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썽씨는 280여개에 이르고 본관(本貫)도 400여개를 훌쩍 넘는다. 이른바 다문화사회에 접어든 현재 나 홀로 성씨나 본관을 합치면 그 숫자는 자꾸만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본지는 숭조(崇祖), 경로효친의 아름다운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본관이 고령인 성씨의 실태를 기획취재로 게재하는데, 이번에 고령이씨 종친회를 심층 취재했다.  
                                                                                                               〈편집자 주〉

1. 고령이씨(高靈李氏)의 분관(分貫)과 환관(還貫)
(1) 여주이씨(驪州李氏)에서 고령이씨(高靈李氏)로 분관(分貫)한 경위
고령이씨(高靈李氏) 시조(始祖) 이헌(李憲)은 여주인(驪州人) 백운거사(白雲居士) 이규보(李奎報)의 손자로서 충렬왕 3년(1277년) 예부상서겸북도선위사(禮部尙書兼北道宣慰使)로 재임시 함주(咸州 : 현재 함흥시)의 차유령(車踰嶺)에서 동여진(東女眞)을 대파한 공로로 고양군(高陽君)에 봉(封)해진 후 금자광록대부(金紫光祿大夫)와 평장사(平章事)를 지냈으며 고양(高陽 : 현재 고령)을 식읍(食邑)으로 받으면서 여주이씨(驪州李氏)에서 분관(分貫)하여 고령이씨(高靈李氏)의 시조(始祖) 및 득관조(得貫祖)가 되어 후손들이 세계(世系)를 이었다.
(2) 고령이씨(高靈李氏)에서 여주이씨(驪州李氏)로 환관(還貫)한 경위
경남 고성과 합천에 살았던 선비 이은필(李殷弼), 이석관(李碩瓘), 이영세(李榮世) 등이 수차례에 걸쳐 예조(禮曹)에 문순공(文順公) 이규보(李奎報)의 본관(本貫)이 여주(驪州)로 기재되었음을 이유로 본관을 고령이씨(高靈李氏)에서 여주이씨(驪州李氏)로 환관(還貫)하여 줄 것을 요청하는 소장(訴狀)을 제출한 결과 고종 19년(1880년) 9월 10일 예조(禮曹)로부터 본관을 여주이씨(驪州李氏)로 돌린다는 완문(完文 : 증명서)를 받아 환관(還貫)하게 되었다.

2. 고령이씨 시조 이헌(李憲)의 가계(家系)
(1) 증조(曾祖) : 호부낭중(戶部郎中) 이윤수(李允綏)
공은 여주이씨 문순공파(文順公派) 파조(派祖) 이은백(李殷伯)의 손자이자 교위공(校尉公) 이화(李和)의 아들이며, 고려 명문장가 이규보(李奎報)의 아버지이다. 공은 황려현(黃驪縣 : 현재 여주군)에서 향직(鄕職)에 종사해온 토착(土着) 호족(豪族) 출신이며 명종 1년(1171년) 평안도 성주(成州)의 수령(守令)을 지냈고 명종 13년(1183년) 현재 수원의 수주자사(水州刺史)로 승진후 명종 16년(1186년) 호부낭중(戶部郎中)을 역임(歷任)하였다.
(2) 종증조(從曾祖) : 직문하성(直門下省) 이부(李富)
공은 호부낭중(戶部郎中)을 지낸 이윤수(李允綏)의 동생이다. 명종 9년(1179년) 대장군(大將軍)으로서 서북면지병마사(西北面知兵馬事)를 맡고 있던 중 우방전(牛方田)의 난(亂)을 진압한 전공으로 명종 11년(1181년) 청요직(淸要職)인 직문하성사(直門下省事)에 올랐으며 그의 아들도 약관(弱冠) 30대에 장군(將軍)이 되므로서 무신정권(武臣政權) 시절 권세무신가문(權勢武臣家門)이 되었다.
(3) 조부 : 고려 최고 문장가 이규보(李奎報)
공의 초명은 인저(仁저), 자는 춘경(春卿), 호는 백운거사(白雲居士). 만년(晩年)에는 시.거문고.술을 좋아해 삼혹호(三酷好) 선생이라 불렸다. 아버지는 호부낭중(戶部郎中)을 지낸 이윤수(李允綏)이다.
