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되는 농촌지역 대책은 없나1998년 IMF 이후 경제에 거품이 꺼지면서 수없이 많은 기업들이 도산해 실업자가 속출하고 자살하는 사람이 급증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 당시 변화의 흐름을 인식하고 대처한 기업은 살아남고 현실에 안주한 기업은 문을 닫았다.
위기가 불시에 다가오기도 하지만 거의 사전에 조짐이나 느낌이 온다.
특히, 모든 정보, 금융, 기업들이 중앙에 집중돼 농촌은 사실 껍데기경제로 갈수록 왜소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
이에 기획기사를 통해 이러한 현실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5회에 걸쳐 연재하려 한다.        <편집자주>

문 닫는 상가 늘어나 암흑천지

대부분 농촌지역은 1970년부터 급격하게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젊은이들이 산업기반이 탄탄한 대도시로 대거 빠져나가 농촌인구는 갈수록 감소해 심각한 공동화 현상을 겪고 있다.   
고령군은 불과 30년 전만 해도 인구 5만 명으로 제법 재래시장에는 고객들로 북적거렸으며, 설 명절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하지만 그 후부터 지속적으로 인구가 감소해 2000년에는 인구가 3만 8천명으로 20년 만에 1만 2천명이 줄었고, 현재는 3만 5천명으로 10년간 3천명이 감소했으며, 지난해부터 인구가 증가추세로 돌아서 천 여명이 늘었다.
시장으로서 제대로 기능을 유지하려면 군의 경우에는 전체인구가 5만에 읍 인구가 최소한 2만명은 돼야 가능하지만, 현재 고령군 인구는 3만 5천명으로 고령읍은 1만여 명, 지역 상가들 대부분이 패닉 상태에 빠져있다.
그 뿐만 아니라 이 중 노인인구가 칠천팔백 여명으로 전체인구의 22.6%를 차지하는 초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상태다.
사업을 유지하려면 매출과 비용이 일치하는 손익분기점을 넘겨야 가능한데, 현재의 인구나 경쟁력을 분석해 볼 때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고령읍 상가는 대다수 판매부진이 극심해 폐업 또는 전업사태가 잇따르고 자주 점포가 휴.폐업을 반복하고 있으며, 저녁이면 일찍 문을 닫는 상가가 늘어나 암흑천지가 된다.
설상가상 명퇴자나 미취업자들이 소자본으로 쉽게 할 수 있는 자영업에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겨우 현상유지에 급급한 업체끼리 제 살 깍아먹기 식의 출혈경쟁으로 공멸하는 경우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농촌지역의 주 소비계층인 젊은이들이 교육 및 문화여건이 유리한 도시로 떠나면서 자연이 상가들은 판매부진으로 경쟁력이 현저히 약화될 수밖에 없다.
그 여파로 지역상가보다 인근 도시의 시장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농촌은 교육환경이 도시에 비해 현격히 떨어져 젊은 층들의 이농현상이 가속화돼 인구와 취학아동 감소, 학교 폐교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고령군은 타 지자체에 비해 대가야 교육원의 활성화로 인구유출을 해소하고 있으며, 군 공무원들도 일부 관내로 이사를 오는 추세로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척박한 지역실정을 감안한다면 인구 늘리기에 사활을 걸고 더욱 박차를 가해야 실추된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다.

재래시장 점포입구 셔터 “헐값에 판다”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30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시설 현대화사업을 추진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 원인으로 가격경쟁력, 상품의 질, 서비스 등이 미흡하고  특색 있는 품목을 개발하지 못해 소비자들의 기호를 충족하지 못했다.
겉만 화려하다고 영업이 잘 되는 것이 아니라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하는 게 급선무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도록 내실을 다져야 한다.
현재 고령읍에 위치한 재래시장을 들여다 보면 빈 점포가 수두룩하고, 평일에는 거의 손님이 없어 한산할 뿐만 아니라 장날에는 노점상들이 입구에 포진해 손님들이 재래시장 안까지 오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일부 점주들은 “관리비 부담으로 수년째 점포를 매매하려고 해도 물어보는 사람도 없다”고 하소연 했다.
시장 안에 점포입구 셔터에 부쳐진 “헐값에 판다”는 문구가 모든 것을 함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고령 재래시장이 집행부를 새로 구성하고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으며, 군에서도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상인대학을 열고 매주 상인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타 지역을 방문해 벤치마킹을 하는 등 재래시장 살리기에 전력을 다 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예산을 쏟아 부어도 당사자인 상인들의 자구노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고령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김 모(58)씨는 “어렵다는 말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힘들고 요즘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며 “매장을 운영하려면 임대료, 운영비 등 최소한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장사가 되지 않아 계속 적자운영을 하고 있다”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개인택시 13시간 근무에 월 150만원 수입

고령군에 택시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자가 운전자가 갈수록 늘고 있으며, 다산은 대구로, 개진이나 우곡은 현풍으로 상권이 분산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또한 환자들이 119구급차를 이용하고 대리운전 활용, 가스값 인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이에 기창현 고령택시 대표이사는 “ 택시운전자들은 하루 수입으로 연료비를 지출하면 사납금도 채우기 힘들어 생계가 어렵다. 대구시는 CNG 개조비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고령군도 택시 기사들의 복지향상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도입해 주기를 바란다”고 피력했다.
또한 조정식 고령군 개인택시 지부장은 “사실 개인택시로 하루 13시간씩 근무해도 한 달에 150만원의 수익을 올리기가 빠듯하다”며 “정부에서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대중교통 법제화, LPG가격 안정화, 택시 연료 다양화, 택시감차 보상 등의 요구가 관철돼야 한다”고 힘을 줘 강조했다.
농촌경제가 침체됨에 따라 빡빡한 살림살이를 꾸려가다 보면 과거의 순박하고 정이 넘치던 시절은 더 이상 느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다.
 어려울수록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는 마음을 가지고, 민관이 함께 지혜를 모아 공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