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썽씨는 280여개에 이르고 본관(本貫)도 400여개를 훌쩍 넘는다. 이른바 다문화사회에 접어든 현재 나 홀로 성씨나 본관을 합치면 그 숫자는 자꾸만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본지는 숭조(崇祖), 경로효친의 아름다운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본관이 고령인 성씨의 실태를 5회에 걸쳐 기획취재로 게재하는데, 이번에 고령박씨 종친회를 심층 취재했다.  
         〈편집자 주〉

박씨(朴氏)는 우리민족의 여러 혈족(血族) 가운데에서도 귀화족(歸化族)이 없는 가장 순수한 혈통임을 자랑하는 만파일원(萬派一源)의 성씨(姓氏)이다.
신라의 시조왕(始祖王)인 박혁거세(朴赫居世)를 유일조(唯一祖)로 하여 모두 한 가닥에 그 근원(根源)을 두고 있다.
그 중 중조(中祖)가 분명하게 밝혀지고 후손이 현존하는 본관(本貫)은 70여 본으로 추정하나 선원계도(璿源系圖)로는 64본이다.

고령박씨(高靈朴氏)의 연원(淵源)
고령박씨는 유일조의 29세손인 신라 제54대 경명왕(景明王)의 9 대군(大君)중 둘째인 고양대군(高陽大君) 언성(彦成)을 시조로 하고 있다.
시조 고양대군은 고양에 대군으로 책봉(冊封)되니, 대가야권(大加耶圈)을 식읍(食邑)으로 한 고령과 묘산 합천일원을 포함한 만대산과 가야산 동편 일원이며, 고양(高陽) 영천(靈川)박씨로 불리어지던 지명에 따라 오늘의 고령박씨로 칭하여진다.
시조의 6세손인 섬(暹)의 사인공파(舍人公派), 환(還)의 부창정공파(副倉正公派), 연(連)의 주부공파(主簿公派) 등 3개파를 중조로 하고 있고, 15개 지파(支派)로 분류되었다.
고령박씨가 대가야권에 속하는 가장 오래된 연관은 부창정공의 손자 세영(世英, 고려중엽, 관은 금오위산원동정)의 묘가 걸산(합천묘산)에 있고, 6세손 소윤공 경(景, 고려말, 관은 사재감소윤)의 묘가 우곡면 도진마을 건너 돈대뭍골(속리)에 있다.
맏집인 사인공의 6세손 청하현감 박지(朴持, 세종조)의 묘가 쌍림면 만대산록(萬代山麓)에 있고, 그 현손(玄孫)들 까지는 대가야권에 생활하였으나 이후 출사(出仕)등으로 이거(移居)하여 일부 후손들이 고령권으로 사관귀장(士官歸葬) 하였다.
셋째집인 주부공파도 출사등으로 이거하니 경남 울산에서 집성촌을 이루며 후손들이 세거하고 있다.
그러나 둘째집인 부창정의 8세손 소윤공은 파조를 이루며 우곡면 도진에 정착 이래 고령권을 벗어나지 않고 조선 초에서부터 이미 고령의 향반(鄕班)으로서 위치를 확고히 하며 집성촌을 이루어 가고 있다.
그래서 고령박씨의 족보(族譜)를 만들기 전, 각 지역에 산재된 후손들이 더러는 도진박씨(桃津朴氏)로 칭하기도 하였다.

