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일년중에 가장 무덤덤 한 계절임에는 틀림 없지만 온 나라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처리로 너무 요란스럽고, 논쟁은 뜨겁지만 결론이 없는 답답하기 그지없는 11월이다.
한국정치가 국민의 뜻과 요구를 제대로 반영치 못하고 오히려  사회갈등을  조장하고 부추기며 이에 편승해 사회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이다.
민주주의 근간인 다수결 원리가 작동하지 못하고 농성과 점거로 국회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을 보면서 아직도 목소리가 크고 우기는 편이 정의로운 것인양 오인할 수 있다. 
몇 년 전 또는 몇 달 전에 외치던 진리와 원칙들도 정치인의 셈법으로 재생산되면 정반대의 논리로 독(毒)이 되어 버리는 참으로 이상한 현상이 정치인들 사이엔 지금 벌어지고 있다.
자신의 정치생명을 위해서는 노련한 변명과 말솜씨, 상식을 초월한 궤변, 정치적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변화무쌍한 변화가 그래서 필요한지도 모른다.
지나친 반대와 투쟁으로 일관한 민주노동당은 그나마 한미FTA 정치에서 만큼은 계속 반대의 원칙을 지켜왔다.
한미FTA 비준의 최대 쟁점인 투자자. 국가소송제(ISD)는 지금의 민주당이 4년 전 가장  “글로벌한 스탠더드” 라고 극찬을 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한국이 당당히 일어섰다고 주장한 대목이다.
대표적 독소조항이라는 협정문을 지금에 와서 ‘그땐 몰라서 그랬다.” 고 우긴다면 지나가는 개도 웃을 일이다. 반대의 논리도 황당하기 짝이 없다.
한미FTA 비준안이 체결되면 농어촌과 축산농가 그리고 영세상인, 중소기업 모두가 망한다는 아주 황당한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물론 어느 정도 피해를 보는 측면도 있다.
그 피해를 최소화하고 식량생산 기반을 닦는 것 또한 정치인들이 할 일이다.
야당들은 항상 농민과 서민을 입에 달고 다니지만 실제 관심은 정치생명  연장과 일신의 안위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미래세대를 위해 올바른 선택이 과연 무엇인지, 지금의 정치적 잣대가 아닌 미래의 젊은이들에게 과중한 부담을 안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현명한 판단이 그래서 중요하다.
대외 무역의존도가 80%가 넘는 우리가 언제까지 속만 태우고, 무상시리즈와 반값에 현혹되어 이성을 잃는 유권자가 될 것인가? 그래서는 안 된다.
특히 내년은 총선과 대선이 기다리고 있는 정치의 소용돌이를 현명하게 헤쳐 나가야 할 중요한 해이다.
선심성 예산과 무상복지, 공짜점심에 빠져들어 현명한 판단을 하지 못하면 결국 그 부담은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할 빚으로 남게 된다.
결국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는 늘어나 세금으로 메꾸은 “주머니 돈이 쌈짓돈” 이 되는 악순환이 될 것이다.
우리 동네 국회의원은 누군지, 어떤 법안을 만들고 있는지, 후원금은 얼마를 받아서 어디에 어떻게 쓰고 있는지 우리 유권자가 관심을 가지고 살펴야 할  대목이다.
이기는 놈이 우리 편이라고 느긋하게 있기에는 중요한 총선이 너무 가까이 와 버렸다.
한미FTA 비준에 정치생명이 걸린 의원들의 가슴은 더욱 답답하다.
특히 농어촌에 지역구를 둔 한나라당소속 의원들의 고민은 그래서 더욱 깊다.
당론을 따르자니 철수가 울고 거르자니 영희가 우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그저 4년마다 표 찍어 줄 것이라고, 이제는 지역구민에게 막연히 기대는  못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 국민들도 착하고 점잖게  있었지만 이제는 많은 것을 알아 버렸다. 아마 다음에는 냉정하고 소신있게  올바른 일꾼을 내손으로 선택하는 유권자가 많이 늘어날 것이다.
그래서 정치인과 아기 기저귀는 자주 갈아야 한다고 했는가. 이유는 둘 다 똑 같다.                  /강경성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