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은 선사시대 유적들이 뚜렷이 남아있고 520년간 신비의 왕국 대가야의 도읍지로 일찍이 찬란한 고대문화를 꽃 피웠던 유서 깊은 고장이다. 이런 유서 깊은 고장에 최초의 문화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본 신문사는 5번의 기획취재를 통해 알아봄은 물론 지역 최초의 문화를 다시 한번 살펴보고 문화역사의 중요성을 인식해본다.


효종으로부터 어필비문(御筆碑文)을 받은 박공구(朴羾衢)는 본관이 순천(順天)이고 자는 자룡(子龍)이며 호는 기옹(畸翁)이다.
선조 20년(1587년) 12월 4일 정해(丁亥) 부제학(副提學)·대사헌(大司憲)·이조참판(吏曹參判)·대사간(大司諫)을 지낸 용담(龍潭) 박이장(朴而章)과 참판(參判) 박응복(朴應福)의 따님이었던 어머니 정부인(貞夫人) 충주 박씨(忠州朴氏) 사이에 둘째 아들로 고령군 쌍림면 용담리(龍潭里)의 본제(本第 : 고향에 있는 본집)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성장했다.
한강(寒岡) 정구(鄭逑)의 문하에서 수학한 후 26세가 되던 해인 광해군(光海君) 4년(1612년) 임자(壬子) 식년시(式年試)에서 진사(進士) 2등(二等)으로 사마시(司馬試)에 합격되었으나 성리학(性理學) 연구에만 몰두했다.
인조 원년(1623년) 세자익위사 세마(世子翊衛司 洗馬)로 소명(召命)을 받았으나 거상(居喪) 중에 있었으므로 나가지 않았고 그 후 학행(學行)으로 내시교관(內侍敎官)을 제수 받은 후 관찰사(觀察使)가 유림(儒林)의 공의(公議)를 따라 공을 대군의 스승으로 천거(薦擧)하므로 사부(師傅)로 임명됐다.
봉림대군(鳳林大君 : 효종)의 사부(師傅)로 수년간 지냈는데, 대군이 지극한 예우로 대했고 인조(仁祖)께서도 가상(嘉尙)하게 여겼다.
효종 9년(1658년) 3월 18일 유시(酉時)에 작고하니 향년 72세이었다.
같은 해 5월 20일 신시(申時)에 성주 위곡(蝟谷 : 현재 운수면 유리) 자좌원(子坐原)에 장례를 치렀다.
그 부음(訃音)이 조정에 알려지자 효종은 옛날 정의(情誼)를 생각해 관원(官員)을 보내 제사를 지내고 친히 5척(五尺)의 비석(碑石)에 ‘조산대부(朝散大夫) 대군사부(大君師傅) 박공지묘비명(朴公之墓碑銘)’이라는 비문을 써서 주었으니 이것이 고령지역의 최초 어필(御筆) 비문(碑文)이었다.
 또 묘소 주위에 있는 산과 토지를 하사받았다. 이것은 특별한 예우(禮遇)였다. 어필비각를 세우기 위해 대지를 조성할 때 임금이 공신에게 주었던 땅, 즉 사패지지(賜牌之地)를 뜻하는 성사동(聖賜洞)이라는 바위가 발견됐다. 
문집에는 《기옹집(畸翁集)》이 있으며 저서로는 명의록(明義錄), 성사록(誠思錄), 독서요어(讀書要語) 등이 있다.
비각은 원래 운수면 유리 고승골 마을 뒷산에 위치한 박공구의 묘소 앞에 세워져 있었는데, 1973년 4월 20일 재실인 모덕와(慕德窩) 앞 현재의 위치로 옮겼다.
비각은 사방 1칸 규모로 주위에 담장을 둘러 보호하고 있는데, 후손 박어성(朴魚聖)이 근찬(謹撰)한 어필비각(御筆碑閣)’이라는 현판과 함께 비각 내부에는 ‘조산대부행대군사부박공지묘 영인영천이씨합부(朝山大夫行大君師傅朴公之墓 令人永川李氏合祔)’라 새겨진 묘비가 세워져 있다.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기획공동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