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이  어렵게 국회를 통과 했지만 국회는 그 후폭풍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예산심의는 기약없이 미뤄지고 각 당의 집안싸움도 갈수록 오리무중이다. 여론의 눈치를 살피고 몸을 한껏 낮추고 입조심을 하고는 있지만 농어촌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의 심기는 더욱 편치 않다. 
총선은 다가오는데 국민을 설득하고 안심시킬 수 있는 뾰족한 대안이 없는게 여.야를 막론한 공통된 고민이다.
더구나 내년 총선에 출마할 예비후보들은 이 어수선한 틈새시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출판기념회를 비롯한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지역구에 얼굴을 알리고 합법적으로 정치자금을 모금하는데 더없이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출판기념회는 선거법상 큰 제약을 받지 않는다.
일반 후원회의 경우 모금액 상한액이 있는 것과 달리 저서 판매는 금액과 수량에도 제한이 없어 사실상 정치자금임에도 정치자금 관리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또한 기성 정치인들의 경우 수억원의 수입을 올리고도 자금조성의 내역은 물론 사용처도 일절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불법 선거자금으로 전용될 소지가 있다고 의원들 스스로도 인정을 하고 있다.
탈법적 모금이라는 비판에도 밑천 크게 안드는 장사에 의원들이 손 놓을 이유도 없다.
아예 서화전, 바자회 같은 것도 포함시키자는 의원들이 나서서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이니 국민들의 분노를 오히려 증폭시키고 있다.
또한  연말이면 어김없이 선관위는 지방자치단체에 후원금 모금에 동참을 호소하고 나선다.
자발적 권유지만 은근한 압박으로 들릴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깨끗한 정치와 올바른 정치문화를 정착시키고 투명한 정당문화의 재원 조달이라는 점잖은 취지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거기에다 연말 소득공제라는 미끼에  공무원 신분으로  딱히 거절할 명분도  없다.
냉가슴 앓느니 눈치 빠르게 처신하는게 유리할 수도 있다. 수년 째 전국 공무원들로부터 모금한 후원금만 해도 천문학적 숫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소한의 다수결 민주적 절차도  소용이 없는 지금의 국회상을 보면서 과연 누가 자발적 협조라고 이해할지 의문이다.
날로 늘어나는 괴담과 시위에 국민들이 오히려  피곤한 지경이다.
정치는 갈수록 국민의 신뢰를 잃어가는 있는데, 책값에 후원금에 연말이면 정치인의 호주머니만 호황이다.
지역구 행사에 빈손으로 올 수 밖에 없는 오늘의 현실이, 그래서  얼마나 정치가 깨끗해졌는지, 먹고살기 바쁜 국민들로선 옛날이 그립다는 정서가 늘어나고 있다.
선관위가 국민감정을 제대로 읽고 현명한 제도적 장치와 조치가 그래서 필요하다.
이래저래 대한민국은 어떻게든 국회의원에 당선만 되면 정치하기에는 좋은 나라이다.
욕 많이 먹는 사람 치고 일찍 사(死) 하지 않기에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