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부채로 재정난을 겪으면서도 축제와 행사 등 낭비성 이벤트를 오히려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재정운용으로 지방채무 부담에 대한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자치단체장의 얼굴을 내세울 수 있는 전시성 행사에 지방재정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일 발표된 행정자치부의 ‘지방자치단체별 채무 잔액 현황(2012년~2014년)’ 자료에 따르면 지자체의 채무는 큰 폭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와중에도 전시성 이벤트가 우후죽순 격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기준으로 전국 자치단체의 축제와 각종 행사는 1만 1천865건이나 된다. 자치단체 1곳당 약 50건 꼴이다. 행사·축제에 쓰인 예산(추경 제외)은 2011년 9천544억 원에서 올해 1조 700억 원으로 늘어났다.
무엇보다 자치단체의 ‘전시성’ 또는 ‘낭비성’ 행정을 비판하는 여론에도 행사·축제경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정부와 여론의 감시를 피해 축제추진위원회와 같은 민간단체를 만들어 경비를 우회 지출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때문에 전국 230개 기초자치단체 중 지역에서 걷는 지방세로 소속 공무원들의 인건비도 대지 못하는 곳이 130여 곳(57%)이 된다. 재정부실이 되면 그 피해는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 갈 수 밖 에 없다. 궁극적으로는 중앙정부가 아닌 지역 주민과 이를 대변하는 지방의회의 감시·통제 기능이 회복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지자체를 견제해야 할 지방의회 의원들이 오히려 지자체장과 공생 관계를 이뤄 무분별하게 지방 사업이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관내에도 비슷한 성격의 행사, 축제 등을 통합하고 축제 원가 공개 제도를 도입해 지역민이 자기 지역 축제에 대해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해야 한다. 앞으로도 복지비 지출 등 지자체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줄일 수 있는 지출은 최대한 줄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