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병원 어디를 가나 감기환자들이 많은 환절기다. 고령영생병원 내과도 많은 환자들로 북적여 좀 조용한 오후 시간을 택해 인터뷰를 우순득 외래팀장의 안내로 홍현석(39) 내과과장을 방문했다.
홍 과장은 서울 출신으로 한양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소화기내시경 전문의로서 작년부터 고령영생병원에서 환자를 보고 있다.  환절기를 맞아 급증하고 있는 감기환자나 특히 요즘이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하는 쯔쯔가무시병에 대해 궁금한 점을 알아본다.                
대담/최종동 논설위원

▶ 요즘 감기의 증상은?
감기는 바이러스에 의해 코와 목 부분을 비롯한 상부 호홉기계의 감염증상으로, 사람에게 나타나는 가장 흔한 증상 중에 하나다. 감염되는 부위가 광범위하여 증상도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보통 전신통증, 두통, 인후통, 기침, 가래, 콧물, 코막힘, 미열등이 나타나며, 이중 몇 개의 증상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평생 살면서 성인은 1년에 평균 2-3회, 소아는 평균 5-6회 정도 감기에 걸리기 때문에 병원에 오는 환자분들은 진료 자리에 앉으면서 감기로 왔다고 밝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의사는 감기인지 혹은 감기로 오인할 수 있는 다른 질병인지를 이학적 검사로 판별 후에 특이소견이 없으면 감기로 판단하고 약을 처방한다.
인터넷이나 대중매체에서 감기는 약물치료를 해도 1주일, 치료를 안 해도 1주일 이라는 말이 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감기는 바이러스에 의한 질환이기 때문에 굳이 감기약을 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몸의 면역에 의해 치유가 된다. 감기약은 치유될 때 까지 걸리는 1-2주간의 시간동안 증상이 불편할 수 있으니 도움을 받는 증상 완화제로 생각하면 되겠다. 내가 의사가 되기 전 학생 때 궁금했던 것은 홍역(measles), 볼거리(mumps), 수두(chicken pox), 풍진(rubella)등도 모두 바이러스 질환이지만 한번 감염이 되고 나면 평생 면역이 생기는데 왜 감기는 매년 걸리는지 궁금했다. 감기는 홍역, 볼거리와 같이 진단명이 아니고 증상증후군이다. 앞에서 열거한 질환들은 유발하는 원인 바이러스가 1종류지만, 감기는 상기도 질환으로 증상은 비슷하지만 유발하는 바이러스는 200여 가지가 넘고, 또 바이러스들이 매년 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매년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가 상기도(목이나, 코, 인후두 등)를 침범하여 감염을 일으켜 몸에서 면역을 만들어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감기의 전염 경로와 예방법은?
감기의 전염은 감기에 걸린 사람이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내뱉은 오염물이 공중에 떠다니다가 호흡기를 통해 정상인에 감염되는 경우가 있고, 감기 걸린 사람의 콧물이나 침 등 분비물에 오염된 수건, 책 등을 만진 손으로  눈.코.입 등을 비볐을 때 점막을 통해 전염이 된다. 그래서 감기 예방은 감기가 유행하는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피하고, 부득이 가야하는 경우는 마스크를 쓰고 다닐 것을 권장하고 있다. 또한 직장 에서도 자주 손을 씻어야 하며, 집에 돌아오면 손, 발 등 노출되는 신체부위는 꼭 씻어야 한다. 음식은 감기에 걸리기 전이나 걸린 후에도 항상 잘 먹는 것이 도움이 되며, 가릴 음식은 없다. 가끔 환자로 오신 할머니들이 “감기 걸렸을 때 돼지고기 먹으면 않되제?” 하고 물으시곤 하시는데, 전혀 상관이 없고, 몸에 영양분이 풍부한 것이 좋기 때문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

▶치료방법과 회복기간은?
감기에 걸리면 회복되기 까지 1-2주정도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감기 걸린 후 충분한 휴식과 충분한 영양섭취를 한 경우에 해당되며, 몸을 쉬지 못하고 계속 무리한 경우는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도 3주에서 1달 이상 감기가 지속되거나 일반 감기와 다른 증상의 질환을 꼭 배제해야 한다. 첫 번째로 39도 이상의 고열이 나는 경우는 독감, 폐렴, 급성편도선염, 쯔쯔가무시 등 심한 바이러스 감염이나, 바이러스 감염 후 생기는 세균에 의한 2차 감염을 의심해야 한다. 특히 쯔쯔가무시는 나중에 다시 언급하겠다. 두 번째로 기침이 오래가는 경우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가까워 오는데 기침으로 병원을 찾는 분들이 종종 있다. 이런 경우는 감기 보다는 비염, 부비동염, 위식도 역류증, 천식, 결핵 등을 의심해야 한다. 그리고 세 번째는 계속되는 콧물인데 이는 계절성 비염과 부비동염 등을 의심해야 한다. 감기약만 먹고 반복되는 질환으로 인해 오시는 환자분들은 문진과 이학적 검사를 통해 필요하면 피검사, 흉부, 상악골 X-ray, CT, 내시경 등을 통해 원인을 찾고 치료를 해야 한다.
의학교육과 실습이 끝나고 본과 4학년 겨울은 정말 우울하다. 100평정도 되는 의학도서관에 150명이나 되는 학생들을 국가고시(의사면허) 공부에 매진하라고, 지정석을 정해주면서 시험이 끝나는 날까지 4개월간을 하루 13~16시간동안을 의학 도서관에 몰아넣는다. 그러면 늦가을부터 겨울까지 계속적으로 주위 사람들이 중요한 책들을 서로 빌려보며 공부를 하는데 이 중 감기에 걸려, 기침과 재채기를 해대는 사람도 만만치 않으니…. 그야말로 감기 바이러스가 활개치기 좋은 곳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감기에 걸리면 공부는 해야 하는데, 몸은 안 좋고, 쉬자니 불안하고, 자리에 앉아 있어도 집중이 되지 않고, 마음고생과 몸 고생이 심하다. 하지만 그리 건강하지도 않던 내가 감기에 걸리지 않기 위해 사용한 방법은 왠지 감기에 걸린 듯 몸이 좋지 않고, 으슬으슬한 느낌이 나면 뜨거운 물을 보온병에 받아 놓고 계속 마셨다. 그리고 감기 없이 무사히 시험 때 까지 버틸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환자들에게도 감기 걸렸을 때 따뜻한 물을 자주 드시길 권한다.
 
