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하 평생교육의 열기가 뜨겁다. 어느 정도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면서, 바야흐로 자아 성취 욕구를 충족시키는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가 보다. 이 같은 시대적 흐름에 편승해, 이런저런 기관 단체들이 앞다투어 문화강좌를 열어 두고 수강생들을 불러 모은다.
이십 대의 젊은이들에서부터 장년, 중년,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연령대도 다양하거니와, 회사원을 비롯해 공무원, 교사, 경찰관, 성직자, 가정주부 등 하는 일도 각양각색이다. 환갑 진갑을 훌쩍 넘기고 내일모레면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배움에의 의욕을 불태우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그 뜨거운 열정에 고개가 숙여진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논어 학이편學而篇의 첫 구절을 음미하며 성현의 말씀에 새삼 귀 기울이게도 된다. 
지금 이 시간에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지금 이 시간에 공부를 하면 꿈을 이룬다고 했다. 일에는 정년이 있어도 배움에는 정년이 없다. 생을 마감하는 그 순간까지 배움에의 끈을 놓지 말고 쉼 없이 자신을 채찍질하고 단련해야 하는 것이 우리네 사람살이다. 인간이란 본시 완전하지 못한 존재이므로.
“공부해서 남 주나?” 하는 불만에 찬 충고의 말이 있지만, “공부해서 남 주자”라는 새로운 유행어가 요사이 들어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모양이다. 얼마나 따뜻한 마음이 담긴 표현인지 모르겠다. 그 우스개 아닌 우스개를 들을 때면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번져난다. 전자가 다분히 이기적인 생각에서 생겨난 말인 데 반해, 후자는 순전히 이타적인 생각에서 생겨난 말인 까닭이다. 획 하나, 받침 한 개 차이로 ‘님’이 ‘남’이 되고 ‘돈’이 ‘돌’이 되듯이 고작 글자 한 자의 차이가 이처럼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그 참신한 발상에 힘찬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렇다. 공부해서 세상으로 되돌린다는 것은 더없이 보람 있는 일이다. 불가佛家에서도 보시 가운데 법보시를 최고의 공덕으로 치지 않는가. 자기가 부지런히 깨우쳐 모르는 이에게 알도록 가르침을 베푼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참으로 지중한 보시임에 틀림이 없으리라. 
그렇다고 해서 꼭 세상 밖으로 되돌려지기만을 고집할 필요까지는 없다. 그저 자아 성취라는 그 목적 하나로도 배움은 충분히 가치롭다. 수신修身이 평천하平天下에 이르는 첫 발자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사에서 참 아름다운 장면들 가운데 하나는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라고 했다. 책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영혼을 살찌운다는 것은 얼마나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는 값진 행위인가. 이것이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 짓게 하는 가장 확연한 요소일 터이다.
나이 들어 빈둥빈둥 무의미하게 세월만 축내는 이들을 보면, 남은 인생이 얼마만큼 된다고 저러고 있나 싶어 한편으론 답답하고 한편으론 딱한 마음이 든다. 아니, 측은한 생각이 앞선다. 
영화 ‘빠삐용’을 의미 깊게 본 분들이라면 이 대목을 기억하리라. 살인의 누명을 쓰고 지옥의 감옥으로 보내진 빠삐용이 재판관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하소연하자, 재판관은 이렇게 언도를 내린다.
“너에게는 인생을 낭비한 죄가 가장 큰 죄이니라.”
참으로 새겨들을 만한 세상살이의 명판결문이 아닌가. 누구든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지 아니하는 태도는 분명 죄가 되리라. 그것은 단 한 번 주어진 소중한 인생을 허투루 소비하는 짓이기 때문이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고 한 스피노자의 말을 생각하며, 인생을 낭비하는 죄를 짓지 않으려면 무슨 일이든 부지런히 배우고 익히는 삶을 살아가야만 하겠다. 이것이 생의 끝자락을 보다 의미 깊게 마무를 수 있는 참 멋진 방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