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모내기철’이라 하면  농기계를 운전 할 경유 기름을 준비하고 정비하면서, 약 달포나 두 달 전에 정성드려  만들어 놓은 모판을 손질하는 것이 대략적일 것이다. 물론 최신 기계시설인 수리 시설도 살펴보는 등  할 일이 얼마나 많을까? 
筆者는 이곳으로 이사 왔으나 농지가 전혀 없고 마침 유월들어 비가 자주 오는 까닭에  마을 앞 ‘송림정(松林亭)’ 정자에 홀로 앉아 모내기 하는 모습을 구경 할 경우가 많았다. 
평야지대의 농사에 비교하면 보잘 것 없었겠지만, 그래도 수대의 종가댁이었던 조부님시절의 모내기는 가히 엄청 큰 행사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소위 ‘머슴’이라고 하던 힘센 아저씨들 네 분이  몇일을 소 세 마리를 번갈아 가면서 쟁기질하여 갈고, 예쁘게 새순이 나온 버들가지를 비롯한 풀들을 뜯어 와서 작두로 잘게 잘라 지난 겨울내내 모아 두었던 두엄과 섞어서 논에 뿌리고, ‘보매김’이라 하여 강물을 들판으로 끌어들이는 보(湺)을 손질하는데 이때 미꾸라지와 기타 잡다한 물고기가 잡히기도 하는 작업도 하였으며, 모두가 무척 힘드는 작업들을 하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렇게 모 심을 본답(本畓)이 준비되면, 아직 히미한 여명조차 없던 그 새벽시간(아마 새벽4시 전후 아닐까?) 에 온 동네 장정과 아낙이 모두 나서고도 모자라 삼십리 밖의 거창에서 오셨다는 일꾼들도 많이 참석하여 모찌기를 하였었다.
물론 筆者는 일과처럼 소 먹이기를 하고 나서 학교에 가는 일을 하였으니, 방과(放課) 후에 가 보면 어마어마하게 넓은 들판이 모심기가 되어 있었다.
정말 재미있었던 모습은 모든 사람이 같이 모심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물 조절 하는 사람,  못줄 돼고 넘기고 하는 사람, 심어 놓은 곳에서 미처 빠졌거나 뽑힌 곳에 다시 심는 사람,  구성지게 노래하는 사람, 찐모 대령하는 사람, 술과 안주 그리고 밥을 계속 준비 하는 사람,  비료 뿌리는 사람,  중간에 나와서 막걸리(農酒) 마시는 사람등으로 가히 장관이었다. 
흘려보면 너무나 혼잡한 것 같아 보였지만  모두가 아무런 불평 없이 열심히들 일 하셨던 같다.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그런 모습들이 개미나 벌들의 움직임과  같았다고 생각한다. 
특이 하였던 것은 큰모심기 하는 날이면 개를 잡아서  큰 솥으로  계속 음식(고기국)을 만들어 내면서 일 하는 사람이나 심지어는 지나가는 사람들조차 불려서 먹게 하였고, 고기가 이젠 끝이 나고 없겠지 생각이 들어도 또 사람들이 오면 배추를 비롯한 풋채소를 더 넣어서 그것도 고기국이라고 대접하였고, 모두가 풍년들라는 덕담을 하기도 하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혹자는 동물 학대나 혐오식품 운운하지만 정말로 당시로서는 가장 과학적이고 적적한 음식 문화가 아니었나 싶어 고개가 끄덕여진다.
가난이 친구처럼  붙어있던 시절이니 가보(家寶)인 소고기를 생각 할 수 있었겠는가? 그렇다고 냉장 냉동 시설이 전무하였고 더운 날씨에 변질되어 배탈하기 십상인 돼지고기를 준비 할 수 있었겠는가? 농지 주인이나 머슴이나 모내기철이 지나고 나면 두 눈이 움푹 들어가고 광대뼈가 들어나던 시절에 온 지방민들의 노고에 대한 보답으로나 화합을 자연히 요구하는 음식 문화였었으리라 생각해 본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筆者가  몇 일을 앞서 송림정 정자에서  모내기 하는 모습을 간간히 구경하였지만, 트랙터 몇 대만  왔다 갔다 하고 트랙터 한 대에  운전하는 사람과 옆에서 보조하는 사람 둘이서 하니, 앞서 심어놓은 곳에서 지렁이나 잡 벌레를 잡아먹고 있는 흰 새가(황새.왜가리?) 더욱 가관인 것이었다.  
누구 한사람 筆者에게 들밥(새참)이나 농주 한 잔 같이 하자는 이 없으니 섭섭한 마음이 전혀 없지 않았다.
그렇다고 농사일을 하는 사람들도  잠간 일 하고 쉬면서 집에 가서 식사나 참을 먹으며,  간혹 양파 수확하는 곳에서 참인지 중식인지 드시고 있지만  수 십리 밖의 중화요리집에서 일꾼 수대로 시켜 드시니 나를 부를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저 넓은 들판 한 모퉁이에, 한국 민속촌처럼, 그 시절 모내기 풍경을 재현 할 날이 있을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 

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