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형(59) 고령읍장은 1979년 공채(4을)로 안동군에서 공직을 시작해 지난 1월 지방행정서기관으로 승진, 고령읍장을 끝으로 35년 공직을 마감한다. 이 읍장은 79년 3월 1일부로 고령군으로 전보되어 2005년 사무관으로 승진 후 군의회 전문위원을 비롯해 의회 사무과장, 환경축산과장, 경제통상과장, 도시과장, 기업도시과장, 건설방재과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쳐 2012년 7월 고령읍장으로 부임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재형 읍장은 쌍림초등학교를 거쳐 고령중학교, 대구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97년 대구미래대학 행정학과를 졸업하는 등 만학도로서 배움에 대한 열의가 남달랐다.
재임기간동안 ‘깨끗한 고령읍 이미지 제고를 위한 가로변 꽃길조성 및 환경정비’를 비롯해 읍민과 함께하는 소통행정을 위해 노력했고, 또 활기찬 직장분위기 조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저소득층이나 사회복지시설 등과 특히 노인복지에 많은 관심을 가진 점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이제 35년 공직을 마감하면서 보람 있었던 일이나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는지 그의 퇴임소감을 들어본다.
                     대담/최종동 논설위원
▶퇴임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동료들이나 주민들과 35년을 희로애락하면서 몸 담았던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주민 곁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생각하니 솔직히 만감이 교차하는 느낌입니다.
그동안 공직을 무사히 수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에게 이 기회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씀을 우선 드립니다.
1970년대에 공직에 발을 들여놓아 급변하는 시대에 공직을 수행하면서 한마디로 숨 가쁘게 달려온 느낌입니다. 그래도 우리시대의 공직자들은 행운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아날로그시대 행정과 디지털시대 행정을 두루 거치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지난날은 아쉽다고들 합니다. 저 또한 보람과 회한이 겹치지만 군민을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일했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으렵니다. 모든 평가는 군민의 몫이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은?
공직수행은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그것이 지역의 발전과 주민의 삶에 직.간접으로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봅니다. 그래서 더욱 보람 있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업무의 비교분석이나 경중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여러분야를 거치면서 수많은 업무를 처리했지만, 지난해 뜻하지 않게 불어 닥친 태풍 산바의 피해 모습이 가장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읍내 곳곳에 동시 다발로 터진 급박한 상황은 지금에 와서 생각해도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한 마을 주민 모두가 이재민이 되어 마을회관에 수용되고, 도로, 교량, 농지유실, 산사태는 크나큰 상처를 주었지만, 망연자실할 수만은 없어서 민.관 등 모두가 합심하여 슬기롭게 재난을 복구했던 기억이 두고두고 자랑스럽고 기억에 남습니다.

▶후배 공직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요즈음 공직에 들어오는 후배들을 보면 폭넓고 깊이 있게 공부하여 유능한 인재들이 많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들은 영리하고 민주적이며 합리적인 사고를 가졌음이 눈에 보입니다. 다만, 공직 경험 부족으로 인한 공직의 전통이나 지역정서에 소홀할 수도 있겠다는 점을 얘기해 주고 싶을 따름입니다. 그래서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정신을 가지기를 권하고 싶고, 여가선용을 지혜롭게 잘하여 자투리시간을 잘 활용하는 법을 알면 공직 적응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즉, 선배공직자의 경험과 지역의 전통과 역사를 이해하고 그 바탕위에서 이 시대에 걸맞은 행정문화를 만들어 가면 조화로운 행정이 되어 성공적인 공직수행이 될 것이라 감히 조언합니다.

▶퇴임 후의 계획은?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는 사회생활이 공직생활 못지않게 길고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공직의 옷을 벗고 자유인이 되어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면 솔직히 기대 반 걱정 반입니다. 또 내 앞에 펼쳐질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거기에 적응하기 위한 지금까지 자신의 껍질을 완전히 벗어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변화된 환경 적응을 위해서는 건강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 같기에 휴식을 좀 가진 다음에 서두루지 않고 건강관리와 함께 천천히 계획을 세워볼까 합니다.
공직생활 때는 항상 쫓기듯 긴장 속에서 살아왔으므로 이제는 좀 느긋하게 ‘뛰지말고 걷자’라는 심정으로 새 삶을 살아가자고 다짐해 봅니다.
그리고 평소에 생각만하고 시작조차 못했던 일을 하려고 합니다.

▶이 기회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군수님의 배려와 성원, 동료 직원들이 열심히 맡은 바 일을 해줘 읍정을 대과없이 마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적극적으로 동참해주신 읍민들에게 모든 공을 돌리고 싶습니다.
읍장 재임 중, 들판에서, 또 경로당에서 그리고 시장에서 수많은 읍민들을 만나고 애환을 듣다보니 그동안 정도 많이 들었습니다. 특히 어르신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으며 젊은이들과 소주잔도 기울일 수 있어서 고마웠습니다.
이제 공직을 떠나면 환하게 웃으시며 반갑게 맞아주시던 할머니들의 손길이 그리울 것 같습니다.
그 마음 변치마시고 간혹 길에서 만나면 반갑게 대할 수 있도록 당부 드리면서 어르신들의 만수무강을 빕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까지 뒷바라지를 해 준 아내의 고생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때때로 나보다 마음고생을 더 많이 하면서도 안으로 모두 삭이고 남편 걱정만 해주고 묵묵히 가정을 지켜 준 그 공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건강 잘 지키면서 노후를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고령읍민 모두에게 고마웠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리면서 다가오는 갑오년 새해에는 모두의 가정에 평안과 뜻하시는 일 다 이루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재형 읍장의 가족으로는 부인 차계순(58)여사와 슬하에 남매를 뒀으며, 큰딸은 현재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고, 아들은 대구에서 회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준 읍장에게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