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 입장에 이어 신부 입장 순서가 됐다. 사회자가 명랑하면서도 상기된 어조로 신부 입장을 알리며 둥둥 분위기를 띄운다. 
짝짝짝짝짝짝짝……, 축하객들의 요란스러운 박수 소리에 실려 드디어 신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눈부시게 하얀 드레스가, 보일 듯 말 듯 풍만한 속살을 감싸고 있다. 그 모습이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한 한 마리 나비 같다. 신부는 식장을 향해 사뿐사뿐 발걸음을 옮긴다. 아버지의 팔짱을 낀 손이 파르르 떨린다. 
그 순간 나는 신부의 모습보다는 오히려 나란히 걸음을 옮기는 아버지의 표정에 눈길이 갔다. 무심한 체 담담해 보이지만, 눈가엔 이슬이 맺혀 있다. 신부는 무엇이 그리 좋은지 연신 함박웃음이다. 애써 속울음을 삼키고 있는 아버지와는 퍽 대비적이다.
결혼식 장면을 물끄러미 바라다보고 있으려니 반세기 전 6촌 누나가 시집을 가던 날의 풍경이 오버랩돼 온다. 누나는 그날 서럽게 울었다. 당숙모님도 저고리 고름으로 눈물을 찍어내었다. 그동안 딸자식한테 잘해 주지 못하고 고생만 시켰다는 회한의 마음이 가슴속에 차올라온 때문이었으리라. 오십 년의 세월이 격하였건만 여전히 기억의 사진첩에 한 장면의 스톱 모션으로 선연히 살아 있다.
우리 집 막내에게로 생각이 옮겨간다. 요즈음 들어서 지인들의 혼례식에 참석하게 되는 날이면 자주 딸아이와 나를 식장의 부녀와 나란히 그 자리에 세워 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럴 때면 의자에 앉아 있으면서도 다리가 후들거리고 가슴에 파문이 일면서 괜히 먹먹해진다. 도저히 무심할 자신이 서질 않는다. 곱게 기른 딸을 사위의 손에 넘겨주는 순간에 세상의 아버지들은 다 한결같이 이런 심정이 아닐는지…….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은 생의 종착역에 이를 때까지 간단없는 이별의 연속이라고 하였던가. 사람의 한평생이란 어차피 만남과 헤어짐의 되풀이인 것을. 일상다반사에 늘 이별 연습을 해 두어야 하리라. 
그래야만 막상 그 순간이 찾아왔을 때 담담히 놓아줄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나비는 어차피 날아가게 돼 있는 것이 정한 이치임을 알기에.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게 마련인 법, 더 속 썩이고 애를 먹인 아이이기에 먼 훗날 떠나보내는 아픔이 더욱 진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그 먼 훗날이 언제가 될는지는 모를 일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