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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김 태 호 수필가 / (전)고령교육장  |  webmaster@goryeong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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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16  10:5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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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오나 보다. 수차례의 태풍이 한반도를 할퀴고 간 뒤에도 가을들녘은 평온하다.
벌써 산야에는 단풍이 곱게 물들 준비를 하고 있다. 결실의 계절이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사람들도 자신을 돌아보는 본능이 솟구친다. 그리고 타향살이 인생은 고향을 그리워하며 죽마고우가 생각난다. 이것은 마치 자기의 본향을 찾는 연어의 본능에 비유된다.
연어도 단풍철이 되면 바다에서 산골짜기로 자기 고향을 찾아 모래에 알을 낳고 일생을 마감한다. 연어의 새끼는 깊은 산 계곡이나 강 상류에서 태어난다.
어린 치어가 사람 손가락 크기만 하면 길고긴 여정에 오른다. 강 하류를 따라 헤엄치면서 망망대해에 이르게 된다.
연어는 천지 창조의 돌연변이 일지도 모른다. 심산유곡에서 태어나 넓은 강을 거쳐 광활한 바다에 도달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세상 어디라도 물이 흐르는 곳이면 자기의 보금자리가 되는 곳, 바다에서 살다가 생명이 다 할쯤이면 고향을 찾아 와 죽음을 맞는다. 어찌해 민물과 바닷물은 염분의 농도가 다른데 그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3년 혹은 4년 동안 누빌 수 있는 모든 바닷속을 탐험한 뒤, 자신이 성숙의 시기를 직감하면 고향 길을 찾게 된다.
갖은 고초와 생명을 걸고 자기가 태어난 바로 그 지점을 찾아 어미가 그러했듯이 모래 구멍을 파고 알을 낳은 후 죽는다. 수컷 또한 암컷이 알을 낳으면 정액을 뿌리고 같이 일생을 마감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가리켜 ‘모친회귀성(母親回歸性)’이라고 한다.
연어는 참으로 흥미로우면서 신기한 동물이다. 왜? 그리고 어떻게 멀고먼 바다에서 하필이면 자기가 태어난 그 곳으로 돌아가야만 하는가. 몸 둥이 어느 곳에 나침반이라도 달려있는지, 그렇지 않으면 태어난 본향을 어찌 알겠는가. 고향을 찾는 연어의 행진이 그렇게도 박진감 있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문다. 어떻게 해서 수풀을 헤치고 물살을 가르고 암석을 비켜갈 수 있을까. 더욱 놀라운 것은 연어가 바다에서 자신의 고향 길을 찾는 동안은 식음을 전폐한다는 사실이다. 추측컨대 고향을 찾는 열망, 새끼를 낳을 부푼 꿈, 그리고 마지막 생존에 대한 애착 때문 일지도 모른다.   
연어가 고향 길 문턱에 이를 때 쯤 되면 자기 몸의 4배정도 물살을 차고 오를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한다. 그리고 머나먼 여행길 가운데 검었던 피부가 붉은색으로 바뀐다고 하니 희한한 일이기도 하다. 결국 종착역에 다다라 안도의 한숨을 내뿜고 알을 낳으면 죽고 만다. 그리고 인간의 밥상과 곰의 먹이로 일생을 마감한 체, 고향을 찾고 종족보존의 목적을 달성했기에 죽을 수 있다는 거룩한 사명감이 작용한 걸까.
허나 수천마리 어미 연어가 마지막까지 자기 고향을 찾아 갈 수 있는 것은 고작 수십 마리에 불과하다고 한다. 왜냐하면 고향을 떠난 그들의 현실은 거센 물살과 약육강식의 먹이사슬에 내 맡겨지기 때문이리라.
우리 인간의 세계에도 모친회귀성이 존재할까? 하등동물인 연어도 죽을 때는 고향을 찾는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과연 어떠한가. 
해마다 명절이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마음의 중심부에는 모친회귀성이 분수처럼 치솟기 마련이다. 그러기에 고향을 찾는 길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또한 인간은 자기의 영혼을 만든 창조주를 향한 영적 모친회귀성이 있는가보다. 세상은 끊임없는 근심과 걱정, 거짓과 미움, 그리고 파멸과 죽음의 역류가 흐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옛말에 여우도 죽을 때는 고향 쪽으로 머리를 두고 죽는다고 하지 않던가. 생존에 대한 애착은 동물이나 인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모친회귀성을 가진 우리 인간도 연어처럼 현세의 물살 센 역류를 차오르면서 생명의 땅, 안식처인 마음의 고향을 찾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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