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4개월여 남았는데 후보들의 사사생생 치열한 ‘말 전쟁’이 시작되었다. 국민은 능변의 책략가보다는 눌변(訥辯)의 지략가를 원하는데, 국가 장래의 비전은 없고 있어도 꼭 ‘표’ 사겠다는 감언이설뿐이다. 곳간은 보지 않고 퍼다 쓰려고만 하니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를 연상케 한다. 
  그나마 이슈라곤 ‘대장동’과 ‘고발 사주’가 핵심 쟁점이다. 지금 검경이 수사는 하고 있지만 여야 모두 미진하다고 불만 터져 나오는 희한한 일도 벌어진다. 믿을 수 없다는 국민이 60%가 넘으니 야당은 전가의 보도인 특검을 주장한다. 여당도 세 불리를 느꼈는지 조건부로 일단 수락은 한 상황이다. 
  한데 여당 후보의 느닷없는 ‘처음 보는 아내 혼절’ 사건(?)이 터졌다. 다친 곳이 화장실이라 했다가 새벽 산책길이었다는 것을 보면, 헛소문이 횡행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은 아닌가 한다. 
  후보자는 자칭 타칭 ‘페미리스트’인데 그날 마침 ‘여성의 날’ 전국대회인데도 불참을 했다니 뭔가 석연찮은 일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배우자실장’의 해명은 있었지만 미진함인지 음해성 루머가 나오는 모양새가 돼버렸다. 큰 부상이 아니면 조용히 넘어갈 일을 캠프가 과잉대응 했다는 의견도 있다. 아마도 대장동 사건도 심상치 않고 상대(야당)를 컨벤션 효과라고 일축(一蹴)은 했지만, 지지율이 떨어지는 위기감 탈출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오해를 갖게도 한다. 그렇다면 이야말로 성동격서(聲東擊西)의 전술일 수밖에 없다.
  이 시대에 애처가를 나무랄 사람은 없다. 대선을 바라보는 후보로서는 ‘아내가 먼저’인 것이 왠지 부자연스럽다는 거다. 더구나 그의 인생에서 ‘아내를 만난 것이 일생의 행운’이라는 말을 항상 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날 가부장적(家父長的) 개념이 사회를 지배할 때 이런 ‘아내가 먼저’라 했다면 어떤 반응이 나왔을까? 나는, 이런 시대를 역주하는 ‘꼰대’의 사고도 해봤다.
  이로써 사건은 끝나는 줄 알았는데, 119 대원들에게 소방본부가 VIP 이송 보고 안 했다고 질책했다는 사실이다. 속된 말로, ‘알아서 기는’ 건가? 권력의 향배가 아직은 명확하지 않는 이 시점에 이런 해바라기 공직자가···?
  알아서 긴다니 떠오르는 게 있다. 이 정권 초기 울산시장 후보를 지칭하여 ‘내 30년 지기···’가 있고, ‘월성 원전 가동 중지(탈원전)는 어떻게 됐느냐’고 했을 뿐인데 ‘너 죽을래’가 나오더니 ‘신내림’도 나왔다. 또 전화기 압수, ‘보고는 받았는데 지시는 안 했다’는 검찰총장과, 가까이 두고 중책은 맡겼지만 측근은 아니라는 성남시장과 어찌 이리 판박인가.
  탈원전 언급하니 어느 신문 논설, “더 늦기 전에 탈원전 미몽(迷夢)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기사가 떠오른다. 공기업 한전 정승일 사장이 탈원전을 원전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언급을 했으니 말이다. 풍력·태양광 발전은 우리 지형적 여건이 맞지 않고 간헐성(間歇性) 때문에 원활하지도 않다고 했다. 
  지난 11월 13일 폐막한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에서 공동 관심사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제로(O)가 목표인데, 그러려면 원전이 필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또 세계원자력협회(WNA)는 원전 없이 탄소 중립이 어렵다는 주장도 나왔으며,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의 원전 기술로 눈부신 성공을 이룬 나라에서 왜 탈원전을 하려는지, 슬픈 일이라고도 했다.  
  또 한 언론은 러시아와 중국이 원전시장을 휩쓰는데 우리는 하청업체로 전락하는가라는 비판과, 원전 없이는 ‘탄소중립’도 없다며 한국만 탈원전으로 역행한다고 정곡(正鵠)을 찔렀다. 문 대통령님 좀 들으소서! 내 몇 차례 썼지만 ‘공약’이 대명률이 아니라면 공약(空約)이 될 수도 있음을 알라! 누구 말대로 ‘생고집’인가, 아니면 빙의(憑依)에 걸린 건가? 픽션 영화 한 편 보고 결심을 했다니 좀 황당하다. 
  지금은 또 요소수(尿素水) 대란(?)이 일어났다. 원인 해명 대신 성과만 자화자찬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중국과 요소 구매 계약은 2주 전에 했는데 현지 사정에 발이 묶여 들여오지 못 했다고 변명하고, 허둥지둥 호주에서 2만8천톤의 요소수를 들여오기로 했다고 하기는 한다만 태부족이라 한다.
  군경이 가해자로? 신문에 난 머리기사이다. 처음 무슨 말인지 몰라 다시 보고 가벼운, 아니 심각한 충격을 받았다. 
  지지난 정권에서 출범한 ‘진실화해위’가 지금까지 1만8천여 건의 피해사례가 신고됐는데 그 중 가해자가 군경으로 적시한 것이 7천여 건이었다. 그것도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국군이나 경찰로 해도 되나요?’라 물었더니 그렇게 해도 무방하다고 대답했다니 정말 충격이다. 참 이 나라 어디로 가려느냐고 물을 수밖에 없다. 
  지난 11월9일 새로 건조한 천안함 진수식이 있었다. 여기 사건 당시의 최원일 함장과 생존 병사 34명은 불참했다. 그 이유는 천안함은 폭발에 의한 침몰이 아니고 좌초 후 잠수함 충돌로 반파된 것이라는, ‘음모론 영상’에 문제가 없다는 방심위가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천안함 생존 장병이 패잔병인지의 여부를 묻는 국감장에서의 대답은, ‘정확한 사실 관계를 모른다’고 했으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공직자가 있는, 이 나라가 정말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 하긴 국군통수권자의 명징(明徵)한 대답도 없었으니 이런 나라 걱정은 단지 무명 소시민의 우려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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