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느낌의 세상일까? 스케치북을 펼치면 할머니의 하루가 그림같이 시작된다. 
운수면에 살고 계신 정계순 할머니의 집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작업실이다. 노인대학에서 시작한 그림은 할머니의 기억을 생생하게 떠오르게 했다.
수십여 권의 스케치북들과 붓글씨는 할머니의 세상이다. 할머니의 그림은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자신만의 기억을 담아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려내는 그림은 한편의 동화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색연필로 그려낸 그림은 쌓여간다. 그림작업 시간은 할머니의 행복한 시간이다. 
“짧지만 어린시절 일본에서 그림을 배웠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학교를 다니다 5학년 때 해방이 돼 귀국하게 됐죠. 대구에 있는 외가에서 살게 됐는데, 얼마지나지 않아 부모님은 감염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70여 년 전 홀로 남겨진 어린소녀는 형제들과 힘겨운 시절을 보내야했고, 학업은 꿈도 꾸지 못한 채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했다. 
정계순 할머니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그림을 그리고 싶다. 그림그리는게 너무 행복해요”라며 오늘도 스케치북 위에 색깔을 옮겨 담는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