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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절한 영혼들을 위한 명상
곽 흥 렬 수필가 / 동리목월문예 창작대학  |  webmaster@goryeong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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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7.10  10:2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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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오래, 아니, 될 수만 있다면 이 세상 다하는 순간까지 생을 누리고 싶다. 이것은 인간이라면 누구 없이 지니고 있는 본능적인 욕망일 터이다. 
“이제 그만 살고 죽어야지”, 입버릇처럼 내뱉는 늙은이의 소망이란 게 기실 새빨간 3대 거짓말에 속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 것만 보아도 역시 마르고 닳도록 살고 싶어 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인 모양이다. 
삶에 대한 애착이 이러하기에, 대의大義를 위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신의 생명을 지푸라기처럼 내던진 역사 속의 인물들을 우리는 ‘의사義士’, ‘열사烈士’라 이름해 기리고 받드는 것일 게다. 
세상천지 꽃다운 나이에 자신의 목숨 스스럼없이 내놓고 홀연히 떠나기가 어디 그리 말처럼 가벼운 일이겠는가. 
그것은 누구 없이 지니게 되는 엄숙한 실존적 두려움이다. 그 서늘한 두려움에 결연히 맞설 수 있는 꿋꿋한 용기며 신실한 사명감이며 고매한 희생정신, 거기에 우리는 주례사투의 입에 발린 찬사를 넘어 가슴 깊이서 우러나오는 숭앙의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안중근 의사며 상하이 훙커우 공원과 일본 황실에 각기 폭탄을 투척했던 윤봉길, 이봉창 의사, 그리고 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려고 달려오는 신칸센 열차를 향해 몸을 던진 의인 이수현……, 이런 분들의 거룩한 죽음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지고至高하고 또 값진 것이기에 그 꽃다운 이름 이 나라 역사가 다하지 않는 한 길이길이 유전하리라. 
“군자는 의로운 일에 민첩하고 소인은 자기 이익에 민첩하다”고 한 논어의 말씀대로라면 그들은 필시 대인의 풍모를 지녔던 군자들이 아닌가. 그러기에 진정한 윤리며 도덕이란 것이 있다면 반드시 그들의 편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세상은 꼭 그렇지만은 아니해 지켜보는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이따금 독립투사, 애국지사의 후손들이 생계 잇기도 힘에 벅차게 고달픈 삶을 꾸려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올 적마다 내 일인 양 마음이 아프다. 
백이숙제伯夷叔齊 같은 의인은 지조를 지키려고 수양산에 숨어들어 고사리를 캐먹다 죽은 데 반해, 도척盜跖 같은 악인은 갖은 부귀영화를 다 누리며 마르고 닳도록 살았다. 이 불가해한 역리逆理를 지켜보면서 사마천 같은 역사가는 “천도天道가 과연 존재하기나 하는가.”라며 탄식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천도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시대를 함께하고 있는 우리가 그 몫을 대신해야 할 것이다. 천도가 돼 주어야 할 것이다, 의롭게 살다 간 영령들의 값진 희생이 헛되지 아니하도록. 이것이 오늘 우리가 그분들에게 진 빚을 만분지일이라도 갚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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