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 차림 인사들이 빼곡한 엄숙한 분위기의 강당. 줄지어 선 화환 사이로 박수를 받으며 근엄한 표정으로 입장하는 단체장. 과거 흔히 볼 수 있었던 취임식 모습이다.
선거 때 뜻을 함께했던 당원이나 지역 유지들을 불러 화려한 승자의 잔치 또는 가문의 영광으로 착각하는 취임식도 예전에는  있어 온 게 사실이다. 내달 1일 출범하는 민선 6기에선 취임식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모두가 세월호 참사의 여파를 의식하고 비용과 거품을 줄이면서 섬김의 자세로 주민과 함께하는 행사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취임식을 아예 하지 않겠다는 단체장도 나오고 있다.
일부 광역단체 당선인의 취임식 풍경도 이색적이다. 3선에 성공한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별도의 취임식 없이 독도 담당 자치단체장으로서 독도수호 의지를 알리고자 취임 첫 날 독도로 달려간다.
또한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취임식 대신 토론회 형태의 ‘도민과의 대화’를 개최, 민선 6기 도정을 이끌어가는 데 필요한 도민의 아이디어를 얻기로 했다. 김기현 울산시장 당선인도 취임식 행사를 아예 생략한 채 시장 집무실에서 시장과 대화하기를 원하는 시민들과 만나는 ‘온라인 취임식’을 계획하고 있다.
또 취임 첫날 점심에는 사회복지센터를 찾아 원생들에게 배식 봉사활동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탈권위적이고 시민에게 봉사하는 시장이라는 이미지를 실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더구나 세월호 사건을 수습한다고 국정은 한발 앞으로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연이어 터지는 각종 사고에 사회적 분위기마저도 냉랭해졌다. 1995년 지방선거 실시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 또한 현실이다.
이번에 선출된 단체장들은 어려운 시기에 무엇인가 변해야 되겠다는 의지와 재정 사정을 감안해 취임식은 화려함보다 간소하면서도 그 지방 실정에 맞는 특색있는 취임식이 되어야 한다.
꽃다발을 목에 두르는 잔치성 취임식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국가를 개조해야 하는 산적한 국가적 과제를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앞장서 실천하는, 의미 있고 의지가 담긴 취임식이 되어야 한다.
다행히 경북 시.군 단체장 당선인들도 조용한 취임식을 진행하기로 전해졌다.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 예산절약 및 세월호 참사의 여파가 아직 남아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최대한 몸을 낮추려는 인식이 대다수라는 분석이다.
또한 단체장들의 솔선수범으로 인해 소속 단체 공무원들에게도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이처럼 각 단체장들의 화려한 취임식이 사라지고 실무적이고 소박한 취임식을 계획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물론 형식의 소박함도 중요하지만 업무의 효율성과 전문성도 중요하다. 실무에서도 전시행정이라는 비난을 받기 전에 진정으로 지역민을 위한 행정을 펼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