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이 10.26 비극을 맞은 지 42주기가 됐다. 통금이 있었던 당시 나는 용산 새벽시장 장사를 하고 있었는데, 그날 시장에 들어갔더니 평소와는 달리 상인들이 모여 웅성거리며, “박정희가 사망”했다는 거다. 바로 경천동지였다. TV를 켜니 청와대 대변인의 침통한 표정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으며 그 충격의 목소리가 얼마동안 인구에 회자(膾炙)되기도 했다. 
국장하던 날 청와대로부터 광화문통은 온통 통곡의 소리가 온 국민의 가슴을 울렸다. 내 지인의 부모도 장례행렬을 보고 추모하려 지방에서 올라왔으며 이런 일들이 상당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역사적 평가는 엇갈린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부정적 평가가 우세하다. 아마도 그것은 이른바 주사파(586세대)가 정치권 주류 세대가 되며 그때까지 금기시해 오던 국가 정체성이 흔들리기 시작했으니, 그것이 본체적 부정의 영향으로 전이(轉移)가 됐다고 예단할 수밖에 없다. 여기 편승해 대한민국 건국도 부정하는 민족문제연구소의 ‘백년전쟁’ 같은, 좌편향 교수와 법학자들이 역사를 오도하는 논쟁이 수면 위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지금도 진행형이다. 게다가 시의(時宜)에 맞췄는지 오늘 자 신문은, 독립운동가 김노디 지사(志士)를 이승만의 “정부(情婦)”라는, 민족문제연구소의 ‘주홍글씨’도 썼다.
이들 지성인(교수, 법학자)들이 교육이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그 파장은 대단히 크다. 특히나 이런 교수들로부터 배운 학생들의 국가관을 예단하면 자연스레 ‘586세대’로 귀착(歸着)됨을 피할 길이 없다. 더구나, 지금도 별로 다르지 않지만 한때 전교조가 교육 일선 일부를 장악하며 초중고생들에게 좌편향의 교육도 공공연히 했으니 이런 결과는 명약관화이다. 당시 어느 중학교에서는 ‘빨치산 축제’에 학생을 동원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박정희 악평은 친일파로 시작해 심하게는 ‘쿠데타 수괴’와 독재자, 인권 말살자, 부마사태의 원흉 등의 혹평도 예사로 했다. 국가 지도자의 평가는 항상 공과(功過)가 동반돼야 함은 상식이다. 그런데, 공은 아예 눈감고 오로지 과에만 초점을 맞춘다. 어떤 공식자리에서 박정희의 공과를 두고 열띤 논쟁이 붙었다. 과 쪽은 위에 언급한 것들을 부추김에만 열을 올리고 이를 본 반대쪽은, 그럼 보릿고개 해소, 산업화의 상징 중화학공업, 부국강병 등은 어떻게 설명할 거냐 반격하니, 궁지에 몰린 듯 그때서야 공칠과삼이라 실토하는 것이었다. 간단히 평정됐다. 지금 여당 후보는 ‘박정희 고속도로’를 슬쩍 도용... 한마디로 신산(辛酸)의 초근목피와 보릿고개! 지금은 선진국에 진입했지만 당시를 뒤돌아보면 아련히 떠오르는 ‘고난의 추억’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오늘에 와서 지난날 한 국가지도자의 공과를 주마간산에도 미치지 못하는 몇 줄 글자로 언급한다는 그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역사를 바르게 평가해야 함은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므로 나름으로 공정한 평가를 해보는 것이다. 해방은 됐지만 국토는 남북으로 갈리고 곧 이어 6.25동란(당시의 표현)도 터졌다. 전쟁이 날 줄은 남한은 짐작도 못 했는지 국군은 일요일 아침 휴가외출도 보낸 사이, 북한은 소련을 등에 업고 잠든 남한을 향해 새벽 남침을 감행한 것이다. 최후 보루 낙동강까지 밀리었다. 
백척간두에 선 대한민국은 UN군 사령관 맥아더가 인천상륙 작전을 감행해 서울을 수복하고, 인공기를 태극기로 바꿔 게양해 통일이 되는 듯했는데, 느닷없는 중공군 일해전술로 진퇴를 거듭하다 가까스로 휴전이 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전사(戰史) 연구자들은 맥아더가 공산화를 막았다는 견해도 있다.
이후 자유당의 폭정을 거쳐 4.19를 지나 제2공화국 수립은 됐지만 나라는 혼란의 연속이었다. 보다 못한 군부는 5.16 쿠데타를 일으켜 일시적 안정(외관상)을 취하며 경제부흥에 진력하기 시작했다. 시월유신을 거치는 권력의 심취(心醉)는 원천적 부패를 부르고 5.18도 치르는, 굴곡진 역사도 겪으며 오늘까지 왔다. 당시 외신(外信)은 한국의 발전상을 “한강의 기적”이라 썼으며 그 결과로 선진국 대열에 서게 된, 오늘의 대한민국이 걸어 온 길이다.
이게 또 무슨 묘한 인연인가? 박정희 서거 42주기에 맞춰 노태우 대통령도 서거(일부 신문에 쓴 말)했으니 말이다. 언론은 역시 ‘빛과 그늘’로 분리해 평가한다. 대선을 앞둔 미묘한 시기이니 정치인들의 평가는 여당은 ‘표’ 치환(置換)에 몰입하고, 야당은 ‘한 뿌리’이니 적극 조의를 표하고 있는 형국이다. 
노태우의 과는 12.12 군사반란과 내란죄, 천문학적 비자금 조성이며 공은 6.29선언으로 대선 직선제, 북방외교로 공산권과 수교(소련 중국 등), 인천공항 건설 등을 대표로 든다. 물론 권위주의적 전두환 때와는 다르게 강성보다는 연성(軟性)의 통치자라는 평가가 나왔으며 비칭인지 애칭인지 “물태우”가 그의 통치철학이며, 5.18에 대해서는 아들을 통한 간접 사과도 했으니 정부는 ‘국가장’으로의 예우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과 여당은 참여도 하지 않았으며 중국 일본 등 11개국 조전(弔電)까지도 장례가 끝난 후 유족에게 전해 주는, 반쪽짜리 국가장이었다. 
지금 대선이 가까이 오고 있다. 여당은 야당 유력 후보를 향해, 검찰총장까지 출세(?)시킨 은혜는 모르고 뒤돌아서서 저격수가 됐다고 하며, 배은망덕이니 빚 갚으라고 공격한다. 이를 보니 저번 대선 때 반기문 UN사무총장이 출마하려 하자 총장으로 적극 추천한 노무현 대통령에게 역시 망은(忘恩)이라 했다. 그럼 박정희의 치적에 대해서는 왜 부정평가만 하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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