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모 신문에 소개된 책 ‘이어령의 보자기 인문학’에 대해 깊은 감동을 받은 일이 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이러했다.
그 옛날 무명 책보를 등에 메고 등교하던 시절을 추억해 보자. 책과 공책을 둘둘 말아 여학생은 허리에, 남학생은 등에 메고 학교로 달려가던 시절이었다. 책보를 풀어서 책상 안에 넣으면 한 장의 보자기만이 남는다. 그리고 그것을 아무데나 구겨서 넣을 수 있어서 좋다.
그 것 뿐인가. 책보는 모든 물건을 한꺼번에 두루뭉술하게 싸버리면 그만 이지만, 책가방은 분류하고 구분하고 그 크기를 가려 정해진 곳에 넣어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러기 때문에 어쩌다 하굣길 밭에서 일하던 동네 아저씨가 참외라도 하나 따주면 그것을 넣어 가지고 올 수가 없다. 어떤 우연의 행운이 생기더라도 보자기는 둥그런 것도, 네모난 것도, 그리고 어떤 형태이든 관계없이 모두 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보자기는 얼굴에 쓰기도 하고, 싸기도 하고, 가리고, 덮고, 깔고, 메고, 펴고… 온갖 경우에 복합적으로 쓰이니, 시쳇말로 “멀티” 기능이란다.
물론 가방은 외관상 보기도 좋고, 편리성, 기능성, 상품성이라는 근대의 마력을 몸에 익혀져 있어서 좋다.
한편 보자기와 가방을 통해 동서양의 문화를 비교해 보면, 보자기는 ‘싸다’이고 가방은 ‘넣다’이다. 어떤 물건을 싸느냐 넣느냐의 선택에 따라서 아주 다른 문화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가령 사람의 몸을 두고 생각해보면, 옷은 몸을 싸는 것으로 생각했느냐, 그렇지 않으면, 몸을 넣는 것으로 생각했느냐에 따라 의상의 개념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양복이 인체를 넣는 가방이라고 한다면, 한복은 인간의 몸을 싸는 보자기라 할 수 있다.
양복은 넣으려 하였기 때문에 입체적으로 만들어져 사람이 입지 않아도 자기 형태를 지니고 있어 항상 걸어 놓아야 하지만, 한복은 보자기처럼 싸는 것이기 때문에 벗어 놓으면 마치 보따리를 푼 보자기처럼 평면성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렇듯 보자기와 가방의 비교는 서구 문화와 동양 문화의 차이와 그 특성을 유효하게 설명해주는 모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서양의 근대화는 가방의 발명과 사용에서 비롯되었고, 한국의 전통문화는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보자기 문화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상처 난 지구까지도 감쌀 수 있는 한국의 보자기 문화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보자기와 가방을 한복과 양복에 비유한다면 단연 나는 보자기 쪽에 마음이 더 가는 것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