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성숙도를 측정하는 척도는 문화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조상들이 남긴 문화재를 잘 보존하고 가꾸어 나가는데 초점을 맞춘다면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지난 달 30일, ‘직지(直指)’를 세상에 꺼내놓은 역사 지킴이 고 박병선 박사가 국립 서울 현충원에 안장됐다.
애국자이자 역사학자였던 그는 ‘직지’와‘외규장각 의궤’를 우리에게 남긴 채 삶의 긴 여정을 내려놓고 조국의 품에 잠든 것이다.
향년 88세로 임종하기까지 평생을 해외에서 우리 문화재 발굴에 몸 바치신 우리나라 최초의 문화독립운동가였다.
1923년 서울 저동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후 민간인 최초로 프랑스 유학 비자를 받아 소르본대학에서 역사학과 종교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7년부터 13년 동안 프랑스 국립 도서관 사서로 일하면서 ‘직지심체요절’과 ‘외규장각 도서’를 찾았고, 직지심체요절이 현존하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라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그녀가 찾아낸 직지심체요절이 1455년 판 ‘구텐베르크 성서’보다 78년 빠른 금속활자본이라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직지 대모(代母)’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 것 뿐인가. ‘병인양요’때 약탈해간 ‘외규장각 의궤’ 190종 297책을 145년 만에 고국의 품으로 찾아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녀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책으로 엮으면 장편소설 한편은 넘을 것이다.
그는 왜 그토록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들어가고 싶어 했을까? 유학길에 오를 때 스승 김병도 사학박사는 “병인양요 때 없어진 책을 찾아야 되지 않겠나?”라는 숙제를 내었다.
결국 그 먼지투성이 속에 3천만 종이 넘는 장서를 뒤져 우리 문화재를 찾아내었다.
그것이 바로 세계 최고(最古)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과’ 과 ‘외규장각도서’ 297책이다.
그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조국으로 돌려보내는 운동을 펼쳤다.
그렇게 끈질긴 집념은 서울 G20정상회담에서 빛을 보았다. 우리 대통령과 사르코지 대통령과의 협약에 의해 꿈을 이루게 된 것이다.
  지난 달 24일 영남대 아트 홀에서 해외소재 우리문화재 찾기 운동본부 출범식 및 학술세미나가 있었다.
필자도 고령문화재지킴이 회장 자격으로 참석하여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고 회원으로 가입을 했다.
현재 국외소재 문화재는 20개국에 14만점이 있는데, 일본이 6만5천점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미국, 독일 순이다.
하루 빨리 문화외교를 활발히 펼쳐 도난당한 우리 문화재를 찾아와야 할 것이며, 아무리 많은 돈이 들더라도 사올 수만 있다면 사와야 하지 않을까?
한 가지 더 아름다운 소식은 고 박병선 박사가 유산 2억원과 장서 9박스를 인천카톨릭대학교에 기증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9일은 대가야박물관 강당에서 가야권역사문화지구 세계유산등재를 위한 학술 심포지엄이 있었다.
우리나라 저명한 역사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가야 고분군들을 유네스코 문화유산등재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우리 경북은 이미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안동의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에 이어 고령의 지산동고분군들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날도 멀지 않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우리의 역사는 묻어두기 아까운 일들이 너무도 많다.
이제 우리나라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에 진입한 만큼 나라의 성숙도를 높이는 문화재 찾기 운동에 우리 모두 동참해야 할 것이다.
80평생을 책과 더불어 살아오며 찬란한 우리 문화재를 전 세계에 알리는데 한 몸 다 바친 고 박병선 박사는 진정한 애국자였다.
역사지킴이로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 잊혀지지 않는 그녀의 애국정신과 우리 문화재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영원히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혈혈단신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머나먼 이국땅에서 오직 우리 문화재를 찾아내기 위해 일생을 몸 바친 고 박병선 박사는 진정한 21세기 문화독립운동가로 호칭을 붙여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