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초등학생들이 쓰는 크레파스의 “살색” 이 사라졌다.
특정색을 살색으로 지칭하는 것은 우리와 다른 피부색을 지닌 인종에 대한 평등권 침해가 될 수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이었다.
기성세대들에게는 익숙했던 살색이 피부색으로 인해 서로의 마음을 갈라 놓을 수 있다는 우려가 당연한 현실로 다가 온 것이다.
민족주의.혈통주의가 유독 강한 우리의 관습에 비추어 볼 때 다문화 가정을 고운 시선으로 보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가난의 대물림, 불편한 생활, 저출산 등으로  늘 농촌은 어렵게 고통을 이겨왔다.
젊은이들은 떠나고 도시화에 따른 소외감에 농업의 기반마저 흔들리는 구조가 되는 듯 했다.
특히 농촌에 시집을 오기 꺼려하는 도시처녀들은 차라리 독신녀의 길을 택하는, 경제발전과 산업화와 더불어 잉태한 모호한 결과물이 되었다.
농촌이 결혼 이주여성들로  늘어가고 있는 지금, 다문화가정은 이제 우리의 이웃으로 성큼  다가왔다. 3D업종을 꺼려하는 젊은이들 또한 이주노동자들의 유입을 급속히 증가시킨 요인이 되었지만  중소기업들의 생존에 힘을 실어주는 순기능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세계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이제 현실을 인정하고 그들이 겪을 수 있는 문화적 갈등과 어려움을 이해하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관내에도 200여 가구를 육박하고 학생 수는 52명이 있는 지금 그들에게 실질적 지원과 정착 프로그램을 통해 안정된 일자리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지자체의 획기적인 정책이 필요한 때이다.
갈수록 고령화 되어가는 농촌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발전의  구심점을 모색하는데 그들의 지혜와 힘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남 진주에서는 이주 초기 언어의 장벽과 문화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마을 이장은 물론 부녀회장, 민원모니터 요원, 아동보육사, 영어강사 등 각 분야에서 맹활약을 하는 결혼 이주여성들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예고하는 좋은 예이다.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다문화가정 세대수와 그에 따른 제반 문제 등을 고려해 정부에서도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 실시하고 있지만 아직도 미흡한 부분이 적지 않다.
그동안 다문화가족 정책이 결혼이주세대 당사자의 정서적, 성공적 안착의 지원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국제결혼 2세대들이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차별받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환경과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특히 학교와 지자체가 서로 연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그들의 사회문화적 적응력을 키워 가는데 앞장서야 할 때이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곱지 않은  편견과 시선을 거두고  그들을 진정 가슴으로  받아 줄 수 있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그들이 어쩌면 우리 농촌사회의 새로운 주류로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는 미래세대의 소중한  인적 자원이자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또한 교육현장에서는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중요한 교육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편협된 낡은 혈통주의에서 벗어나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나설 수 있도록  우리가 그들의 이웃으로 먼저 다가가야 한다.
한해의 끝자락에서 외롭고 어려운 다문화 가정은 없는지 따뜻한 관심으로 살피고 보듬어 주는 아름다운 마음들이 우리 고령군에서도 넘쳐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