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2호선 종점 문양 역엔 노인들의 천국이다.
역 프렛 홈에 내리면 색소폰 연주단이 귀를 즐겁게 하고, 대형 마트에선 우리 농산물을 가득 채워 놓고, 고객들을 기다린다.
역 주변의 공원은 야외 경로당이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고스톱 판이 벌어지고 대낮부터 소주 아줌마들의 호객행위에 노인들의 얼굴에는 벌써부터 홍당무가 되어 노랫가락과 춤이 터져 나온다.
인근 야산엔 등산객들이 줄을 잇고, 역 주변에는 논매기 매운탕 미니버스가 즐비하다.
산을 한 바퀴 돌아 매운탕 집에서 소주 한 잔 걸치고 점심식사를 한다.
식사 후에는 반드시 화투판이 벌어진다. 해가 서산에 넘어갈 즈음이면 그날 딴 돈으로 마트에 들러 우리 농산물 한 보따리 사서 저녁노을만큼 이나 볼그레한 얼굴에 지하철 공짜로 타고 집에 돌아오면 이 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이게 바로 지상 천국이 아니고 또 무엇이겠는가.
요즘 항간에 떠도는 우스갯소리가 재미있다.
이름하여 ‘지공선사(地空禪師)’ ‘지하철 공짜로 타고 경로석에 정좌하여 눈감고 참선하는 노인’을 뜻한다.
직장에 퇴직을 하고 공부를 더 한다고 ‘하버드 대학원에’ 나간다나? ‘하는 일없이 바쁘게 드나드는 대학원’ 말이다.
‘하와이 대학원’도 있다나? ‘하는 일없이 와이프 뒤만 졸졸 따라 다니는 대학원’이란 뜻이란다. 갈수록 태산이다.
하와이 대학원을 수료하고는 ‘동경대학원’을 다녔다.
‘동네 경로당’을 말한다. 동경대학원을 마치고 나니, ‘방콕대학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방구석에 콕 들어박혀 있는 대학원’이란 뜻이다.
지하철 2호선 반월당역 또한 노인 천국이다.
여름이면 시원한 에어컨에 우리 가락 한마당이 흘러나온다.
겨울이면 온풍기에 온갖 먹 거리와 쇼핑 천국이다.
대구의 중심부에는 경상감영공원과 달성공원, 그리고 두류공원이 있다.
이 곳들도 노인 천국이다.
시원한 그늘에서 장기와 바둑을 즐기고, 내기윷판, 고스톱 판이 벌어진다. 가끔씩 행사가 있는 날엔 무료급식이 배급되기도 한다.
오늘 날 현대 의학의 발달로 해마다 노인인구가 증가하는 실정이다. 전국 공원 어디를 가도 노인들만 우글거린다.
이대로 가다가는 젊은이 한 명이 노인 열명을 먹여 살려야하는 시대가 도래 할 날이 멀지 않았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 중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천만을 넘어서고 있어 전체 인구의 4할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저 출산 고령화 인구증가로 심각한 문제에 도달한 것 같아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수년 전 일본 여행을 갔었는데 거기는 우리와 달랐다. 공원에서 놀고먹는 노인들이 없었다.
일거리가 없으면 거리에서 청소나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고 다시 한번 놀랐었다.
노인들이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든지, 하다못해 공중화장실 청소를 도맡아서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직장이나 공무원의 정년도 연장을 하는 추세였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어디를 가도 놀고먹는 노인들 뿐이다.
전국 어디를 가도 지하철역이나 공원에는 노인들로 초만원이다.
하루 속히 노인문제에 대한 위정자들의 정책입안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노인천국(老人天國)이 아니라 ‘노인천국(老人賤國)’이 될 날도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