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목욕하기 좋은 계절이다. 날씨가 영하로 내려가면서 여름보다 더 자주가게 된다.
서양격언에 “하루를 즐겁게 살려면 목욕과 이발을 하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 목욕탕에 갈 때는 조금 귀찮아도 때를 벗기고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피로도 풀리고 몸이 개운해진다.
또한 목욕을 하고나면 혈액순환이 잘 돼 잠이 잘 오게 된다.
나는 목욕탕에 가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때가 많지만, 요즘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목욕탕을 점령하고 분탕질을 칠 때면 목욕을 대충하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 행동거지를 보면 참 가관이기 때문이다.
샤워를 하지 않고 물 한바가지 덮어쓴 뒤 알몸으로 탕에 들어가는 사람, 냉온탕을 넘나들며 자기 몸을 과시하는 사람, 마치 헬스장에 온 것으로 착각하며 팔굽혀펴기, 관절운동, 누워서 자전거 타기하는 사람, 탕 안에서 수영하는 사람, 꼬마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가족탕 같이 사용하는 사람 등 참으로 꼴불견이다.
고 황수관 박사의 부친이 목욕탕에 혼자 갔을 때 일화가 재미있다.
등을 밀어 달라고 손자뻘 되는 아이에게 부탁했더니, 열과 성을 다해서 등을 밀어 주어 고맙다고 인사를 하려는데, 그 꼬마 아이가 자기 등을 내밀며 밀어달라고 해 힘은 들어도 할 수 없이 밀어주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세상엔 공짜가 없다는 주고받는 세상이란 것을 느꼈다는 씁쓸한 이야기도 있다.
십 수 년 전, 일본 뱃부의 스끼노이 온천은 내 일생에 잊을 수 없는 추억이었다. 온 산이 노천온천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석양이 붉게 물든 산 8부 능선의 노천온천에 몸을 담그고 노을을 감상하며 하루의 피로를 말끔히 풀던 추억이 지금도 기억에 지워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외국과 우리나라의 목욕문화는 정반대이다. 외국인은 욕탕 안에서 책도 읽고 조용히 사색하고 즐기는 문화인데, 우리는 남의 피해는 의식하지 않고 자기만 혼자 즐기면 된다는 안하무인격이다.
그리고 우리는 때를 벗겨야 된다는 것과 외국은 비누로 때를 씻어내는 샤워 식 문화란 점이 다르다. 때 미는 수건으로 빡빡 밀면 피부가 상한다는 것이 의사들의 예기다.
어릴 때 시골에서 몇 달에 한번 물을 데워 한 대야로 온몸을 씻던 추억이 있다. 얼마나 안 씻었으면 때가 국수처럼 밀려 그 물을 퇴비로 사용하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욕탕에서 물을 너무 많이 낭비하는 버릇이 있다. 유럽의 독일 같은 나라는 물 한 대야로 양치질, 세수, 목욕까지 한다고 하지 않던가?
물 부족국가인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목욕탕 문화를 하루 빨리 받아들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