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많은 자치단체들이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여 우후죽순처럼 지방박물관을 건립했지만 한해 방문객이 수천 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방박물관이 대다수이고 심각한 운영난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경북 고령군에서는 우리나라 최초이자 최대의 순장묘로 밝혀진 고령군 지산동고분군 44호분을 재현한 대가야왕릉전시관을 지난 2000년 개관한 것을 시작으로 2005년 대가야역사관이 문을 여는 등 대가야박물관이 제 모습을 갖추었고 지방박물관으로서는 드물게 많은 관람객을 끌어들이면서 지역 관광산업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이는 지난 2000년 왕릉전시관이 문을 연 이래 지난해 10월 말까지 대가야박물관을 관람한 방문객 수가 한해 평균 16만 명으로 타 지방박물관과는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지방박물관을 설립했지만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인 가운데 이번 기획취재에서는 고령군의 대가야박물관이 이런 현실 속에서도 어떻게 많은 관람객을 끌어들이면서 성공할 수 있었는가를 조명해보고 지방박물관 운영의 노하우를 알아본다. 또한 이번 기획취재를 통해 지방박물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활성화 방안도 함께 알아보고 이를 군정에 적극 반영토록 유도할 방침이며, 이번 1회에서는 대가야박물관의 역사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부>

▲대가야왕릉전시관
지난 1977년 해방 후 우리 손으로는 최초로 대가야왕릉인 지산동 44·45호분에 대한 발굴조사가 이루어졌다. 당시의 발굴조사로는 극히 드물게 일부 주요 중앙지 신문지상의 1면 머리기사로 보도되는 등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이 조사 결과 우리나라 최초로 최대의 순장 무덤인 지산동 44호분의 구조와 순장의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고, 출토된 각종 유물은 대가야의 문화적 독자성을 세상에 알리기에 충분했다. 나아가 과학적인 분석결과를 수록한 발굴조사보고서는 대가야사 연구의 시발점이 됐다. 이어 1978년에는 지산동 32∼35호분, 1995년에는 지산동 30호분 등에 대한 발굴조사가 계속 이어졌다. 이러한 조사 성과를 바탕으로 대가야가 삼국에 버금가는 고대국가로 성장 발전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우리 고대사를 ‘4국시대’로 파악하려는 인식이 자리 잡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지산동 44호분에 대한 중요성과 대가야문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고령군에서는 지산동 44호 고분의 출토유물을 전시한 ‘대가야 유물전시관’을 지난 1980년 7월 개관했다. 그러나 고령향교 부근에 건립된 유물전시관은 전시 면적이 협소하고 순장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고령군에서는 지산동 44호분의 모습을 재현한 순장묘 전문전시관인 ‘대가야왕릉전시관’의 건립을 추진했다. 이렇게 추진된 ‘대가야왕릉전시관은’ 1994년 사업을 시작해 이듬해에 발굴조사를 마치고 1998년 공사에 착공, 2000년 9월 문을 열었다.

▲대가야역사관
대가야역사관은 1997년 부지매입을 시작으로 1998년 발굴조사를 마치고 2001년에 착공해 2005년 4월 개관했다. 대지면적은 13,457㎡, 건축면적은 2,232㎡ 정도이며, 사업비는 약 97억 원이 소요됐다. 지상 2층, 지하 1층 구조로서 240여 평의 상설전시실과 60여 평의 기획전시실을 갖추고 있다. 상설전시실은 양전동암각화 등 고령지역의 선사시대 유물·유적을 비롯해 대가야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금관·금동관 등의 장신구와 토기·무구·마구 등 2,000여 점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주요 전시내용으로는 암각화와 석기제작장 모형, 대가야 토기의 시대적 변천과 고분축조과정·토기 및 철기의 제작과정을 재현한 모형이 전시되고 있고, 대가야 멸망 이후 근대에 이르기까지의 지역사의 변천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자료도 전시하고 있다. 또한 3D유물검색대·정보검색대 등도 비치되어 있어 관람객의 이해를 돕고 있다.

▲우륵박물관
우륵박물관은 악성 우륵과 가야금을 기념해 세운 ‘우륵·가야금 테마박물관’이다. 우륵이 대가야 가실왕의 명을 받아 가야금을 만들고 제자들을 양성한 곳으로 전해지는 고령읍 쾌빈리 금곡(정정골)에 세워져 있다. 대지면적 9,098㎡, 건축면적 921㎡에 약 4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2004년 공사에 착수해 2006년 3월 개관했다. 가야금을 창제한 악성 우륵과 관련된 자료를 발굴·수집·전시해 국민들이 우륵과 가야금의 세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우륵과 가야금 테마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가야금을 직접 제작하는 전문 장인을 유치하여 가야금 공방을 운영함으로써 연중 가야금 연주와 가야금 제작 체험을 할 수 있다. 또한 최근 ‘가야금 줄꼬기 체험장’을 새롭게 개장했다. 12현인 가야금 줄은 명주실을 30∼80가닥을 꼬아 소리의 고저를 조절하고 있으며, 그 과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해 가야금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다.
민족 고유의 악기인 가야금을 체험하고 그 창시자인 우륵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산 교육장이다. 인근에 위치한 쾌빈리의 정정골을 가야금을 테마로 하는 전통문화 체험마을인 ‘가얏고 마을’로 조성해  또 다른 전통문화의 체험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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