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병활동으로 승화시킨 최후의 1년
송암 김면의 생애에서 최후의 1년은 민족의 대 재난인 임란(壬亂)을 당해 평소 닦아온 학문을 의병활동으로 승화시켜 국난을 극복한 것이 귀감으로 꼽힌다. 김면이 고향인 고령군 개진면 양전동에서 의병항쟁의 기치를 높이든 것은 왜적이 부산에 상륙한 지 28일 만인 5월 11일이었다. 이때 그의 나이 52세, 만여석의 거부이기도 했던 김면은 관군이 패주하고 나라가 위기에 빠지자 “국가가 위급한데 어찌 목숨을 바치지 않고 성인의 글을 읽었다고 하겠는가”라고 하면서 가솔 등 700여 명을 이끌고 창의(倡義)의 선봉에 나섰다. 고령에서 의병을 일으킨 김면은 선조가 서쪽으로 피난했다는 소식을 듣고 즉시 달려가 선조에게 문안을 드리려고 했으나 시급한 일은 몰려오는 왜적을 격퇴하는 일이라고 판단, 말머리를 거창으로 돌렸다. 그가 고령을 버리고 거창을 의병항쟁의 근거지로 삼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고령의 군세(郡勢)가 워낙 잔약해 장기적인 안목에서 지구전을 펴기에는 적당치 못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게다가 거창은 지세가 험준하여 지리(地利)를 이용한 유격전을 펴기가 쉬웠고, 사족(士族)과 일반 백성들이 이미 의병군을 조직할 만큼 적개심이 드높아서 장기전을 펴야하는 의병의 근거지로는 적지(適地)였다. 김면은 우선 현풍의 곽준, 거창의 문위(文緯)·윤경남(尹景男)·박정번·유중용(柳仲龍)을 참모로 삼고 문우인 박성(朴惺)에게는 군량미 조달의 책임을 맡겼다. 일단 군진(軍陣)의 위용을 갖춘 김면은 친제(親弟)인 김회(金澮)와 함께 강좌열읍(江左列邑)에 격문을 띄우자 왜적에게 가속과 재물을 유린당한 인근고을의 백성들이 앞 다투어 그의 휘하에 모였다.

>> 낙동강을 오르내리는 왜적선을 협공해 병참로 차단, 진두지휘
김면은 요원의 불길처럼 일어나는 의병의 군율을 세우고 효과적으로 통솔하기 위해 열읍(列邑)에 유사(有司)를 두어 의병을 장악케 했다. 그 명단을 보면, 안음(安陰)에 정유명(鄭惟明)·성팽년(成彭年), 함양에 노사상(盧士尙)·사예(士豫)형제·박선(朴選), 산음에 오현(吳俔)·오장(吳長 德溪 吳健의 아우와 장남), 임응빙(林應聘), 단성에 이노(李魯)·김경근(金景謹)·이유성(李惟誠), 삼가(三嘉)에 노흠(魯欽)·이걸·박사제(朴士濟), 의령에 이운기(李雲紀)·곽재우·곽구 등으로 이들은 각기 자기 고을의 의병장이면서 김면의 지휘를 받아 연합전선을 펴나가게 된다. 당시 영남의 의병들은 낙동강을 경계선으로하여 거창에 김면, 성주에 정인홍, 의령에 곽재우의 주력부대가 진치고 낙동강을 오르내리는 왜적선을 협공해 병참로를 차단했다.
 

>> 개산포전투에서 첫 승전보를 울리다
의병대장이던 김면은 그의 첫 승리를 선조 25년 6월 9일 고령의 개산포(현 개진면 개포동)전투에서 거둔다. 그는 왜적이 낙동강을 따라 내려온다는 정보를 듣고 군사를 대장산성(大丈山城, 현 고령군 우곡면 도진리 의병성지)과 무계산성(茂溪山城, 고령군 성산면 무계리)에 나누어 배치했다. 그는 이 전투에서 기습작전으로 왜적선을 섬멸하고 80여 명을 목베는 한편 왜적이 궁궐에서 약탈한 보물을 되찾았다. 김면은 연이어 금산, 개령, 지례 등지에 둔진한 10만여 명의 왜군을 때로는 단독으로 ,때로는 정인홍, 곽재우, 김시민 등과 연합해 크게 무찔렀다. 김면은 여기서도 곽재우 부대에게 길을 차단당해 우회하던 왜장 所早川隆景의 5천부대를 기습과 복병전술로 크게 격파했다. 이 전투에서는 당시로선 천민취급을 받던 산척(山尺)들이 대활약하기도 했다. 그는 다시 곽재우와 함께 무계와 정암진(鼎岩津)에서 대승했고, 호남의병장 최경회(崔慶會), 민여운(閔汝雲) 등과 함께 송정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선조는 김면의 진충보국의 공로를 가상히 여겨 합천군수를 제수하고 이어 당상관으로 승급시켰다.
 
>> 선조가 김면을 의병도대장으로 제수하다
김면의 강직하고 공정한 인품은 의주에 있는 선조의 행재소까지알려져 선조는 그에게 경상도의 의병을 총지휘하도록 의병도대장(義兵都大將)을 제수하기까지 했다. 지략과 용병술이 뛰어난 김면은 한편으로 국가의 장래를 내다보며 각 의병 사이의 협조를 이루고 관군과 의병간에 불화를 없애는데 진력했다. 특히 그의 잊을 수 없는 업적은 내전 일보전까지 번진 의병장 곽재우와 경상감사 김수 사이에 충돌을 미연에 막은 사실이다. 당시 김 군수와 합천군수 전견용(田見龍)은 관군과는 아무런 협의없이 향촌을 통솔하는 곽재우를 반역으로 몰아 선조에게 보고했다. 임란이 일어난 이듬해 정월 경상좌도병마절도사가 된 김면은 호서호남의 의병을 모아 개령에 진을 치고 선산에 집결한 왜적을 격퇴할 작전을 계획하던 중 갑자기 병을 얻어 53세의 나이로 진중에서 운명했다. 그는 운명 직전 큰소리로 “하늘이 어찌 나로 하여금 저 선산의 흉적(凶賊)을 평정하지 못하게 하는고, 때냐, 운명이냐”하고 탄식한 뒤 “다만 나라 있는 줄 알았고 내 몸 있는 줄 몰랐다(只知有國 不知有身)”는 말을 유언으로 남겼다.

자료출처-고령김씨 대종회 카페지기 남재 김재호 제공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습니다. /기획공동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