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많은 자치단체들이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여 우후죽순처럼 지방박물관을 건립했지만 한해 방문객이 수천 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방박물관이 대다수이고 심각한 운영난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고령군에서는 우리나라 최초이자 최대의 순장묘로 밝혀진 고령군 지산동고분군 44호를 재현한 대가야왕릉전시관이 지난 2000년 개관한 것을 시작으로 2005년 대가야역사관이 문을 여는 등 대가야박물관이 제 모습을 갖추었고 지방박물관으로서는 드물게 많은 관람객을 끌어들이면서 지역 관광산업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이는 지난 2000년 왕릉전시관이 문을 연 이래 지난해 10월 말까지 대가야박물관을 관람한 방문객 수가 한해 평균 16만 명으로 타 지방박물관과는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지방박물관을 설립했지만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인 가운데 이번 기획취재에서는 고령군의 대가야박물관이 이런 현실 속에서도 어떻게 많은 관람객을 끌어들이면서 성공할 수 있었는가를 조명해보고 지방박물관 운영의 노하우를 알아본다. 또한 이번 기획취재를 통해 지방박물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함께 알아보고 이를 군정에 적극 반영토록 유도할 방침이며, 이번 5회에서는 타 지방박물관의 현황에 대해 알아본다.

▲합천박물관
옥전고분군이 위치한 경남 합천군 쌍책면 성산리에 자리잡고 있는 합천박물관은 총 사업비 80억 5천만원으로 지난 1999년 12월 착공해 2003년 1월 완공한 후 다음해인 2004년 12월에 문을 열었다. 대부분의 전시유물이 옥전고분군에서 출토된 것이어서 박물관의 위치 또한 고분군 바로 아래에 있다. 먼저 박물관 유물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옥전고분군은 대형분 27기와 소형분 1천여기로 구성돼 있으며, 9기의 대형분과 138기의 소형분을 발굴했고, 나머지는 미발굴 상태다. 이곳 옥전고분군 발굴 현황을 보면 지난 1985년과 1986년 사이에 경상대학교박물관에서 처음으로 50기를 발굴해 금동제 화살통 등 1,006점의 유물이 출토된 것을 시작으로 경상대박물관에서 지난 1992년 2월까지 총 5차에 걸쳐 146기의 고분 발굴에 나서 용봉문 환두대도, 금제류, 로만글라스, 마갑, 단봉문 환두대도 등 총 2,508점의 4세기 중엽에서 6세기 중엽의 유물이 출토됐다. 현재 이곳 출토 유물 대다수는 발굴단체인 경상대학교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으며, 일부 중요 유물 18점은 중앙박물관에, 김해박물관에 23점이 소장되어 있다. 이곳에서 출토된 중요유물을 보면 철기로는 용봉문환두대도(2점), 봉황문환두대도(5점), 용문장환두대도(1점), 은장환두대도(3점), 환두대도(28점), 투구(13점), 판갑옷(2점), 찰갑옷(9점), 경갑(7점), 말투구(6점), 말갑옷(3점), 기타 각종 말갖춤새, 유아이기, 철제무기, 농기구 등이다. 또 토기로는 장경호, 단경호, 그릇받침 등이며, 장신구류는 금동제보관(2점), 은제보관(1점), 관모(1점), 귀걸이, 팔찌, 목걸이 등이 출토됐고, 로만글라스나 청동합 등 특이한 유물도 입부 출토돼 눈길을 끌었다.
옥전고분군 아래에 건립된 합천박물관의 현황을 보면 주차장을 포함해 총 29,343㎡ 부지에 연면적 2,433.09㎡, 건축면적 1,438.63㎡의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여 110여점, 복제 150여점, 기증 52점 등으로 200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2014년 2월 현재 합천박물관에서는 대여 148점, 복제 189점, 기증 7점, 기탁 8점, 자체보유 31점, 보관유물 8점 등 총 391점이 전시되고 있으며, 수장고에는 대여 29점, 복제 6점, 기증 345점, 기탁 730점, 자체보유 5점, 보관유물 1점 등이 있다.
