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세월이 쏜살같다’라고 한다. 이 말은 활시위에서 떠난 화살은 빠르게 지나간다는 뜻으로 이런 비유를 쓴다. 나 또한 은퇴 후 12년 차가 되고 보니 세월이 화살과 같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을 실감한다. 
학교 재직 당시는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바쁘다 보니, 내 공부는 하지 못했지만, 퇴직 후, 시 공부한다고 일 년 반 동안 정신없이 쏘다녔다. 그런데 막상 시 공부를 해 보아도 현대 시는 얼마나 난해한지 옛날 시만 생각하고 달려든 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할 수 없이 시 공부는 접고 수필로 환승했다. 수필은 자기의 체험을 글로 나타내는 것이라서 나의 적성에 맞아 올해로 등단한지 10년 차가 되는 해이다. 
수필은 재미가 있고 글쓰기에 열심히 공부한 나머지 일 년 반 만에 등단의 기쁨을 맛보았으며, 일 년 뒤 수필집 한 권도 내었다. 그 당시에는 자신감이 생겨 전국 공모전에도 여러 번 출품했으나, 낙방의 고배를 마시고부터 아직 나의 글이 설익은 과일 같다는 생각에 많은 공부가 필요함을 느껴 일절 출품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오죽했으면 우리 문학회 동인지에 ‘나는 공포작가다.’라고 선포했었을까? ‘공포작가’란 ‘공모전을 포기한 작가’란 뜻이다. 무식이 용감하다고 지금 생각해보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세월은 흘러 등단한 지 6년 차에 어느 공모전에 출품해 입상의 영광을 안았다. 그때의 심정은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얼마 되지 않은 상금으로 가족 파티까지 했었다. 그 후부터 해마다 여러 군데 작품을 출품해 당선의 영광을 안게 됐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신문에 이름이 알려지고 지인들의 축하 전화가 오고 하니 마음이 구름 위에 뜬 기분이었다. 
어떤 해는 한 해에 두 번이나 입상하기도 했으며, 상금 또한 쏠쏠했다. 그 해에는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 상금보다 더 많이 밥을 사기도 했으며, 손자들에게 세뱃돈을 두둑하게 주기도 했다. 
그뿐인가. 지난해는 대상을 받아 지인들에게 일 년 내내 밥을 사기도 했으며, 아들, 딸, 아내에게 똑 같은 비율로 금일봉을 주었더니, 입이 함박꽃 같이 벌어지며 감사하다는 전화까지 받아 기분이 좋았다. 아무리 명예만 생각한다지만,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머니’가 최고였다. 
올해에는 등단 십 년차 대구문화재단에 보조금을 신청했더니, 작품 3편이 우수작으로 당선됐다. 거금을 받게 돼 그 돈으로 연말까지 수필집 한 권을 발간할 계획으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내 꿈은 여기에 그칠 것이 아니라 건강이 허락한다면 팔순에 자서전 한 권 더 내어 손자들에게 물려주며 할아버지는 죽는 날까지 글 쓰는 선비였다고, 유산으로 남기고 싶다. 
욕심 같아서는 해마다 전국 공모전에 도전해 더 많은 상을 타고 싶지만 이제까지 받은 상만으로 만족하고, 책 한 권 더 내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은퇴 후 10년이란 세월을 수필이라는 친구를 만나 동고동락하며 잘 지내왔으니, 그래도 느지막이 보람된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 옛날 글쓰기를 시작할 때의 열정이 아직도 식지 않도록 앞으로도 내 마음의 글밭을 잘 가꾸어 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입문할 때 전국공모전에 철없이 도전하던 패기로 ‘공포작가’에서 말년에는 ‘공모작가’로 변신해 목표를 달성하였으니, 원도 한도 없다. 
그러나 아직 나는 ‘공모작가’란 이름으로 현재진행형이다. 믿거나 말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