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옥련 대한적십자 고령군 지구회장. 어렵사리 인터뷰에 응했지만 쉽게 속내를 털어놓지 않는 아직도 처녀시절의 수줍음과 부끄러움이 가득한 서옥련 씨(다산면 평리리), 별로 자랑할 것도, 내 세울 것도 없다면서도 얼굴은 자신감과 행복감으로 충만 해 있다.
고령군 생활개선 관리사로서 독거노인분들을 직접 방문하거나 안부전화를 통해 어려움을 보살피는 일로 늘 바쁘다.
2005년 결혼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해 그동안 농촌지역의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데도 남다른 능력을 보여주면서 지역의 적십자 봉사활동도 17년이나 놓지 않고 이어져 부지런함의 대명사로 불러지고 있다.
천재지변, 자연재해 등으로 어려운 이웃이 생기면 가장 먼저 달려가는 것, 또한 적십자 회원 본연의 일이다.
늘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할 수밖에 없는 그녀의 삶이 지역사회가 온전하게 버텨주는 힘이 되는지도 모른다.
지난해부터는 고령군 적십자의 중책을 맡아 늘 바쁘지만 그래도 지금이 인생 2막의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1984년 결혼과 함께 다산으로 이사온 이후 온갖 생활고와 시련, 고통이 있었지만 별 탈 없이 잘 자라 준 아이들, 늘 곁에서 든든한 지원군인 남편, 이제야 삶의 의미를 조금씩 깨달아 간다는 그녀는 작년에 ‘화려한 외출’이라는 시집을 내면서 고령문협 회원으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삶이 힘들고 지칠때 마다 마음의 위로를 얻고 어릴적 품었던 꿈을 조금씩 채워가는 그녀는 어쩌면 지금 이 시간을 가장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으로 만들어 가는지도 모른다.
이제 조용하게 자신의 삶에 충실하고, 이웃과 사회를 아름답게 가꾸는 일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싶다는 서옥련 씨, 고령사람으로서 최고의 소박한 열망을 간직한 그녀, 끝내 나이를 밝히지 말아 달라는 부탁에 기자는 그저 “18세 꿈 많은 문학소녀로 기억하겠다”고 하고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그녀가 건네 준 ‘화려한 외출’ 시의 일부다.
“얼마나 많은 날을 기다려 왔던가? / 덩그러니 놓여 있는 거울 앞에서 / 주저리 주저리 삶을 흘려 놓고 / 지난 날의 끝없는 욕망을 허구속에 묻어둔 체 / 중략 “비로소 이제 웃을 수 있다 / 수정보다 더 맑은 햇살아래 / 향기로운 바람에 실려 / 지금 막 화려한 외출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