지파(支派)의 분류 및 고령박씨를 빛낸 인물
1707년 처음으로 고령박씨의 족보를 도진의 문연서원(文淵書院)에서 편찬하면서 맏집인 사인공파에 7개 지파, 둘째집인 부창정공파에 7개 지파, 끝집인 주부공파에 1개 지파로 분류되어 오늘에 까지 그 후손을 이어가고 있다.
오늘날 고령박씨의 후손은 약 50,000명 정도로 추산하나 고려조에서는 고령박씨 뿐만 아니라 모든 박씨에 있어 현관현직(顯官顯職)이 드물다.
이는 신라의 왕손(王孫)으로서 신라를 배반하고 할거하는 토호 성씨에게 차마 가담할 수 없어 호족으로서만 세거하며 향직(鄕職)으로 지냈음이 뚜렷하다.
그 후 고려 중엽 중조 부창정의 손자 세영이 여주이씨(고령이씨) 문순공(文順公) 백운 이규보(白雲 李奎報, 수태보문하시랑평장사)의 3녀와 통혼(通婚)하면서 고령지역의 사족(士族)으로 넓혀가기 시작하였다.
고려가 망하고 새로운 질서와 귀민주의(貴民主義)의 유학사상(儒學思想)이 기초를 이루어 가면서 많은 후손들이 출사(出仕)의 길로 중앙관직에 참여하였다.
조선조에 들어와서 문과급제 56인, 무과 9인, 상신 1인, 청백리 4인, 사마시 147인 등 많은 명현(名賢)과 유석(儒碩)이 배출되었으니, 제1의 토호(土豪)세력으로 고령을 본관으로 한 재지사족(在地士族)으로 성장하였다.
고령박씨 중 누구나 인지(認知)할 수 있는 대표인물로는 조선조의 으뜸가는 시인 박은과 어사 박문수, 조국근대사의 거인 대통령 박정희이다.

시인 박은(朴誾, 1479-1503년)
호는 읍취헌이며, 읍취헌공파(읍翠軒公派)의 파조(派祖)이다.
중조 사인공의 8대손이며 청하공 지(持)의 손자인 한성부판관(漢城府判官) 담손(聃孫)의 아들로 15세에 이미 문장에 능하니 대제학(大提學) 신용개(松溪 申用漑, 고령인)의 사위가 되었다.
1496년 문과에 급제하여 경연관(經筵官)에 재직 중 유자광(柳子光)의 죄상을 왕에게 극언하였다가 그들의 모함으로 갑자사화(甲子士禍)에 억울하게 파직되어 죽임을 당하니 25세이다.
특히 공은 짧은 생애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시(漢詩)를 저작(著作)하여 우리나라 한문학사에 정채(精彩)를 남기니, 시인 북헌 김춘택(北軒 金春澤, 광산인)은 동방의 시는 읍취헌이 제일이며, 소동파(蘇東派,북송의 문관)를 능가하는 시인이라고 극찬하였다.

영성군(靈城君) 어사 박문수(朴文秀, 1691-1756년)
호는 기은(耆隱)이며 진사공파로, 중조 사인공의 16대손이며 청하공 지(持)의 11대손이다.
박항한(朴恒漢)의 둘째아들로 경기도 평택에서 태어났으나 8세에 부친을 여의고 어머니 밑에서 성장하다 고모부 집에 의지하며 내종숙 소론의 거두 운곡 이광좌(雲谷 李光左, 경주인)에 지도를 받았다.
어사의 일화로 경종조에 증광문과(增廣文科)를 응시하기 위하여 상경하던 중 과천(果川)에서 하룻밤 이야기는 너무도 잘 알려져 있다.
과거 길의 비몽사몽(非夢似夢)에서 노인과의 대화 중 외웠던 “낙조(落照)”의 시로 장원급제(壯元及第) 한 일화다.  
후에 암행어사(暗行御史)가 되어 탐관오리를 징계하며 굽힐 줄 모르는 소신과 과단성(果斷性)으로 암행어사하면 “박문수”라는 대명사가 되었다.
영성군이 남기신 고령의 흔적으로는 영조조에 경상도 관찰사(觀察使) 재임 중 쌍림면 평지리를 찾았고, 만대산록에 있는 11대조 청하공의 묘소에 참배하였다.
이때 여기가 선대(先代)의 고향이라며 “高靈萬代山朴氏祖地”(고령만대산박씨조지)의 표석(標石)을 세우니 오늘까지 전해지고 있고, 그 아래 선산을 지키고 문중의 취회소(聚會所)로 사용하기 위하여 건립한 만남재(萬南齋, 1670년 건립 1974년 중수)를 두고 있다.
 
