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4월16일 직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는 아동학대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참사 닷새 전인 4월 11일 8세 의붓딸을 폭행 해 숨지게 한 ‘울산 계모사건’피고인 계모에게 1심에서 징역 15년이 선고되고 둘째 딸을 학대해 죽인 후 12세 큰딸에게 누명을 씌운 일명 ‘칠곡 계모’에게도 10년이 선고되자 여론은 형량이 너무 낮다며 재판부에 비판 여론이 쏟아졌다.
갑작스러운 세월호 참사에 묻혀버렸지만 우리사회의 곳곳에는 아직도 무서운 재앙들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구나 지역의 일꾼을 뽑는다는 6.4 지방선거마저도 서로를 헐뜯고 분열을 조장하는 행태들이 드러나고 있어 지역의 민심마저 흉흉해졌다.
당초 고령지역은 군수선거가 사라져 다소 맥 빠진 선거로 전문가들은 분석했지만 도의원 후보들간의 열띤 공방전과 예상하기 어려운 기초의원들의 선전에 그 어느 때보다 지역의 선거 열기는 뜨거웠다.
지방선거의 원래 주 목적은 내가 사는 지역의 살림을 나를 대신해 운영하고 집행할 사람, 그를 견제.감시하며 생활 공동체의 규칙을 만드는 사람, 내 아이의 교육을 책임질 사람을 뽑는 것이다.
공약 검증, 후보 인물 비교도 지역 단위로 이뤄지는 게 자치 선거의 본질에 부합한다.
이를 위해 유권자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평가 기회를 제공할 책임은 후보를 공천하고 공약을 만드는 여야 정당에 있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20년이 되었지만 지방자치 선거와 지방자치 수준이 거기에 걸맞게 발전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무리한 예산 집행, 단체장.의원들의 잇따른 비리 같은 지방자치의 폐단을 바로잡으려면 출발점인 지방자치 선거 문화부터 달라져야 한다.
특히 후보의 자질은 따져보지 않은 채 지지 정당만 보고 ‘줄 투표’하거나 아예 투표 자체를 포기하는 유권자가 있어서는 안된다.
자칫 선거 결과가 왜곡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선거는 끝이 났다. 일상으로 돌아가 당선된 이에게는 박수를, 낙선한 이에게도 따뜻한 위로와 함께 지역발전을 위한 고민을 나누면서 살기 좋은 고장, ‘고령건설’에 적극 동참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