공은 9세 때부터 중국의 고전들을 두루 읽기 시작했고 11세 때는 글쓰기에 능해 신동(神童)이라 불렀다. 19세 때에 유명 문인들인 이인로(李仁老).오세재(吳世才).임춘(林椿).조통(趙通).황보항(皇甫抗).함순(咸淳).이담지(李湛之)의 모임인 죽림고회(竹林高會)에 출입하여 30세 연장자이며 좌장(座長)이었던 오세재(吳世才)와 나이를 잊은 망년지교(忘年之交)를 나누었다. 그의 나이 22세가 되는 명종 29년(1189년) 사마시(司馬試)에서 장원(壯元)을 하였고 이듬해 예부시(禮部試)에서 동진사(同進士)로 급제하였다.
26세 때인 명종 23년(1193년)에 오언 장편으로 282구, 운문체의 한시로 약 4천 자에 이르는 최초의 민족 영웅서사시(英雄敍事詩)인 동명왕편(東明王篇)을 지어 고려가 굳세고 용맹스러운 기상을 지닌 고구려를 계승하였다는 민족의식(民族意識)을 고취(鼓吹)시켜 고려(高麗)의 희망(希望)을 노래하였다.
32세가 되던 5월에 최충헌(崔忠獻)이 초청한 시회(詩會)에서 “천엽유화(千葉榴花)”를 짓고 최충헌의 눈에 들어 사록겸장서기(司錄兼掌書記)로 전주목(全州牧)에 부임하였으나 동료의 비방을 받아 1년 4개월 만에 면관(免官)되었다. 40세 때에 최충헌이 당대의 일류문사(一流文士)들을 초청한 경연(競演)에서 공의 「진강후모정기(晋康侯茅亭記)」가 최우수작품으로 뽑혀 직한림(直翰林)에 임명되었다. 46세에 실권자인 진강후(晋康候) 최충헌(崔忠獻)이 뜰에서 놀고 있던 공작(孔雀)을 시제(詩題)로 주고 금의(琴儀)로 사십운자(四十韻字)를 부르게 하니 글 쓰는 붓이 순풍의 돛단배와 진중(陣中)을 치닫는 말처럼 빠르고 쉬지 아니하는 주필(走筆)의 솜씨로 시를 짓자 진강후(晋康候) 최충헌(崔忠獻)이 탄식(歎息)하고 눈물까지 흘리며 벼슬을 권유했다. 48세에 우정언지제고(右正言知制誥)가 되어 자신의 문학적 역량(力量)을 나라를 위해 쓸 이문화국(以文華國)의 기회를 얻게 되었고 50세에 보문각대제지제고(寶文閣待制知制誥).태복소경(太僕少卿).장작감(將作監).한림학사시강학사(翰林學士侍講學士).국자좨주(國子祭酒) 등을 거쳐 중산대부판위위사(中散大夫判衛尉事)에 이르렀고 네차례나 지공거(知貢擧)가 되어 과거를 주관하면서 167명의 문생(門生)을 배출하였다. 63세에 팔관회(八關會) 문제로 위도(蝟島)에 유배되었다가 65세에 귀양에서 풀려나 정의대부(正議大夫).판비서성사(判秘書省事).보문각학사(寶文閣學士).경성부우첨사지제고(慶成府右詹事知制誥)를 제수(除授)받았고 같은 해 강화도(江華島) 천도(遷都)후 재상(宰相)의 지위에 있으면서 한 칸의 집도 없이 하음객사(河陰客舍) 서랑(西廊)을 빌려서 청빈(淸貧)하게 거주하였다.
68세 되던 해  퇴직을 구하는 걸퇴표(乞退表)를 올렸으나 고종(高宗)이 만류하였고 이듬해 세차레나 사임(辭任)을 청하였으나 허락지 않았다.
70세에 호국불교(護國佛敎)의 신앙과 민족수호의 충정(衷情)이 담긴 유명한 대장각판군신기고문(大藏刻版君臣祈告文)을 지었고 그해 12월에 수태보문하시랑평장사(守太保門下侍?平章事)·수문전대학사감수국사판예부사한림원사태자대보(修文殿大學士監修國史判禮部事翰林院事太子大保)로 치사(致仕)하였다.
72세에 몽고병이 침략하자 공이 작성한 “진정표(陳情表)”를 받아 본 도황제(都皇帝)가 감동하여 몽고병의 퇴각(退却)을 명하였다. 공의 문집으로는 국문학사상(國文學史上) 가장 방대한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53권이 있으며 평생 8천여 수의 시를 지었으나 현재 전하는 시는 2,058편이 전한다.
