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많은 자치단체들이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여 우후죽순처럼 지방박물관을 건립했지만 한해 방문객이 수천 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방박물관이 대다수이고 심각한 운영난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경북 고령군에서는 우리나라 최초이자 최대의 순장묘로 밝혀진 고령군 지산동고분군 44호분을 재현한 대가야왕릉전시관을 지난 2000년 개관한 것을 시작으로 2005년 대가야역사관이 문을 여는 등 대가야박물관이 제 모습을 갖추었고 지방박물관으로서는 드물게 많은 관람객을 끌어들이면서 지역 관광산업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이는 지난 2000년 왕릉전시관이 문을 연 이래 지난해 10월 말까지 대가야박물관을 관람한 방문객 수가 한해 평균 16만 명으로 타 지방박물관과는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지방박물관을 설립했지만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인 가운데 이번 기획취재에서는 고령군의 대가야박물관이 이런 현실 속에서도 어떻게 많은 관람객을 끌어들이면서 성공할 수 있었는가를 조명해보고 지방박물관 운영의 노하우를 알아본다. 또한 이번 기획취재를 통해 지방박물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활성화 방안도 함께 알아보고 이를 군정에 적극 반영토록 유도할 방침이며, 이번 2회에서는 대가야박물관의 시설 현황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부>

대가야박물관은 경상북도 고령군 고령읍의 대가야시대 왕릉이 모여 있는 지산리의 주산 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대가야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주변의 문화유적과 연계한 문화관광 거점으로 자리매김하여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함은 물론 학술연구 및 역사의 산 교육장으로 기능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 주로 지산동고분군을 비롯해 고령군 관내에서 출토된 대가야시대를 중심으로 선사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고령의 역사와 관련된 유물과 유적을 종합적으로 전시·소개하고 있다.
대가야박물관의 주요 시설물은 지난 2000년 9월 문을 연 ‘대가야왕릉전시관’과 2005년 4월 개관한 ‘대가야역사관’, 그리고 2006년 3월 개관한 ‘우륵박물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가야왕릉전시관
대가야왕릉전시관의 규모는 대지면적 8,065㎡, 건축면적 1,274㎡이다. 지상1층·지하1층의 돔형건물로 1,107㎡의 전시실과 100㎡의 수장고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사업비는 약 50억 원이다.
특히 300여 평의 전시실은 지산동44호분의 내부구조를 발굴당시의 모습으로 재현해 놓아 관람객들이 실물크기로 복원된 고분 속으로 들어가 무덤의 구조와 축조방식, 주인공과 순장자들의 매장모습, 껴묻거리의 종류와 성격 등을 직접 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전시관의 중앙에는 지산동44 고분이 복원 재현돼 있다. 즉, 가운데에는 왕이 묻힌 으뜸돌방이 있고, 그 옆에는 내세생활에 필요한 많은 물품을 넣어둔 창고인 딸린돌방 2개가 있다. 그리고 으뜸돌방 주변에는 32개나 되는 순장돌덧널이 부채살처럼 배치되어 있다. 이러한 대규모의 순장사례는 다른 삼국의 고분에서는 아직 발견된 적이 없다. 이처럼 순장을 중심으로 하는 지산동44호분의 내용을 보여주는 순장전시관은 관람객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또한 어린이체험학습관에서는 토기조각 퍼즐게임, 고인쇄, 탁본, 각종 전통도구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대가야역사관
대가야역사관 1층의 기획실에는 주로 대가야의 역사·문화와 관련된 주제를 선정한 특별전시를 1∼2회 가량 열고 있다. 지금까지 ‘100년 전 고령, 고령사람들(2005년)’, ‘토기로 보는 대가야(2006년)’, ‘다시 찾은 대가야의 영광 지산동고분군(2007년)’, ‘1500년 만의 화려한 외출 대가야복식(2007년)’, ‘대가야와 여섯 가야(2008년)’, ‘최초의 대가야왕릉-지산동73∼75호분(2009년)’, ‘일본 속의 대가야문화(2010년)’, ‘비사벌 송현이의 고령나들이(2011년)’, ‘고령토 장인의 혼을 만나다-고령지역의 토기·자기 가마(2011년)’, ‘산성을 쌓아 궁성을 지키다-고령의 대가야산성(2012년)’ 등을 주제로 하여 기획특별전을 개최했다. 또한 기획전시실 옆 ‘점필재 코너’에서는 개실마을(고령군 쌍림면 합가리)의 점필재 종택에서 소장하고 있는 ‘김종직 종가 고문서(보물 제1725호)’를 비롯한 고문서와 서책, 유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그 외에 도서열람실에는 8,000여권의 역사 및 고고학 관련 도서자료가 비치되어 있으며, 강당에서는 각종 문화행사와 학술대회가 수시로 열리고 있다. 그리고 야외전시장에는 고령지역 불교문화를 비롯해 대가야시대의 집과 다락창고 등이 복원 전시돼 있으며, 대가야시대의 철 생산을 보여주는 제철로 모형도 제작·전시돼 있다.
이처럼 대가야역사관은 대가야 및 고령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하고 있다. 즉, 대가야를 중심으로 구석기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고령의 문화적 변화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 때문에 역사관을 찾은 관람객들은 대가야·고령이라는 지역사를 통해 한국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재인식할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초·중·고등학생의 역사체험코스로도 큰 각광을 받고 있다. 또한 인근에 위치한 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와 연계해 하나의 문화관광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우륵박물관
우륵박물관은 악성 우륵과 가야금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우륵·가야금 전문 테마박물관’으로 박물관 내에는 우륵이 살았던 대가야의 주변정세와 문화를 소개해 고령과 대가야, 우륵과 가야금의 관계를 설명하는 ‘우륵을 찾아서’ 코너를 비롯해, 가야금의 제작과 가야금 12곡을 만들기까지의 가야금에 얽힌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야금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는 ‘고대 가야금의 세계’, 신라로 간 우륵과 그 제자의 활약을 이야기로 살펴볼 수 있는 ‘가야의 혼을 찾아서’ 코너와 거문고, 아쟁, 피리, 해금, 단소 등 한국의 전통악기를 보여주고 음색을 들어볼 수 있는 ‘한국의 전통악기’ 코너 등이 갖춰져 있다. 또한 다양한 가야금을 전시해 가야금의 변천사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특히 우륵박물관 본관 옆에는 우륵국악기연구원이 들어서 가야금과 거문고 등 국악기를 연구·제작·보급하는데 노력하고 있으며, 가야금줄 제작 체험장에서는 가야금줄 제작 과정 가운데 명주실을 합쳐 꼬는 작업을 직접 체험할 수도 있다.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습니다.
   /기획공동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