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계동(季冬)이니 소한 대한 절후로다.
설중(雪中)에 봉만 <산봉우리>들은 해 저문 빛이구나.
세전에 남은 날은 얼마나 걸렸는가
집안의 어른들은 세시 의복 장만한다.
무명 명주 끓여 내어 온갖 물색(物色) 들어내니
자주 보라 송화색(松花色)에 청화(靑華:파랑) 갈매(葛挴:짙은 초록빛)
옥색(玉色:옥빛)이라
일변으로 다듬으며 일변으로 지어내니
상자에도 가득하고 횟대에도 걸었도다.
입을 옷 그만하고 음식장만 하오리다.
떡쌀은 몇 말이며 술쌀은 몇 말인고
콩 갈아 두부하고 메밀쌀 만두 빚소
세육(歲肉)은 계에서 북어는 장에 가서
납평날 창에 묻어 덫을 묻어 잡은 꿩 몇 마린가
아이들 그물쳐서 참새도 지져 먹세
깨 강정 콩 강정에 곶감 대추 생률이라
주준(酒墫)에 술 들이니 돌 틈에 새소리
앞뒷집 타병성(打鉼聲)은 예도나고 제도 난다.
새 등잔 새발 심지 장등(長燈)해 새울적에
윗방봉당<흙바닥 공간:안방 건너방 사이)
부엌까지 곳곳에 명랑(明朗)하다.
촉룡 불 오락가락 묵은세배 하는구나
어와 내 말 듣소 농업이 어떠한고
종년(終年) 근고(勤苦)한다 하나
그 중에 낙(樂)어 있네
위로는 국가 보용(補用:보태서 쓰는일)
사계로 제선 봉친(奉親)
형제, 처자 혼상 대사 먹고 입고 쓰는 것이
토지 소출(所出) 아니라면 돈 지당 누가 할꼬
예로부터 이른 말이 농업이 근본이라
배 부려 선업(船業)하고 말 부려 장사하기
전당잡고 빚주기와 장판에 체계놓기(일수놀이)
술 장사 떡 장사며 술 막(幕)질 가게보기
아직은 잘살지만 한 번을 뒤뚝하면
거지 빚쟁이 살던 곳 터도 없다.
농사는 믿는 것이 내 몸에 달렸으니
절기도 진퇴(進退)있고
연사도 풍흉 있어
수한(水旱) 풍박(風雹) 잠시 재앙 없다고 하랴마는
극진히 힘을 들여 가솔이 일심(一心)하면
살연(殺年)에도 아사(餓死)를 면 하나니
제 시골 제 지키고 떠날 뜻 두지 마소
황천(皇天)이 인자하사 노 하심도 일시(一時)로다.
자네도 헤어보소 십년 가량하면
풍년은 이분(二分:3분의2)이요
흉년은 일분(一分:3분의1)이라.
천만가지 생각말고 내말을 끝이듣소.
하소정(夏小正:월령을 적은 책) 중국 하후때의 빈풍시를 성인(聖人)이 지었으니 지극한 뜻 본(本) 받아서 대강을 기록하니
이 글을 자세히 보아 힘쓰기를 바라노라.

◇후기 : 농가월령가를 쉽게 쓴다고 써 봤습니다. 여러 사정에 의해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간 지면을 내어주신 고령신문사와 읽어주신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영권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