공은 “해동공자(海東孔子)”라고 불릴 정도로 학문이 깊은 경지에 이른 대학자이었고 몽고의 침략으로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노심초사한 “충신(忠臣)”이었으며 자신의 문학적 재능을 개인의 영달(榮達)을 위해서만 사용하지 않고 국가적 요청에 부응하여 글로써 나라를 빛내는 이문화국(以文華國)의 이상(理想)을 실현한 “국지화(國之華 : 나라의 꽃)”이었으며 평생 이권(利權)에 개입하지 않은 순수하고 양심적인 “청백리(淸白吏)”이었고 서거정(徐居正)이 “동방(東方)의 시호(詩豪)는 오직 규보(奎報) 한 사람 일뿐”이라고 극찬하였던 한국 한문학의 최고봉(最高峰)이었다.
74세 되던 고종28년(1241년) 9월 2일 소연(소然)히 돌아가시니 고종은 3일 동안 조회(朝會)를 폐하고 뇌사(뇌詞)를 지어 그의 덕(德)을 나타내게 하였으며 문순공(文順公)의 시호(諡號)를 내렸다. 강화군 길상면 길직리 산 115번지의 진강산 동록(東麓)에 있는 공의 묘소는 인천광역시 기념물 제15호로 지정되어 있다.
(4) 아버지 : 이징(李澄)
공의 초휘(初諱)는 순(淳)이었으나 후에 징(澄)으로 바꾸었으며 고종 18년(1232년) 등과하여 왕명의 전달, 궁궐의 열쇠 등을 관리하는 경선점록사(慶仙店錄事)를 거쳐 간쟁(諫諍)ㆍ봉박(封駁) 등을 직능으로 하는 정4품의 청요직(淸要職)인 사간(司諫)을 지냈으며 슬하에 이언(李彦)을 두었다.
(5) 아들 : 이언(李彦)
충숙왕조에 등제(登第)하여 여러 관직을 거쳐 함경도 지방의 간성(干城)을 지키는 안북장군(安北將軍)의 중임(重任)을 맡았다. 원나라에 쫓기던 홍건적(紅巾賊)이 압록강을 건너 두 차례에 걸쳐 침입하였을 때 적을 섬멸(殲滅)한 전공으로 공경직(公卿職)인 상서죄복야(尙書左僕射)에 제수(除授)되었으며 슬하에 안동장군(安東將軍) 이미숭(李美崇)을 두었다.
(6) 손자 : 고령입향조(高靈入鄕祖) 안동장군(安東將軍) 이미숭(李美崇)
공은 해동(海東)의 공자(孔子)로서 문장덕업(文章德業)이 일대(一代)에 빛난 문순공(文順公) 이규보(李奎報)의 현손(玄孫)으로서 호(號)는 반곡(盤谷)이었다.
어릴 때부터 기상(氣像)이 헌칠하고 여력(여力)이 뛰어났으며 항상 충절(忠節)과 의리(義理)에 관한 언행(言行)을 일삼았다.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의 문하(門下)에서 경학(經學)을 전수(傳受)받았는데 백가제서(百家諸書)에 해박하지 않음이 없었고 특히 병법(兵法)에 뛰어났으며 춘정(春亭) 변계량(卞季良), 설봉(雪峰) 박신(朴信)과 동문수학(同門修學)하였다.
포은(圃隱)은 경학을 가르치면서 재주와 용기를 겸비한 공을 기특하게 여겨 말씀하시기를 “국가가 할 일이 많아 마땅히 지금 세상을 구제할 재주를 갖춘 이는 그대가 아니면 누구이겠는가? 라고 칭찬하였다. 왕에게 천거하여 여러 관직을 거쳐 안동장군(安東將軍)에 올라 삭방도(朔方道)를 지키는 중임(重任)을 수행하기에 이르렀다. 우왕 14년(1388년) 위화도회군(威化島回軍)으로 실권(實權)을 장악한 이성계(李成桂)가 신흥사대부(新興士大夫)와 무인세력(武人勢力)을 규합한 후 1392년 4월 4일 선죽교(善竹橋)에서 스승인 정몽주(鄭夢周)를 참살(慘殺)하고 조선(朝鮮)를 건국하려 하자 그 불의(不義)함을 꾸짖고 평안도(平安道)지방을 관할하던 진서장군(鎭西將軍) 최신(崔信)과 함께 군호(軍號)를 “충의군(忠義軍)”이라 하고 군대를 일으켰다. 