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경(68) 박사는 1975년에 의사면허를 취득, 1981년에 마취통증의학 전문의자격증을 취득했다. 대구가톨릭대학병원 초대 정보실장과 교육연구부장을 역임하고 37명의 마취학과 전문의를 배출했고, 전공의도 10명을 배출하여 후학 양성에 특별한 공로가 있다. 그리고 가톨릭대학병원장(10대, 11대)을 두 번씩이나 역임하고 병원의 보직을 두루 거쳤다.
조 박사는 ‘어떤일을 맡으면 그 일을 봉사라 여긴다는 것’이 제자들 사이에 정평이 나있다. 병원 보직 외에도 대한마취과학회 대구경북지회장, 대한통증학회 대구경북지회장, 제6차 아세아오세아니아 부위마취국제부이사 등 학회의 중책을 원만히 수행했다. 이처럼 한평생을 사랑과 봉사의 삶을 살아온 조성경 박사의 의료인으로서의 철학과 지론을 들어본다.                 대담 / 최종동 논설위원

▶의사(醫師)의 정의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의사란 의학전문가로서 인체의 질병, 손상, 각종 신체 혹은 정신의 이상을 연구하고 진단, 치료함으로서 인간의 건강을 증진하고 유지하며 회복시키는 일을 수행한다”라고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여러 가지 직업에는 이행해야 할 사회적 책무와 지켜야 할 윤리강령이 있듯이 전문직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더욱 중요시 된다고 하겠습니다.
현재 우리 의료계를 살펴보면, 학창시절부터 동료애는 없고 오로지 경쟁상대일 뿐이고 전문의가 되어서도 존재 목적이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인술, 환자 만족보다는 경직된 조직의 틈바구니에서 진료를 하게 되지요. 그로인해 환자는 보지 않고 데이터만 체크하며 컴퓨터모니터에 얼굴을 묻고 시원한 답변 한번 없는 의사, 이제는 고쳐야 하고 우리 스스로 변해야 한다고 봅니다.
의사는 전문직업인이라 사회와 분리된 생활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현실사회에 참여하는 의사, 사회에 봉사하면서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이라 봅니다.
의사라는 직업은 사람들을 가장 많이 접하고 밀접한 관계를 맺는 직종입니다. 그럼에도 사회에 관심이 부족한 이유는 과도하게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의료 환경이 가장 큰 문제라고 봅니다.

▶고령사랑이 남다르시다고 들었습니다
25여 년 전 고령군 다산에 터 잡을 때부터 저는 고령과 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흙과 가깝게 살고 싶다는 일념으로 도시의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고 꽤나 넓은 땅을 구입, 이사를 했으나 그린벨트 지역이라 마음대로 건물을 지을 수 없었습니다. 남들이 생각하는 전원주택과는 거리가 있는 30평 정도의 건물 외에는 모두가 밭과 축사였습니다.
거기서 하나하나 일구어 나갔습니다. 단감나무와 매실, 목련, 두릅을 심고 개와 오리, 닭, 거위, 원앙, 문조 등 동물들도 기르고 간이 비닐하우스에는 상추, 파 등 채소를 가꾸며 흙냄새를 맡으며 살았습니다.
그러다 6년 전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듯이, 친구의 안내로 낫질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웃 주민들을 초대해 집들이를 하고 가깝게 지내다보니 정이 많은 이분들에게 해드릴 수 있는 것을 생각하던 중, 대구 가톨릭대학병원과 자매결연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낫질마을과 ‘농촌사랑’ 자매결연 하여 주민들에게 다소의 진료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마을에서는 그 보답으로 기념비를 세우고 대학병원 전 직원을 초청해 푸짐한 돼지고기 파티를 열어주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말로만 듣던 도농(都農) 상생의 모델이 아닌가 합니다.
그동안 주민들과 관광 나들이도 하고 서서히 마을분위기에 동화하면서 주민들과 친밀감을 더해가는 것을 큰 보람으로 여기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고령영생병원 원장으로서 소회(所懷)를 말씀해 주십시오
고령영생병원은 역사가 깊은 병원입니다. 1957년 경찰의원으로 개원하여 1988년 영생병원으로, 그 후 고령군립 노인복지병원으로 지정되고 영암의료재단의 고령영생병원으로 군민들의 건강을 일정부문 챙기고 있습니다.
재단 설립자이신 故 유일성 박사의 업적을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들께서, 유 박사님 계실 때부터 진료를 받았다는 말씀에 더욱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집니다.
중국 변혁기의 정치가이며 의사였던 손문선생이 남긴 소의치병(小醫治病), 중의치인(中醫治人), 대의치국(大醫治國)이란 말을 떠올려보면서 기술만으로 명의가 된 유명한 의사(Famous Doctor)보다는 환자의 얼굴을 쳐다보며 마음을 열고 환자의 고통을 이해해주는 좋은 의사(Good Doctor)로서 살아갈 수 있어야겠다고 늘 다짐하면서 진료에 임하고 있습니다.