▶감기환자가 꼭 알아야 할 사항이나 당부의 말씀은?
만성 기침은 보통 3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을 말한다. 만성 기침 얘기를 다시 하는 이유는 이러한 환자가 많기도 하지만, 진료를 보면서 나도 많이 애를 먹기 때문이다. 만성 기침의 원인은 통계학적으로 비염이나 부비동염에 의한 후비루(콧물이 목뒤로 넘어가는 현상, Post nasal drip)가 41%, 기관지 천식이 24%, 위식도 역류증이 21%, 만성 기관지염이 5%, 약물이나 담배에 의한 경우가 2%를 차지하고 있다. 문진이나 이학적 검사를 통해 알아내면 좋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각 질환을 배제할 수 있는 검사를 해야 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 그리고 이러한 원인들이 혼재되어 있는 경우도 40%에 달하기 때문에 치료도 만만치가 않다. 그래서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다니기 보다는 한 병원에서 꾸준히 치료하기를 권장하고 싶다. 왜냐하면 단계적인 검사를 통해 치료를 진행하고, 이에 따른 반응을 보면서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못 참고 다른 병원에 가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 때문에, 감기 치료만 하다 끝나는 경우가 많다.

▶요즘이 쯔쯔가무시병의 주의기간이라고 들었는데
서울에서 태어나 공부하고, 인턴, 레지던트, 전임의를 서울에서 마쳤기 때문에 감염내과를 수련할 때도 쯔쯔가무시병은 단 몇 사례 뿐이었다. 하지만 고령에서 의사생활을 하면서 내가 접한 쯔쯔가무시병은 수련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았다. 경상도와 전라도에 많이 발생한다는 문헌을 접하긴 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쯔쯔가무시병은 대략 10월초에서 중순, 11월 말까지 많이 발생한다. 원인은 설치류(쥐, 다람쥐)등에 사는 진드기에 사람이 물려 감염이 된다. 증상은 소위 말하는 몸살감기와 비슷하며 심한 두통, 전신 통증, 식욕 부진이 주 증상이다. 하지만 감기와 다른 면이 있다면 38도 이상의 고열이 동반된다. 감기가 소아에서는 면역계통의 불완전성으로 쉽게 생기지만, 성인에서 감기 증상과 함께 고열이 있다면 감기라고 볼 수 없다. 앞에서 말했듯이 급성 편도염, 폐렴, 결핵 등을 의심해야 하지만 가래와 기침이 없어 폐렴을 배제할 수 있고, 특히 시기가 일치한다면 쯔쯔가무시병을 먼저 의심해야한다. 진단은 피검사로 확진하지만 이보다 몸에 가피(eschar)를 찾아내면 바로 진단할 수 있다.(사진참조) 쯔쯔가무시병은 일단 진단이 되면 약물치료로 가능하기 때문에 우선 의심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들어 쯔쯔가무시병 환자들이 늘고 있다. 농사일을 하거나 등산시에는 될 수 있으면 긴 옷을 입어 신체가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풀밭이나 잔디에 그냥 앉기보다는 돗자리나 신문지 등을 이용하여 직접적인 접촉을 피하는 것이 좋다.

홍현석 과장은 고향이 서울이다. 부인 김미현 씨와 일곱 살, 다섯 살의 귀염둥이 두 아들을 두고 있는 단란한 가정이다.
홍 과장은 고령에 와서 환자분들과 만난 지도 어느덧 2년이 돼가고 있는데, 고령주민들을 보면서 느낀점을 말해달라고 했더니, “참 소박하고 친절하며 선한 마음씨를 가진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얘기한다. 고령은 옛날부터 내려온 농촌지역의 후덕한 인심이 홍 과장의 눈에 비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홍 과장은 “저도 사람이다 보니 가끔 진료를 하면서 실수도 하지만, 그때마다 잘 이해해 주시고 따라 주셔서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활짝 웃는다. 인터뷰 말미에 “앞으로도 환자분들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는 다짐을 빼놓지 않으면서 인터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