논산시 노성면 송당리 니산(尼山 : 현재 노성산), 김천시 구성면 흥평 2리 덕대산(德大山), 고령군 운수면 월산리 운라산성(雲羅山城) 등지에서 이성계 군대와 계속 항전(抗戰)하였으나 중과부족(衆寡不足)으로 패퇴한 후 고령의 상원산(上元山)으로 입성(入城)하여 축성(築城)하고 군사를 조련(調練)하면서 여조회복(麗朝回復)을 꾀하였으나 1392년 7월 16일 이성계가 선양(禪讓)의 형식으로 왕위에 올라 조선을 개창(開創)하여 역성혁명(易姓革命)을 성공하자  울분을 참고 거사(擧事)를 포기하면서 하늘의 뜻(天意)이 다함을 알고 미숭산성내에 있는 순사암(殉死巖)에서 우측으로 약 75m 떨어진 바위에 올라 나의 불행(여조광복의 실패)에 대하여 입을 다물며 자정(自靖)의 삶을 살아가겠다는 뜻을 밝히며 장병(將兵)의 해산을 선포하면서 “아액금대(我厄금臺)”란 글씨를  암반에 새겼는데 620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어 그때의 역사를 말없이 웅변하고 있다. 이성계가 등극후(登極後) 신왕조(新王朝)에 출사(出仕)할 것을 권유하였으나 불복(不服)하고 절의(節義)를 지키기 위하여 1392년 10월 10일 절벽에 몸을 던져 자진(自盡)하자 그 바위를 순사암(殉死巖)이라 불렀으며 안동장군(安東將軍)의 숭고한 충절(忠節)을 경모(敬慕)한 후인(後人)들이 공의 휘함(諱啣 : 미숭)으로 산명(山名)을 상원산(上元山)에서 미숭산(美崇山)으로 고쳐 불러 오늘에 이르렀다.
기울어져 가는 고려말(高麗末)의 국운(國運)을 탓하며 절개를 지키기 위하여 낙향(落鄕) 및 은둔(隱遁) 등 수절(守節)하는 것도 범용(凡庸)한 속배(俗輩)들로는 어렵지만 공은 탁류(濁流)속에 분연(奮然)히 불의(不義)에 항전(抗戰)함으로써 세기(世紀)를 전환시키려는 고상한 지절(志節)을 과감하게 결단(決斷)하고 행동에 옮긴 고려충신(高麗忠臣)이었다. 슬하에 효자 천을(天乙)을 두었다. 공의 숭고한 충절(忠節)이 깃든 미숭산성(美崇山城)은 1983년 12월 20일 경남 기념물 제 67호로 지정되었고 미숭산 기슭에는 합천종합야영수련원을 설립하여 청소년들에게 호연지기(浩然之氣)와 충효실천(忠孝實踐) 등 정서함양을 교육시키고 있다.
아직도 산성에는 동문, 서문, 남문, 소서문 등 4문(四門), 여조회복(麗朝回復)을 천지신명에게 축원했던 망향대(望鄕臺), 기마전투 연습을 하였던 주마대(走馬臺), 군사 훈련장인 연병장(練兵場), 장병 해산시 병기(兵器)를 묻었던 갑검릉(甲劍陵), 안동장군의 활과 화살을 묻었던 장궁구(藏弓丘), 소상(塑像)을 모신 사당지(祠堂地) 등 유적이 산재(散在)하고 있으며 방랑시인 김삿갓은 망향대(望鄕臺)에 올라 “영남술회(嶺南述懷)”란 시를 지어 그의 영웅적(英雄的)인 삶을 기렸다. 그밖에 공이 고령군 쌍림면 고곡1리 마을을 지나가다 목이 말라 산기슭 오솔길 옆에 있는 옹달샘 물을 마시고, 물맛이 좋다고 하자 마을사람들이 여조광복(麗朝光復)을 위한 공의 야망(野望)을 기리기 위하여 야망정(野望井)이라 명명(命名)하였으며 그후 음이 변하여 샘 이름이 “야망샘, 애맹이샘”으로 불리워졌으나 경지정리로 폐쇄되었다.
후손들은 고령읍 내상리 뒷쪽 문수봉(文壽峰) 아래 황곡(黃谷)에서 처음 삶의 터전을 일구었고 세종때 사마시(司馬試)에 등제한 증손자 죽계공(竹溪公) 이신문(李信文)은 이곳에 정사(精舍)를 짓고 후진을 양성하였다. 그가 돌아 가신후 제현(諸賢)들이 황곡산(黃谷山) 건너편에 죽계사(竹溪祠)란 사당(祠堂)을 지어 그 유덕(遺德)을 추모하였는데 아직도 주민들은 그 일대를 “사당터”로 부르고 있다. 1947년 후손들은 이승만(李承晩) 대통령께서 친필(親筆)로 쓴 재호(齋號) 반곡재(盤谷齋)를 명명(命名)한 재실(齋室)을 짓고 매년 음력 10월 10일 공의 숭고한 충절(忠節)과 유덕(遺德)을 기린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