▶외부인이 본 인간 조성경 박사
전문의들이 본 조 박사는, “의대 제자들만도 수십 명을 길러내고 대구가톨릭대학병원장을 두 번씩이나 연임하셨고, 세계 통증전문의 학술대회의 이사까지 역임하신 분이 굳이 친절교육 강사자격과 GAMMA trainer 자격, CEO 포럼 등 사회교육 학습장에 들어와서, 그것도 여러 달 이상 공부하는 자세에 겸손한 학구적인 지성을 볼 수 있었다”고 평한다.
서울대학 이OO 교수는, “의사의 평균적 소득으로 봐서 좋은 동네 아파트나 크고 멋진 고급주택가에서 삶직도 한데 지극한 농촌사랑으로 고령에 농장을 꾸민 소탈한 성품에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김OO 매일신문 명예주필은, “혼자 자연속에 들어가 전원적 낭만이나 즐기자는 호사로움에서가 아니라, 의료혜택이 덜 미치는 시골분들에게 자신의 의술로 봉사와 상담을 겸하면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존경심마저 든다”고 한다. 그의 농촌사랑과 환경사랑에 낙동강 환경운동 본부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정OO 대구한의대 의료원장은, “고령의 풍광 좋은 산자락에 터를 잡고 온 동네분들과 허물없이 어울리시며, 원장님의 전원주택이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는 것을 보고 원장님의 소탈하시고 인간미 넘치는 본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시는 것 같아 감동”이라 했다.
그리고 어느 육군 고위장성은, “조성경 박사는 교수로서, 의사로서, 종교인으로서, 소시민적 자연인으로서 삶과 역량, 그리고 주변을 품에 안고 가는 리더십에 존경을 더해가며, 향후 어디서 무엇을 하시던 지금과 다름없이 머무시는 곳마다 즐거움과 발전이 더욱 크게 이어질 것을 확신한다”고 극찬했다.
박유미 간호사는 “자상하게 환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가까이서 본 박사님의 모습에서 학문으로만 알게 된 슈바이처를 떠올린다”고 했다.

조 박사는 틈틈이 고령지역민들을 상대로 강의하며 의료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성인병 예방과 치료, 노인들이 걸리기 쉬운 병 등을 경찰서, 노인복지회를 순회하며 강의한다. 그리고 여러 방송매체에서 특강을 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대구가톨릭대학병원 총장 표창, 공로장, 감사패 등 수많은 상을 수상했으며 대통령 월남참전 유공자상도 받았다.
가족으로는 부인 정순희 여사와 슬하에 1남2녀를 두었는데, 아들은 현재 대기업에 근무 중이고, 장녀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내과의사로 봉직하고 있다. 그리고 차녀는 직장인이며 여섯 명의 외손 친손들의 재롱을 보면서 다복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