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파가 장난이 아니다. 서울이 영하 17도를 오르내리고, 아파트 수도관이 동파돼 고드름 폭포가 생겼다고 한다. 이번 겨울은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지난 12월15일 벌써 한강에 첫얼음이 얼었다.
‘서베리아’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서울추위가 시베리아를 뺨친다는 뜻이다.
인구 천 만 명이 넘는 세계16개 남짓 도시 중에서, 서울만큼 겨울추위와 여름더위 사이를 큰 폭으로 오가는 곳도 드물다는 기상학자들의 이야기다. 이제까지 기록에 남아있는 서울의 역대 최저 기온은 1927년 영하 23.7도였다고 한다.
위도가 더 높은 중국 베이징도 요 며칠 서울보다 덜 추웠다. 요즘 우리나라 겨울은 ‘삼한사온’이 아니라 ‘삼한사미’로 불릴 정도로 날씨 변화가 요동친다. 3일 춥고, 4일 따뜻하던 날씨가, 3일 춥고 4일은 미세먼지가 낀다는 말이다. 추운 것은 고사하고라도 미세먼지 때문에 밖을 나가지 못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근래에 신조어로 ‘대프리카’란 말이 유행했다. 대구의 여름날씨가 아프리카를 뺨친다는 뜻이다.
생물학자들에 의하면 지구의 온난화 현상으로 수많은 이로운 미생물이 죽어가고 해로운 미생물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작년 여름 동해안의 가두리 양식장에 수온이 올라가 넙치와 가자미 수천마리가 몰살당했다는 것이다. 올해 겨울 거재도 남해안에 바닷물이 얼어 넙치 3만 마리가 얼어 죽었다는 뉴스이다.
옛날에는 우리나라 겨울이 삼한사온 현상으로 살기 좋은 곳으로 소문이 나있었다.
지금은 춥고 더운 것을 떠나 공기가 오염돼 미세먼지로 밖에 나다니기가 겁이 난다. 우리 기성세대들은 얼마 살다가 죽으면 그만이지만, 앞으로 우리 후세들은 어떡하나 걱정이 앞선다.
역사학자 토인비는 자연의 가혹한 시련에 응전하는 과정에서 문명이 싹튼다고 했다.
한국인은 불리한 지리조건과 변화무상한 날씨, 주변국의 위협을 물리치고 독자적인 문화와 삶을 지키고 발전시켜 왔다.
요즘 이 추운겨울에도 훈훈한 소식이 전해지는 신조어가 있다. ‘정현 키즈’이다.
2018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에서 세계적인 스타 조코비치를 3:0으로 물리치고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4강에 진입했다. 태어날 때부터 약시란 어려운 신체조건 속에서도 선글라스를 쓰고 세계적인 선수를 꺾은 ‘스포츠 아이돌’이다.
‘정현키즈’란 정현과 같은 유전인자를 받고 싶다는 뜻이다. 이와 같이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정이 중요한 오늘이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 ‘페더러’와 준결승전에서 발에 물집이 생겨 주사를 맞아가며 선전하던 모습을 보면서 우리 국민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만든 장본인이 아니던가.
이번 겨울 또 한 명의 신조어를 남긴 스타가 있다. ‘박 딩크’이다. 축구의 볼모지인 베트남의 국가대표 박항서 감독을 말한다.
2002년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남긴 히딩크 같은 영웅을 뜻한다. 당시 박항서 감독은 우리 대표 팀의 코치였다. 히딩크 감독의 전술을 이어받아 맨날 꼴찌만 하던 베트남이 이번 아시아 축구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둔 것이다.
베트남에서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박감독을 영웅으로 대접하고 있다. 베트남 총리로부터 훈장까지 받은 장본인이다.
아무리 추운 ‘서베리아’ ‘삼한사미’와 같은 환경 속에서도 ‘정현 키즈’ ‘박-딩크’와 같은 신조어가 생겨나는 것은 얼굴이 얼얼한 추위 속에도 한 민족의 강인함을 다시 한 번 보여줘야 할 때가 아닐까.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새로운 신조어가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