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어수선하고 어지럽다.
‘최순실의 난(亂)’으로 불릴 만한 국정 농단으로 대통령의 자격론까지 나온다. ‘박근혜 정부’였는지, ‘최순실 정부’였는지 모른다는 말까지 돌면서 정부의 정통성까지 흔들리는 판이다. 헌법상 대통령책임제인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의 위기는 곧 국가의 위기다. 국정 농단의 전모는 그것대로 밝히되 이런 때일수록 냉철한 수습방안을 내놓는 것이 시급하다.
가뜩이나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서민들은 불안하다.
국민이 대통령과 나라를 걱정해야 하는 오늘의 현실이 더욱 안타까울 지경이다.
더구나 하야와 탄핵을 외치는 집회와 시국선언이 잇따르는 한편으로 국민은 분노 못지 않게 국정 혼란에서 빠져나올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불안을 감추지 못하는 실정이다.
결국 여야 정치권이 지금의 비상한 시국에 정치력을 발휘해 조속한 위기 타개에 나서야 하지만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제 역할을 못하는 형편이다. 모든 정치주체가 이 초유의 혼란 속에서 갈팡질팡하는 지금, 나라의 위태로운 운명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현장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리지만 위기를 헤쳐 나갈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여기다 공직사회도 패닉 상태로 빠져들면서 무기력증과 복지부동이 심화되고 있어 우려스럽다.
최근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를 보더라도 지금의 경제위기는 예사롭지 않다.
지난 9월의 생산과 소비, 투자는 동반감소해 트리플 침체에 빠져들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갤럭시노트7 사태 등으로 소비가 5년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또 지난 3분기 경제는 0.7% 성장에 그쳐 4분기 연속 0%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수출도 20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이다 지난 8월 반등에 성공했지만 9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1천2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도 뇌관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 말 가계부채가 1천5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은 온 나라가 흔들리는 총체적 비상시국이다. 대통령의 리더십이 제 역할을 못하는 만큼 지자체별로  중심을 잡고 민생을 잘 챙겨야 할 때이다.
무엇보다 경제 활성화와 양극화 해소, 산업 재편 및 구조조정, 가계부채 해소, 부동산 대책 등 헤아릴 수 없는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과제는 행정부의 마지막 보루는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아닌 공직자들이다. 공직자들이 본분을 지키면 국정 마비 사태는 막을 수 있다. 지금은 모든 공직자들이 흔들리지 않고 국정을 이끌고 간다는 확고한 신념과 중심을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