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3월 11일 치러질 제1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벌써 혼탁 양상이라는 조짐이다. 전국의 농협 수협 산림조합 1389곳 중 1364곳(98.2%)의 조합장을 뽑는 첫 동시선거다.
투표권을 가진 조합원 만 297만여 명이다. 그동안 단위 조합별로 조합장을 선출했지만, 부정선거 시비가 잦아 선관위에 일괄 위탁한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전국 입후보자가 4000명을 넘어 3대 1의 경쟁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19일 대구·경북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전국동시조합장선거와 관련한 각종 위법행위는 이미 선거 100여일전부터 속출하고 있다.
구미에서는 지난해 9월, 구미칠곡축산업협동조합선거의 입후보예정자 A씨가 조합원들의 단체 체육대회 행사에 참석한 뒤 자신의 학력과 경력이 적힌 명함을 조합원들에게 주면서 지지를 호소한 혐의로 선관위로부터 경고처분을 받았다. 대구시 달성군의 한 농협조합원도 산행 후 뒤풀이 모임자리에서 현직 조합장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가 경고조치를 받았다.
또한 경주 수협조합장 입후보예정자 C씨는 지난해 12월초 상대방 입후보예정자 D씨에게 불리한 내용의 기사가 게재된 신문 130여부를 조합원에게 돌리다가 선관위에 적발됐다.
재선 가능성이 높았던 현 조합장의 치부를 들추고, 이를 이용해 조합원들로부터 표심을 얻으려 했던 사례다.
조합장 선거가 혼탁해지는 것은 무엇보다 조합장이 해당 지역에서 제왕적 권한과 지위를 갖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 1151곳의 조합장을 뽑는 농협의 경우 조합장이 되면 4년 임기 동안 5000만~8000만원의 연봉에다 성과급 판공비 활동비를 별도로 받는다.
큰 조합들은 억대 연봉에다 비서 차량 운전기사까지 제공된다고 한다. 더구나 조합장 전결로 금리와 한도를 정해 대출해주고 각종 사업에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지역의 정치권도 무시하지 못하는, 당선만 되면 특권과 영향력은 물론이고 해당 지역에서는 많은 권력을 누릴 수 있는 자리이다. 농협은 조합원인 농민의, 농민에 의한, 농민을 위한 자율조직이다. 조합장은 조합원의 봉사자일 뿐이다.
소지역주의에 학연·혈연 등이 뒤엉키고, 향응제공·후보자 매수 등 그릇된 선거관행이 그동안 난무했다. 이런 관행이 다시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선관위가 위탁을 받은 만큼 엄중한 선거관리와 강력한 처벌을 병행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공명선거에 대한 요구가 높은 상황이다. 조합원들도 후보자의 자질과 경영능력을 검증하는 깨끗한 선거문화 조성에 앞장서야 한다. 첫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위법행위가 없는 ‘청정 선거’로 우리지역도 이루어져 지역의 상생과 발전에 시금석이 되어야 한다.< 저작권자 © 고령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