합천박물관 전시실을 전시공간별로 살펴보면 『다라문화실』에는 다라국의 철 생산을 알 수 있는 갑옷과 투구, 각종 고리자루큰칼과 말갖춤 등이 전시되어 있고, 대외교류의 산물인 로만글라스를 비롯한 금속유물들과 국왕을 상징하는 보관과 관모, 각종 의기류도 살펴볼 수 있다. 이어 『다라역사실』에서는 다라국 고분의 변천과정을 통해 지배층의 권력을 짐작할 수 있으며, 각 시기별 토기를 통해 변화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전시실 중앙에는 가야의 고분을 대표할 만한 다라국 최전성기 국왕의 무덤인 옥전M3호분의 덧널이 실물 크기로 재현되어 있어 가야시대 당시의 고분 내부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또한 M3호분에서 출토된 4자루의 용봉장식고리자루큰칼과 가야 최고의 조형미를 자랑하는 원통모양 그릇받침 등 다른 가야지역에서 볼 수 없는 화려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또 『합천역사실』은 합천의 전 시대 역사와 변천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다. 백제와 신라의 전략적 요충지로서 역사적인 대야성전투가 벌어진 역사의 현장, 고려시대 경남 서북부 일대의 행정중심지 합주가 될 수 있었던 역사적 배경, 조선시대 합천이 배출한 위대한 인물인 남명 조식과 내망 정인홍, 임진왜란 당시 합천 의병의 역할과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로, 합천의 향교와 서원, 합천의 대표적인 고건축, 사찰과 절터, 한말일제시대의 합천 등 합천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이밖에 야외유적으로는 합천군 삼가면 일대에 있었던 가야시대 강력한 정치집단의 존재를 알려주는 고분인 ‘삼가고분 재현(삼가 M2호분)’, 합천군 대병면 대지리 절터 금당 주변에 흩어져 있던 석탑 부재를 복원한 ‘무학대사 유허지 출토 삼층석탑’, 합천의 가야왕국인 다라국 지배층의 고분군인 ‘옥전고분군’ 등이 산재해 있다.
합천박물관 내에는 전시실 외에도 갑옷 입어보기, 발굴체험, 스크래치하기, 탁본하기, 토기편 맞추기, 다라국 옷 입어보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타 박물관에서처럼 합천박물관에서도 전시외 다양한 사회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주민들과 지역의 역사와 문화의 이해를 통한 소통을 추진하고 있다.
‘박물관대학’이나 ‘문화강좌’ 등의 성인 교양프로그램은 합천의 역사와 문화뿐만 아니라 한국 및 세계의 역사와 전통문화에 대한 전문가의 강연과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린이·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으로는 ‘엄마와 함께 하는 어린이박물관학교’, ‘찾아가는 박물관교실’ 등으로 어린이 및 학생들에게 체험 위주의 참여 학습방법을 활용해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고 있다. 또 현장학습 프로그램으로 ‘문화유적답사’와 ‘토요 역사기행’을 통해 문화유적을 직접 답사해 유물에 대한 이해를 돕고, 현장에서 역사와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합천박물관은 현재 인건비를 제외한 운영비로 연간 약 1억5천만원을 사용하고 있으며, 연간 입장료 수입은 500∼600만원에 그치고 있어 타 지방박물관들과 마찬가지로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합천박물관의 조원영 학예사는 “지방박물관의 역할을 지역민에 대한 문화적 역할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해야겠지만 현재 전국 대부분의 지방박물관들이 운영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다”며, “중앙정부에서 박물관 건립에 대한 지원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운영비 등 다양한 면에서의 지원도 적극 검토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성주박물관
경북 성주군에는 지금까지 지방박물관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성주군 내 대가야시대 고분군인 성산동고분군을 중심으로 하는 사적정비사업에 성주박물관 건립을 본격 추진해왔다. 성주군은 지난 2009년 9월부터 박물관 건립을 포함한 관련 사업을 본격 추진해온 가운데 지난 2012년 9월에 당초 박물관 건립계획을 전시관 건립으로 축소하면서 성주군의회를 중심으로 용역비 낭비 등 논란이 일었었다. 성주군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군에서 추진하던 성주박물관인 성산동고분군박물관의 국가문화재 추진에 어려움이 많았고, 박물관 건립 시 주무부서가 문화관광부여서 전시관 주무부서인 문화재청에 비해 상대적으로 추진이 쉽지 않은 점 등을 전시관으로의 전환 사유로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박물관 건립 시 이에 따르는 유지비용 등의 고민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지방박물관을 건립해 운영하고 있는 상당수 자치단체가 운영비용에 비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성주군이 추진중인 전시관의 중심인 성산동고분군은 일제시대에 4기를 발굴했으며, 1980년대 들어 계명대박물관에서 5기를 발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분군발굴과 관련 성주군 관계자는 “성산동고분군 전시관 건립 등 관련 사업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예산이 허락하는 대로 발굴작업을 계속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현재 성주군에서 추진중인 성산동고분군 사적정비사업의 내용을 보면 총 사업비 194억원 가운데 성산동고분군 전시관 건립에는 93억원(국비 27억9천만원, 도비 19억5,300만원, 군비 45억5,700만원)으로 지난해까지 총 40억을 투자했고, 올해 10억원, 내년도 43억원을 각각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이 93억원이라는 투자규모를 감안해보면 박물관이 전시관으로 규모가 축소되었다고는 하지만 전시관 건립 후 제대로 된 향후 운영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함께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습니다.
   /기획공동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