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땡볕에 그을린 구릿빛 얼굴,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새치와 이마엔 벌써 3단 주름이 자리하고 있는, 영락없는 농사꾼의 자세가 풍겨 나오는 손형순(49)씨, 지난해부터 맡기 시작한 경상북도자율방범연합회 회장직을 올해도 수행하느라 밤낮없이 바쁜 그에게 시간 내기란 여간 쉽지가 않았다.
다산면 노곡리에서 태어나 학교와 군대생활을 제외하고 외지로는 눈길조차 한번 주지 않고 농사일에만 전념해 온 그에게서 토박이의 순수한 사람냄새가 물씬 풍겨 나온다. 딱히 거절하는 일에 익숙하지 못해서인지 지역 봉사단체와 친목모임의 회장 직함만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가지고 있다.
술을 입에 대지도 못하는 그에게서 다소 의외라는 느낌과 늘 바쁘게 다녀야 하는 직함의 성격상 농사일은 언제 하는지 의문마저 든다.
가정에서는 불량아빠로 이미 낙인이 찍혔을 법도 하지만 그래도 온전히 버티는 그에게서 가정경영에도 남다른 비법을 갖고 있을 듯하다.
영농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그는 농촌이 점점 고령화와 일손부족으로 인해 적기 출하와 수확에 많은 지장을 주고 있다며 많은 어려움을 토로하고 농산물의 유통구조 개선과 농협의 역할을 특히 강조했다.
피땀 흘려 지은 농산물이 제값을 받아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아마도 그게 제일 속상한 게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젊은 인재들이 농촌을 지키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농업경쟁력을 키우는 일이야말로 지역의 미래, 나아가 농촌의 미래를 위해서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그는 피력했다.
많은 사람들이 내년도 지방의회 선거에 출마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대한 질문에도 그는 그저 웃고 만다. 올 농사 잘 마무리 하고 싶다고 질문을 비켜가는 재치도 가지고 있다. 앞으로도 그는 지역을 위한 봉사활동에는 더욱 열심히 참여 해 살기 좋은 고령 만들기에 적극 노력하겠다는 포부도 강하게 밝혔다.
부농(副農)의 꿈을 안고 뛰어든 그였지만 쉽지 않은 농사일에 때론 도시생활의 막연한 동경도 가졌을 법 하지만 묵묵히 고향을 지키고, 지역의 파수꾼 역할을 자처하는 그에게서 농촌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는 안도감이 느껴진다.
74세의 어머니와 아내 김경아 씨, 그리고 2남 1녀의 단란한 가정의 가장(家長)인 그는 “행복한 가정을 잘 꾸려나가는 일이야말로 그 어떤 직함보다도 소중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