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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운동회, 너마져!
자유기고가 최필동  |  boo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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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11.07  11:3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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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학아동 격감으로 지방의 초등학교가 통폐합하거나 폐교가 되어 교문을 내리게 되더니 대도시에는 운동회까지 사라지게 될 지도 모른다고 한다. 역사와 문물의 발전은 변전이 동력인가?
사라져 가려는 것이 어디 초등학교 운동회뿐일까만 살같이 빠르게 변전해가는 세태를 누가 탓하겠는가. 이름 하여 초기 산업사회를 지나 초고속 IT산업시대가 되면서 우리들 생활 속에 녹아있던 미풍양속이야 잊혀져가도 어린 시절 추억의 고향 초등학교 운동회까지 없어지게 된다니 어쩐지 좀 서운함을 감출 길이 없다는 말이다.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도 한 달 정도는 준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솔가지로 장식한 교문엔 자연색 물감으로 수작업으로 그린 ‘추계 대운동회’라는 간판을 걸고 전날에는 소운동회라고 이름 붙여 요샛말로 리허설도 했다. 준비과정이지만 흥분과 설렘은 본 운동회와 다르지 않았다.
당시는 한 가정에 두세 명의 취학아동은 예사였으니 학생들만의 잔치는 아니었다. 정작 그날은 들판이 텅 빌 정도로 온 주민들 축제의 날이었다. 전래의 농업사회에서 축제라고 이름 붙일 것이 별로 없었던 시대에 운동회야 말로 지역의 큰 행사였다. 갓 쓴 할아버지로부터 노소 없이 모두의 문화적 향유가 되기에 충분했다. 소박한 인정의 소통과 만남의 장이었다.
구태여 당시의 소득 60달러와 오늘의 2만 달러 시대를 비교함이 부질없지만 모든 것이 부족할 때 점심시간에 펼쳐놓은 도시락에는 밥이 주류였으며 김밥이라고 해봐야 소금물로 간을 맞춰 그냥 둘둘 말은 것이 전부였다. 그나마 좀 나은 집은 고구마, 밤이면 최상의 메뉴일 수 밖에 없었으며 거기다 떫은 감 삭힌 것 내놓고 서로 먹으라고 권할 땐 그것이 바로 소박한 인심의 발현이었다.
일가 끼리, 지인들 끼리 사는 얘기도 하고, 뭐니 뭐니 해도 여자아이들의 유희(遊戱 : 당시는 무용을 유희라 했다)가 화제의 압권이었다. 농사일에 찌들다가 단 하루만이라도 자라나는 아이들 재롱을 보는 재미란 비길 때 없이 좋기만 했던 것이다.
오늘날에 비하여 교통통신이 가히 불모일 때 갓 시집간 딸도 유가적(儒家的) 가풍 때문에 정해진 절차를 거쳐야 친정 나들이를 할 때도 있었다. 이럴때 편법이 있었으니 양쪽 중간 지점에서 만난다는, 그것도 몰래 만난다는 ‘반보기’였다. 이 운동회야말로 반보기가 아니라 공인된 만남의 장이었다. 혼기를 앞둔 처녀 총각들의 로맨스도 피고지고 했던 때도 바로 그때였다. 실제로 가약이 맺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저학년 어린이들의 유희 순서에서 실수를 연발해도 탄성이 일고 거기 동화되어 간간히 터지는 어른들의 환호와 폭소는 축제를 절정으로 몰아가기에 충분했다. 아이들 교육의 연장인지 어른들의 잔치일지 구분을 할 수가 없었다. 굳이 말한다면 혼연일체라고나 할까? 이들을 일러 모두 낭만의 계절이라 이름 붙여 보는 것이다. 사실 오늘날과 비교하면 순도 100%의 낭만이었다. 비록 모든 것이 부족해도 마음만은 넉넉하고 순수했다. 순수의 원형질 그 자체였다.
순수는 어른들만의 것이 아니라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땐 ‘가르치고 배우고’가 전부였다. 그만큼 단순했고 순수했다. 또 청순까지 했다. 단순과 순수는 동의어인지도 모른다. 소득 몇 천, 몇 만이면 무슨 소용일까! ‘일진’은 커녕 ‘집단 따돌림’도 없던 그 때가 바로 맹자 성선설의 본령은 아니었을까? 왕조의 시대를 지나 민주주의가 채 자리 잡기 전이기도 했지만, 어찌 됐던 미화(美化)의 의미가 아니라 ‘군사부일체’라는 고전적 의미는 확실히 서있었던 때였다. 그래서 속된 말로 선생님은 화장실도 안 가는 존재 쯤으로 알던 시절이었던 것이다.
오늘의 풍요화.다원화된 사회에서 계층 간 이해득실의 첨예한 대립으로 인한 끝없는 분란을 보고, 차라리 ‘배고픈 시절’이 좋았다는 역설(逆說)을 펴는 사람도 있다. 이 역설을 원용하면 당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교육을 지.덕.체의 함양이라고들 말한다. 오늘의 공교육이 주입식 입시 위주 교육이라고 질타하고 사교육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다고 불편한 진실(?)을 말하면서도 운동회 때문에 시끄럽다는 민원이 발생한다는 사실에선 할 말을 잃어 조금은 맥이 빠질 수 밖에 없다.
개인의 권리는 끝없이 향상돼 가고 있지만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정신은 어디로 가고 개인주의만 만연(蔓延)해가는 오늘 우리 사회의 어두운 모습의 한 단면은 아니었을까...?
국가백년대계는 쉽게 말하면서 지금 막 뜻을 펼치려는 어린이들의 협동과 경쟁 그리고 인성 발달의 광장은 왜 외면하는지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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