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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법은 진해지는데
곽 흥 렬 수필가 / 동리목월문예 창작대학 교수 / 시  |  webmaster@goryeong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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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14  11:5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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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창한 봄날, 동성로의 오후는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거리의 상점들에서 흘러나오는 요란한 음악 소리가 귀청을 난타한다. 궁벽한 산골에서 고인 물처럼 지내다 이따금 시내 나들이를 나오면, 회전목마에 올라탄 것처럼 정신이 어찔어찔해진다.
공원 벤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순간, 낯선 풍경 하나가 눈에 잡혔다. 여기저기서 한 무리의 청소년이 모여드는가 싶더니 누가 먼저랄 사이도 없이 서로 와락 얼싸안는다. 그 광경이 흡사 개구리 떼가 먹이를 두고서 한데 엉겨 붙는 모양 같다.
요즘 아이들은 다들 친밀감을 저렇게 표현하는가 보다. 얼마나 반가운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넘쳐 보이는 행동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의 마음일까.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노라니 조상들의 인사 예절에 생각이 미친다. 지난날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이며 신분이 비슷한 이들끼리 바깥에서 서로 만나면 공수拱手로 인사를 주고받았다. 두 팔을 가슴께까지 들어 한손으로 다른 손을 포개고서 허리를 굽혀 다소곳이 머리를 숙이는 자세를 취했다.
그런가 하면, 실내에서는 큰절이었다. 무릎을 꿇은 상태로 납작 엎드려 양손을 단정히 모아 방바닥을 짚고 이마를 닿을 듯이 하는 자세였다. 어느 쪽이든 상대방을 향해 최대한의 공경을 표하는 인사법이었다.
개화사상과 더불어 서양 풍속이 밀려들어 오면서 예의범절이 엄청나게 변했다. 인사법도 그 가운데 하나다. 요즈음은 남녀 사이이든 노소간이든 악수가 대세로 굳어졌다. 위아래도 아랑곳없고 성구분도 하지 않는다. 서로 만나는 순간 동시에 손을 내밀어 마주잡고 흔든다. 어찌 보면 참 간편해서 그만인 성싶기도 하다. 하지만 어떨 땐 퍽 어색하고 민망해 얼른 손을 거두게 되는 경우가 없잖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악수 정도로는 끈끈한 친밀감을 표현하기에 만족스럽지 못해서였을까.
언제인가부터 주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더욱 진한 인사가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서로 팔을 벌려 와락 껴안는가 하면, 그런 자세로 볼을 비벼대기도 한다. 이른바 ‘프리 허그’라는 인사법이다. 이렇게 인사법은 날이 갈수록 진해지는데, 어쩐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맺음은 그에 반비례해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더 엷어지고 있는 것 같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은 왜 점점 더 격한 동작으로 인사를 할까. 진정으로 반가워서 그럴까. 자신들의 정신적 허함을 일부러 과장된 행동으로 표현하려 드는 것은 아닐까.
‘쇼윈도 부부’라는 말이 떠오른다. 속으로는 곪아터져 가고 있으면서도 남들 앞에서는 다시없이 금슬 좋은 한 쌍의 원앙인 것처럼 애써 포장하려 드는, 무늬만 근사해 보이는 부부를 일컫는 용어 아니던가. 요즘 사람들의 지나치다 싶은 인사 행태를 보면서 이 쇼윈도 부부가 연상돼 옴은 어인 까닭일까.
그 이유를, 어쩌면 겉치레에만 열을 올리려 드는 시대적인 성향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무엇이든 넘치면 모자람만 못한 법. 이러한 세상사의 이치를, 젊은이들이 하는 양을 통해 다시금 곰곰이 되씹어 보게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진해지는 인사 행태로 미루어 살피건대 앞으로 어떤 더 뜨거운 인사법이 유행하게 되려나? 그 변화 양상이 자못 궁금해진다.
그러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또 얼마나 더욱 파편화해 갈는지 쓰잘머리 없는 걱정을 앞세운다.
해간에 나라는 사람, 참 어지간히 오지랖 넓은 위인임에 틀림이 없다 싶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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