대통령(大統領) 박정희(朴正熙)
박대통령은 직강공파(直講公派)로, 중조 사인공의 29대손이며, 청하공 지(持)의 23대손이고, 청하공의 손자 직강공 숙동(叔童)의 20대손이다.
 새벽종을 울리며 나타난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뚜렷한 족적을 남기신 거인(巨人)이라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박근혜 현 대통령의 부친(父親)이다.

집성촌(集姓村) 도진(桃津)마을
도진은 중조 부창정 환(還)의 8세손인 사재감소윤(司宰監少尹) 박경(朴景)이 1350년 전후 개척하였다.
개척 시 무릉도원(武陵桃源)에 유사한 아름다움에 도원으로 불리어지다 나루터가 생기면서 도진으로 칭하여졌다.
입향조의 직계손이 일찍이 출사의 길로 나아가니 조선조 세종 때부터 고령의 재지사족으로 향촌사회를 영도(領導)하였다.
또 증손 박형(朴炯)은 세조 때 좌익원종1등공신(左翼原從一等功臣)이 되고 북정(北征)의 공훈으로 녹훈(錄勳)되어 함길도절제사(咸吉道節制使), 정헌대부경상좌도수군절제사(正憲大夫 慶尙左道水軍節制使) 지훈련원사(知訓練院事) 역임하다 사관귀향 하였다.
아들 계조(繼祖)도 세조(世祖)로부터 출생 전에 사명(賜名)을 받으니, 하세 때인 1526년 관(官)에서 내려진 용두구반(龍頭龜盤) 비(碑)가 아직도 전해지고 있어, 2012년 8월 고령군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이 되었다.

이후 자손들은 남명 조식(南冥 曺植)선생의 상의사상(尙義思想)을 계승하며 직방(直方, 조식-정인홍계)의 문하(門下)에서 정완(廷琬), 정번(廷번), 원갑(元甲), 광선(光先), 효선(孝先) 이 왜적(倭敵)의 침입 때 가동(家동)을 이끌고 창의(倡義)하였다.
하지만 정유재란 때는 왜군의 진입으로 마을이 잿더미가 되니 150여칸의 거택(居宅)이 사라져 버려 오늘날 도진은 정유란 전의 건축물과 유적이 전무하다.
그 후 광해조(光海祖)와 인조반정(仁祖反正)의 회오리 속 출사의 길에서 후손들은 향후 150여 년간 영욕(榮辱)과 인고(忍苦)의 세월을 보내게 되었다.
기미년(己未年) 집성촌 도진의 후손들은 독립만세운동을 문중 주도로 봉기(蜂起)하니, 22명이 6개월에서 1년6개월의 실형을 복역하여 만세(萬歲)마을로 나라의 위기 때 마다 충(忠)을 다하니 건국훈장(建國勳章)애족장(愛族章), 대통령 포장(褒章) 등으로 모두 추서(追敍)되었다.

도진 충효(忠孝)마을
1996년 경상북도에서는 충효로 이어진 100호 이상의 집성촌 전 마을을 조사하였다.
조선 초에서부터 나라의 외침(外侵)에 참여한 충(忠)의 공이 있고, 공인된 효(孝)로 가문의 이어짐이 있는 집성촌을 충효마을로 선정하기 위해서였다.   
도진은 누대(累代)를 이어오며 왜침 때인 여진토벌, 삼포왜란, 임진왜란, 정유재란, 독립만세, 광복운동, 6.25동란 등에서 나라에 충을 다한 직계후손들의 이어짐이 있어, 전문교수단의 평가에 의하여 1997년 7월 도내 유일의 “충효마을”로 지정이 되었다.
현재 유물전시관과 모현정(慕賢亭), 죽연정(竹淵亭), 낙락당(樂樂堂), 남고정(南皐亭)이 있고 문연서원유허비(文淵書院遺墟碑)와 화직간(華職竿), 세거비(世居碑)를 세워두고 있으며, 족종으로는 쌍림면 하거리, 개진면 직리, 우곡면 연리 등에 소윤공파의 일족을 이루고 있다.

註 : 고령박씨 집성촌 위주의 기획취재라, 지파별 상세하게 기술하지 못한 점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