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5일 대가야박물관 대강당에서는 ‘2015년도 국학자료 목록집 정리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번 보고회는 고령을 대표하는 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홍와 이두훈(李斗勳, 1856~1918)선생의 기탁 자료 1만여 점을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정리해 목록집 발간을 기념하는 자리다.

이날 국학진흥원 최연숙 자료관리팀장의 사회로 진행된 행사에 성산이씨 문중 및 지역 인사와 유림들이 대거 참석했고, 한국국학진흥원 관계자들이 참석해 자료기탁 과정과 설명, 발간 도록 증정식 순으로 진행됐다.

홍와 이두훈 선생의 손자인 이진환 前 고령군수는 인사말을 통해 “집에 전해 내려오던 1만여 점의 자료를 후대의 연구와 활용을 위해 2013년 2월에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했다”며 “이 자료는 한 집안의 역사로 간직하기에는 너무도 귀중한 것 같아 기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방대한 자료를 일목요연하게 목록집을 발간해 준 한국국학진흥원에 고마움을 전한다”며 “이는 가문의 영광일뿐더러 우리 성산이문의 자랑으로 간직하겠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 자료를 통해, 기록에만 전해졌던 ‘포고천하문’의 초안문, 국채보상운동 관련 자료의 발굴로 홍와 선생의 독립운동관련 업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지난 2015년 3월 1일 정부로부터 독립유공자 건국포장이 추서되어 홍와 선생의 업적이 공식적으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이날 고령 쌍림 출신인 한국국학진흥원 오용원 자료부장(문학박사, 유교문화박물관장)은 “한 해 수만 건의 개인 소장 자료가 기탁되어 최소 5년여의 검토과정을 거쳐 목록집이 발간된다”며 “홍와 이두훈 선생의 자료집은 불과 1년 반만에 발간했다”고 말했다.

오 자료부장은 “이 자료에서 명성황후 시해사건과 일본의 조선 간섭 등을 알리는 ‘포고천하문’ 초안을 이두훈 선생이 직접 작성, 수정한 사실이 밝혀졌다”며 “이를 바탕으로 곽종석(郭鍾錫 )을 대표하여 이승희(李承熙), 이두훈(李斗勳), 윤주하(尹冑夏), 강구상(姜龜相), 장완상(張完相) 등이 발의하여 미국, 영국, 러시아 등 주한 각국 공사관에 최종본을 발송하였음을 알게 됐다”고 소개하며 최단 시일에 자료집 발간 경위를 소상히 설명했다.

<국채보상운동 당시 고령지역 회장으로 모금운동에 앞장>
홍와 이두훈 선생은 당시 고령군 단연회(斷煙會) 회장으로 선출되어 지역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의연금(義捐金)의 모금 내역이 수록된 10여종의 장부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나라 빚을 갚기 위해 지역민들의 적극적이고 애절했던 모금 활동내역이 담겨 있다.
 
“빚 1,300만원을 갚지 못하면 나라가 망할 것이다. 지금의 나라 돈으로는 해결할 방법이 없으니 2천만 국민들이 3개월 동안 담배를 끊고 매달 20전씩 모아 그 대금으로 빚을 갚아 나라의 위기를 구하자” 고 호소했다. 당시 1,300만원은 우리나라 1년 예산으로 엄청난 금액이었다. 이 운동에 홍와 선생이 앞장섰던 것이다. 홍와 이두훈 선생은 고령지역 단연상채회(斷煙償債會) 회장이자 관리자 입장에서 많은 국채보상운동 관련 자료를 작성하거나 수령하여 관리하였다.

이 자료가 흐트러지지 않고 모두 남아 있어 당시 국채보상운동의 전후 상황을 파악하는데 매우 귀중한 자료다. 이는 한 집안에서 국채보상운동 일괄자료가 남아 있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사례다. 현재 대구박물관에서는 ‘애국의 길 국채보상운동’이라는 제목으로 홍와 선생의 자료를 비롯한 국채보상운동 관련 자료들이 전시되고 있어 홍와 선생의 활동과 국채보상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준비>
국채보상운동은 단지 일본에 진 빚을 갚기 위한 운동이 아니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한 전 국민의 뜻을 모아 애절한 사연이 있는 돈과 폐물 등 소중한 재산들을 나라를 위해 자발적으로 쾌척한 민족운동이었다. 최근 국채보상운동 관련 자료들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의 등재를 위해 서명운동과 토론회, 학술대회 등을 열며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 8일 ‘국채보상운동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발대식’을 가진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