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은 선사시대 유적들이 뚜렷이 남아있고 520년간 신비의 왕국 대가야의 도읍지로 일찍이 찬란한 고대문화를 꽃 피웠던 유서 깊은 고장이다. 이런 유서 깊은 고장에 최초의 문화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본 신문사는 5번의 기획취재를 통해 알아봄은 물론 지역 최초의 문화를 다시 한번 살펴보고 문화역사의 중요성을 인식해본다.


지산동 44호분은 주산성에서 남쪽으로 흐르는 주산 능선의 정상부에 위치해 있다.
고분의 아래쪽은 경사면이며, 위쪽에는 비교적 넓은 평지가 있고 완만한 경사로 이웃해 있는 45호분과 연결된다.
가야문화권 유적 보존 사업의 일환으로 1977년 경북대학교 박물관에 의해 조사되면서 ‘신비의 왕국, 대가야’가 그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게 됐다.
지름 27m, 높이 6m의 대형 분으로, 고분 안에는 가운데에 왕이 묻힌 으뜸돌방과 왕의 내세생활을 위한 껴묻거리를 넣은 창고와 같은 돌방 2기가 있고, 그 주위를 순장자들이 묻힌 32기의 돌덧널이 둘러싸고 있다.
으뜸돌방에는 왕과 생전에 왕을 가까이 모시던 사람으로 추정되는 2명의 순장자가 있었고 딸린돌방에서도 창고지기로 보이는 순장자가 각각 1명씩 확인됐다.
32기의 순장 돌덧널에서는 24명가량의 인골이 나왔으며 썩어서 없어진 인골을 포함하면 약 40명 이상이 순장됐다고 추정된다.
이러한 44호분의 순장은 우리나라 순장고분 중에서 아직은 발견된 적이 없는 최대의 규모이다.
순장이란 높은 사람이 죽었을 때 그를 위해 사람이나 동물을 죽여서 함께 매장하는 장례 풍습으로 고대사회에서는 널리 성행했다.
이는 사람이 죽은 뒤에도 삶이 계속된다고 믿었던 고대인들의 계세사상(繼世思想)에 따라 이승에서의 생활을 저승에서도 계속 이어가라는 의미에서 행해진 것이다.
금으로 된 장신구를 착용한 시녀, 고리자루칼과 화살촉 등 무기를 가진 호위무사, 말안장, 말방울, 발걸이 등 마구류를 가진 말과 관련된 직업을 가진 사람, 토기 외에는 별다른 껴묻거리가 없는 일반백성 등 다양한 신분과 직업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출토된 순장자들의 뼈를 분석한 결과 8세가량의 여아에서부터 20대 여자, 30대 여자·남자, 50대 남자 등에 이르기까지 연령이나 성별 또한 다양하다.
일제강점기 이후로 많은 유물이 도굴되었지만 목긴항아리를 비롯한 다양한 토기류와 금귀고리와 마구류, 주인공이 탔을 것이라 짐작되는 말의 이빨과 잉어과의 생선인 누치의 뼈, 닭 뼈 등도 나와 당시의 먹거리를 보여준다. 특히 백제와의 관계를 보여주는 금동그릇, 은장식 쇠창, 등잔과 오키나와가 원산지인 야광조개 국자가 출토돼 대가야의 원격지 교역을 보여주기도 한다.
지산동 44호분은 대규모의 순장, 고분의 입지와 거대한 구조 그리고 많은 부장품이 주인공이 대가야를 호령하던 왕이었음을 증명한다. 44호분은 대가야 박물관의 서쪽에 발굴상태의 실물크기로 복원한 왕릉전시관에서 그 모습을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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