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나는,
해가 달이 되는 줄 알았다

나뭇잎의 살랑거리는 몸짓 하나가
길이 되고 산이 되고 강물이 되듯
노을의 몸짓으로 해가 달이 되는 줄 알았는데

어둠을 데리고 주산에 오면
달 속에 햇살이 가득하다
해를 품은 달빛이 타박타박 나를 따라온다

달빛은 해를 품고
나는, 당신을 가슴에 품은 채 주산을 걸어가면
자욱마다 돋아나는 베고니아 꽃잎같은 그리움 몇 개

내안에 내재되어 있는
삼욕을 구슬땀으로 씻어 내고
내안에 잠재된 자비의 모태로 체득되는 날

망초꽃 하얗게 일렁이는 바람에도
마음자리 흔들리지 않는 삶의 흐름 따라
밤이슬 곱게 젖어드는 아 ! 해탈이여

달빛이 드리운 날
지천에 모두가 해를 품고 싶어 한다
바람의 신 달빛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