 구분 없이 엄숙하고 경건히 하루를 보냈다. 적어도 마음으로는 그랬다.
물론 당시의 시대가 오늘날과 같이 다양·다원화도 아니고 노인 문제, 청년들 일자리 문제, 출산율 등 국가적 난제가 산적한 오늘의 ‘시대적 과제’라는 말도 없을 때였으니 그때와 단순 비교는 논리에 맞지도 않지만 너무 많이 변화해버린 시대상이 안타깝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헌신하신 그 고귀한 충정에 대한 추모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할 수도 없고 변해서도 안 되겠지만 오늘의 현충일을 맞는 사회 분위기는 지난날에 비해 어쩐지 좀 희석돼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방송 다채널시대를 맞아 그 많은 방송 다 볼 수는 없지만, 이른바 공영방송에서도 추모 특집을 보지 못했고 다만 정규 가요무대 시간에 전선야곡과 가곡 비목 등 애상곡을 방송한 것이 전부이다.
신문도 일간지 두어 군데만 관계 기사를 실었다. 한 신문은, 해병대 의장대 총검술 시범을 실었으며 한 신문은 “세대 간 앙금 못 씻은 ‘현충일 태극기’”라는 기사를 사진과 함께 실었다. 
또 어느 신문은 아파트에 빼곡히 걸린 태극기 사진과 열 집 중 한 집 정도만 걸린 사진을 비교하며 함께 실었다. 그래 놓곤 기사는, 빼곡히 걸린 집은 이른바 노년층이 많은 아파트이고 3,40대의 가구주는 0.5%의 조기 게양률이라고 썼다.
이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는데 좀 걱정스러운 게 하나 있다. 지난 탄핵 정국에서 극명하게 대치했던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 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반감이 생겨 굳이 국기 게양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는 것 말이다. 이것이 오늘의 현충일을 맞는 우리들 자화상의 한 단면이다.
지난 현충일 다음 날의 TV뉴스는 변화해버린, 결코 바람직하지 않는 오늘의 세태를 엿보게 한다. 새 내각 장관 후보자 네 명 중 한 명만 조기를 게양했다고 방송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장관을 할 사람이라면 국가관은 뚜렷해야 하고 보통시민과는 좀 달라야 하지 않을까?
30여년도 더 지난 일이다. 당시 국회의원 한 분은 얼마나 국가관이 뚜렷했는지 아직까지 그런 의원을 본 일이 없다. 아들 셋을 두었는데 집에 들어가면 하루도 빠짐없이 아들과 함께 국기에 대해 경례하고 애국가를 불렀다. 또 얼마나 검소했던지 컨테이너 박스에서 생활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역민과 고락을 함께 한 참된 공직자의 표상이었다.
국가는 정치·경제·사회 등이 어우러져 영위해 가는 한 거대 집합체이다. 이런 총체적 결과물이 나타나는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환경의 결정체가 곧 국가이다. 앞서 말한 현충일에 음주가무를 스스로 삼간다는 것이 바로 이런 현상 때문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그때는 스스로 삼갈 줄도 알았지만 환경의 변화는 바로 사회의 변화로 나타나 이제는 자율이 아니라 타율에 의해 현충일을 보내게 되지나 않을까 우려를 해보는 것이다.
얼마 전 오늘의 초중고생들이 6·25를 제대로 아는 학생이 50%도 안 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그 연장선상에서 보면 장관 후보자가 국기도 게양할 줄 모르는 세태가 돼버린 것은 아닌가 해 심히 걱정스럽기도 하다.
시대 따라 가치관도 변화해간다. 더구나 오늘의 끝없이 발전·변전해가는 세태에서는 더 말할 것이 없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나라를 지켜온 선열·애국지사를 기리는 현충일을 잊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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