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등 문사인 나는 연말이 되면 뭔지 모를 야릇한 불안감으로 휩싸임을 어쩌지 못한다. 문학사에 족적을 남긴 문학인들이나 그 단체의 문학상 시상식이 있기 때문이다. 언감생심 내가 그 대열에 끼지 못해서가 아니다. 다다익선이라 하듯 문학상도 많은 것이 나쁠 건 없다. 그 중에 이 상이야말로 좀 의외라 상당히 놀랐다. ‘제주4·3평화문학상 공모’ 라는 광고가 일간지에 실렸기 때문이다.
남로당 무장봉기일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할 때부터 좀 의아하다 생각은 했지만 문학상까지 제정할 줄은 생각도 못했기에 자그만 충격이었다. 양시(兩是)도 양비(兩非)도 아닌 어느 한 쪽을 천길 나락으로 떨어뜨리니 충격은 더했다. 만용(蠻勇)이 되더라도 내 그 결기를 운문 형식으로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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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평화문학상? 어쩌다 그게 ‘평화’가 됐나?
이 나라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고 소리소리 치더니
정의가 실패하고 불의가 득세한 나라라고 원천 부정하더니
학생들, 너희들 재수 없어 이런 나라에 태어났다고 가르치던 교사들!
빨치산 축제에 중학생 데려가던 교사들
세상에 제 나라 욕하고, 제 부모 탓하며 태어난 것이 부끄럽다 하고, 제 집 족보까지 나무라며 부정하는 나라
그래 너는 어쩌다 이런 나라에 태어났느냐?
남로당 무장봉기일이 국가기념일이라니, ‘평화상’이라니
 정부 수립을 반대한 폭도를 진압하려다 희생당한 군경, 공무원의 희생은 개죽음이고
반란을 선동한 불법 ‘남로당’은 죽어 위패로 승화시켜 버젓이 기념관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 
대명천지 이런 나라가 어디 있느냐?

형제가 싸우면 형도 동생도 다 제 자식인데 한 자식은 칭찬하고 다른 한 놈은 쥐어박아야 하겠느냐, 우도 좌도 한 겨레인데 그렇게 모멸 차게 갈라 칠 건 또 뭣이냐
정의가 실패하고 불의가 득세한 나라라더니,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 하더니 그래 이러려고 그 호기를 부렸던 것이냐? 뒤틀린 역사관이 물실호기가 된 것이냐
이 나라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아! 한 많은 ‘제주4·3사건’, 폭동이 평화로 둔갑했다니 평화라는 말이 참 허섭스럽구나, 어디 갖다 붙일 데가 없어서…
건국 방해세력엔 눈 감고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사상만을 ‘반인권’이라고만 소리치는 부정(否定)사관 역사왜곡
어쩌다 그렇게도 비틀어졌느냐?
 
동학이 비적(匪賊)의 민란이었다가 농민혁명군이 된 것은 제대로 된 역사의 평가이다. 반란이었던 것이 시세(時勢)에 따라 혁명이 되듯이, 계유정란의 사육신이 역적이었다가 성종 임금이 충신으로 추앙하라 했으니 그것이야말로 역사의 본령이다 .
그렇다고 엄연한 남로당의 무장봉기까지 뒤집을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무장폭도 그들을 위한 명예회복 특별법이야말로 경천동지할 일이다. 주객이 전도돼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인류문명사에도 그런 역사는 없다. 그걸 배척하는 것이 인류가 추구하는 정의이다.

특별법? 동서양 어느 사회에도, 경국대전이나 대명률에도 그런 법은 없다. 우리 모두 희생자이다. 남로당이었건 토벌대였건 모두 한 나라의 국민이다. 가해자가 피해자이고, 피해자가 곧 가해자이다. 그런데 왜 ‘남로당’만 기념관 짓고 추모하느냐? 가해자도 피해자도 모두 불행했던 시대의 한 희생자라고 왜 못하느냐. 가해자건 피해자건 왜 함께 기념관에 봉안 못하느냐. 화해위원회? 함께 봉안해야 진정한 민족화해이다. 그런 포용의 역사를 왜 열어가지 못하느냐?
이 나라 어떻게 다시 찾고 어떻게 일으킨 나라인가! 나라 일으킬 때 어디 땀 한 방울이라도 흘려봤느냐? 하긴 이 나라 민족반역자가 세운 나라라고 포효(?)했으니 그들에게 구국일념 풍찬노숙, 그 숭고한 뜻을 알기나 할까? 그들의 눈에 유·무명의 선열들의 피와 땀, 순국 헌신으로 이룩한 나라를 어찌 알겠는가. 비틀어진 역사관에서 그 알량한 ‘역사 바로세우기’가 어찌 온전하겠는가. ‘중증 인지부조화(重症認知不調和)’였던 것이 분명하다. 아, 아! 슬프고 애달프고 애석함을 어찌 할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