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이라는 직함이 말해주듯 서석홍(73) 동선합섬(주) 회장은 고령을 대표하는 기업인에서 이제는 전국 유수의 내로라하는 기업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 고령이 배출한 ‘자랑스러운 고령인’이다.
우리나라 기업인으로서 무게감이 느껴지는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을 비롯해 4년 임기의 한국P·P(폴리프로필렌) 조합 이사장을 세 번이나 연임했고, 재경영남대학교 총동창회장 등 굵직한 직함이 서 회장을 잘 대변해 준다.
고령과 관계되는 직함으로 재경고령중학교 동창회장, 재경고령군향우회장, 명예고령군수 등 고향발전에 기여하는 봉사단체에는 어김없이 그의 이름이 있다.
서 회장의 성공담 뒤에는 눈물겨운 사연도 많았다.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목표와 신념을 한시도 잊지 않고 매진했지만, 그의 앞에는 항시 험로가 도사리고 있었다고 회상한다. 그러나 그때마다 좌절하지 않았고 끈질긴 생명력과 오기를 바탕으로 버티면서 그 저력으로 남들은 사업을 정리할 나이인 환갑에 새로운 사업에 도전한 것이 주효했다.
20대 후반인 1973년에 ‘동선산업’이라는 작은 나이론재생사 공장을 허름한 가건물을 빌려 창업해 온 가족이 매달려봤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좌절감에 빠진적도 있었다고 솔직히 실토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모노사에서 P·P사까지 아이템을 점차 늘려 공장 규모가 커지면서 확장·이전하기에 이르렀다.
급속한 매출 신장으로 한 때 제2의 대우실업이나 삼성그룹이 되는 게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가슴이 부푼 적도 있었다고 회상한다.
그것도 잠시, 중국과의 수교로 값싼 노동력을 앞세운 중국이 세계시장에 등장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매출급감으로 몇 군데 세운 공장이 오히려 애물단지가 되어 극심한 자금 압박에 시달리기도 했다.
사업을 그만 둘 생각까지 했지만, 언제까지 좌절할 수만은 없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 저력으로 환갑 나이에 새로운 도전으로 산업용 원사와 생분해어망사, 나이론벨크로사 등을 개발해 다시 도약할 수 있었다. 주경야독으로 힘든 학창시절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금년 4월 영남대학으로부터 명예경영학박사학위를 받고 인사말에서 부도직전의 공장을 가족의 힘으로 일으켜 세운 대목에서 부인의 고마움에 목이 메기도 해 식장 분위기를 숙연케 했다. 가족으로 부인 김명자 여사와 슬하에 1남 4여를 두었고, 외아들 장원 군이 경영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