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의 큰 명절인 추석(한가위)이 몇일 전에 지나갔다. 설(구정)은 새해를 맞이하는 뜻 깊은 의미를 함유함으로 새로운 계획을 출발하는 명절이라면 추석은 중간점검이라 할수 있으며 무엇보다 풍요로움으로 한결 더 마음의 즐거움을 주는 것 같다.
농업기술의 발전으로 제철곡식의 의미가 퇴색해졌다고 하지만 가을이 대표적인 추수철이라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렇게 풍부한 양식을 갈무리 하는 계절을 품고 있는 중추절은 밤과 낮의 길이가 같다하는 추분과 비슷한 시점이라서 모든 좋은 조건은 골고루 갖춘 명절인 것 같다.
바닷물에 수영을 하면서도 정작 마실 물은 아닌 것처럼, 멋지고 좋은 것을 소유하고 부족한 것 없이 지내는 듯하지만 고향을 찾고 친지를 뵈오며 소위 밀린 인사라도 하는 풍습은 아주 아름다우면서도 실용적인 것이다. 일상생활에 충실하다보면 혈연이나 학연 지연에 의한 지인들보다 생활방편에 밀접한 지인을 더욱 많이 접하면서, 많은 시간동안 가치창출을 위한 합동노력을 하다가 명절이란 약속된 절기에 밀린 인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는 뜻이다.
물론 지인들에게 허용하는 한 자주 인사하는 것이 좋다. 구태여 붙임 설명을 안 하여도 말이다.
筆者는 이번 중추절을 보내면서 깨달은 점이 있었다. 귀성길. 귀경길 모두 정체현상은 말할 가치조차 없을 만큼 공인되는 것이지만, 이번 연휴 닷새 동안의 교통 흐름은 조금 다른 것 같았다. 예전에는 명절 연휴의 초반은 지방으로 가는 편이 혼잡하다가 후반부는 반대의 흐름을 보이는 모양이었다면, 이번은 연휴기간이 긴 탓인지 그 혼잡도가 모두 비슷하였다고 생각한다. 백두대간을 연상하게 하는 종축의 흐름도 있었지만 동해안이나 해외로 휴양을 떠나는 행렬도 간과할 수 없이 눈에 자주 보였기에 마음이 쏠렸다.
筆者의 고향도 노인 비율이 높음은 어느 마을과 다름이 없으련만, 공용 주차장으로 꾸며 놓은 마을 귀퉁이 공터를 채우지 못하는 귀성 차량을 보면서 내심 허전함을 지울 수 없었다. 고향 떠난 많은 이들이 자기 조상님들의 벌초도 전화로 주문하여 편리했을지는 모른다. 고향에 남아있는 어르신들이 정인지 돈인지의 힘 때문에 마을 뒷산 팔부능선을 종횡무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그렇게 가볍지는 않았었는데, 많이 비어 있는 주차장을 보면서 문득 소위 잘 나가는 어떤 이의 어머니 장례식 날  주차장이 모자라 인근의 도로를 가득 메우던 일이 생각나서 입안이 씁쓸했다.
물론 댐건설로 인하여 고향의 정(情)뭉치를 강제로 흐트려 놓은 탓도 있겠지만. 안타까운 마음을 저녁놀위에다 적어 놓으면 어느 곳에서라도 보고 다음 명절에는 찾아 올려나 하는 유치한 생각을 해 본다.
병연 시인은 할아비 욕한 죄로 일생을 하늘빛 가리고 살았다지만 진정으로 못난 筆者는 어머님이 주무실 묵은방에 군불을 지피면서 ‘언제 다시 상경하실까?’를 생각했으니 아 참으로 한심한 자(者)로다. 한 가닥 변명이라도 하라면 추운 겨울을 난방 잘된 아파트에서 지내시는 것이 좋을 듯해서라고 말하겠지만 정말 이 순간은 군인으로 떠나 있는 막내아들이 옆에 없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 생각을 들켜버린다면 얼마나 난처할까?
예쁜 밤톨들을 고이 보듬고 있다가 때가 되어 바깥세상으로 내보내고, 어머니 말라버린 가슴처럼 가시만 남은 허울들을 태우면서 나의 모자라는 허상을 같이 사르고 싶다.
추석날 아침에, 의전행사 식순처럼 도맡아 하시던 아버님 추도식의 기도조차 사양하신 어머님의 속내를 도무지 알 길이 없다. 평소에도 속내를 잘 표현 않으시는 분이니 답답하고 걱정이 앞선다. 대입 때문에 불참한 막내손자 녀석 때문일까? 군대 있는 손자 때문일까? 며느리 입원한 일 때문일까? 또 친정 동생분의 건강걱정 때문일까? 어머님이 걱정하실까봐 밭고랑이랑 아버님 유택을 정리한다고 그렇게 부산했었건만 무엇이 부족했을까? 
아들 딸네나 손자들 실수 따위로 크게 화내는 분이 아니시니 어머님 마음의 어려움이 계실듯하였다.  어린 손녀의 재롱으로 분위기를 바꿔보려 하였지만 여대생의 멋진 춤사위와 노래도 어머님 속바지 복주머니의 용돈만 나오게 하고 얼굴의 그늘 흔적은 지우지를 못하였다. ‘정말 마지막 방법이다’라는 심정으로 아들 오형제가 유치원생이 되어 한 줄로 서서 어머님 은혜를 노래하였다.
“아범아 이제 됐다. 그만해라”
모두가 그야 말로 쥐 죽은 듯이 숨소리조차 고르고 있는데
“막내 아가야. 마을 맨 위 혼자 있는 노인네 아무도 찾아온 사람이 없는가 보더라”
아아 부끄럽다. 밤껍질처럼 다 내주고도 당신의 아들손자 재롱조차 독거노인과 나누고 싶은 곱디고운 어머님의 마음을 나는 알지 못했다.           
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