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면 고탄리 야천도예(倻川陶藝) 문한조(文漢祚, 56) 도공을 찾았다. 읍에서 출발해 성산면사무소를 지나 고탄리 방향으로 좌회전하여 잘 포장된 아스팔트길을 따라 가다보니 운수(雲水)로 넘어가는 고개 정상 왼쪽에 야천도예 입간판과 장작가마가 눈에 들어왔다. 반갑게 맞는 문한조 선생을 따라 2층 전시장으로 안내되어 한 바퀴 둘러보았는데, 작품이 여느 도요(陶窯)와는 다르게 진열된 작품 대부분이 막사발 다기(茶器)류가 눈에 많이 띄었다.
“작가전 대상(大賞) 받으신 것 축하드린다”는 인사를 시작으로 문한조 도예가의 30년 도예 외길 인생 얘기를 들어본다.        
대담/ 최종동 논설위원

▶연이은 수상을 축하드리며, 받으신 상은 어떤 상입니까?
지난 7월 17일 (사)한국국토해양환경보존협회가 주최하고 대한민국국회,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 서울시, MBC문화방송이 공동으로 후원하는 ‘2013 제3회 국토해양환경문화예술축제 국토해양환경미술대상전’에서 도예부문 환경부장관상인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출품작은 ‘진사매병’인데, 이 작품의 특징을 꼽으라면 진사유약은 녹색과 붉은색 등 여러 가지 색채로 표현해 조화를 이룬 독특한 기법이 심사에 높은 점수를 받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3일 후인 7월 20일 원음방송사가 주최한 세계평화를 위한 제9회 대한민국평화예술제에서 공예부문 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고향은 어디며 언제 도예 입문했습니까?
저의 고향은 경남 합천 가야입니다. 열세 살 어린나이에 춥고 배고프던 시절 가족의 의식주 해결이 절박했기에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더 이상의 학업을 포기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때 첫 직장인 고려도자기에서 터득한 경험이 평생 도예가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고향에 있는 공장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1992년 고령낫질에 요장(窯場)을 만들었습니다. ‘한얼도자기’ 간판을 걸고 직접 경영일선에서 뛰었습니다. 온갖 시련을 겪으면서도 많은 성과를 이루었지만, 뜻하지 않게 불어 닥친 IMF로 인한 파산으로 업계에서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군 복무기간을 합해 10여년을 도공의 길을 중단한 셈입니다. 파산 후 당시 절망적인 생각으로 죽음까지 생각했지만, 가족의 다독임에 용기를 얻어 다시 시작했습니다.
고령에 요장(窯場)을 만든 이유는 젊은 날에 고령과 남다른 인연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령토’라는 세계적으로 순도가 높은 고령토가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이 조선의 도공(陶工)을 잡아가고 조선의 도자기를 국보로 삼고 수많은 문화재를 약탈해 간 것 또한 그 우수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 무렵 품질 좋기로 소문난 고령토를 일본으로 많이 빼앗기고 지금은 엄청난 대금을 지불하면서 역수입해야하는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작품을 만들 때 필요한 5대 요소인 물, 불, 바람, 공기, 흙 등의 입지 조건이 가장 적합한 곳이 고령이라고 봅니다. 작품을 만드는 가마로는 가스가마, 전기가마, 장작가마가 있는데, 지금까지 사용하던 전기가스를 버리고 장작가마를 사용하며 전통도예가로 태어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후 요장을 운수로 옮겼다가 3년 전에 상호를 저의 호를 따서 야천도예(倻川陶藝)로 바꾸고 현재의 장소로 이전했습니다. 장소마다 장단점이 있지만, 현재의 장소는 인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서 좋은 점이 있지만 불편한 것도 있습니다. 전기는 들어오지만 전화, 인터넷, TV 등 문명의 혜택을 전혀 볼 수 없는 점이 불편합니다.
산간오지도 아니고 바로 옆으로 전선 등이 지나가지만 KT 말에 의하면 별도로 전주 세우는 거액의 비용을 부담하라니 어이가 없습니다. 불과 몇 십 미터를 연결해줄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편의 주의적 발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코앞에 도시가 내려다보이지만 심심산골에 버려진 느낌이라고 한다면 이해가 되실지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자치단체를 비롯해 누구도 신경써주는 곳이 없다는 것이 솔직히 속이 무척 상합니다. 

▶자치단체에 바라는 게 있습니까?
입지조건 때문에 고령에 도예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더러는 행정관서의 적극적인 지원이나 혜택을 받는 사람도 있지만, 저 같은 경우는 전혀 관심 밖이라 솔직히 때로는 서운한 생각이 들 때도 많습니다.
피나는 노력 덕분에 ‘한국명인’에도 선정됐고, 이번과 같은 전국 대상전에서 ‘대상’을 받을 만큼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이럴 때 자치단체를 비롯한 누군가 조금만 관심 가져 준다면 더 우수한 제품 생산으로 고령의 도예문화를 빛낼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만은 잃지 않으려고 생각합니다.
김해, 경주, 문경, 강진 등은 자치단체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도자기 축제로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반면, 대가야의 종주국인 고령은 관심이 적은 편입니다. 내년에 열 번째 치르게 될 대가야체험축제에 도예인 들에게 부스라도 배정해서 관광객들에게 고령도예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몇 년 전 대가야문화를 알리는 차원에서 ‘도자기촌 건립’을 요청한일이 있었는데, 도예인들이 힘을 합쳐 자비로 하라며 미온적인 답변을 들은 바 있습니다. 임진왜란을 계기로 조선의 도자기 문화는 일본 메이지유신을 일으키는데 일조했다는 것이 역사적인 사실입니다. 그 중심에 고령이 있었다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지만, 우리는 이를 활용하는데 인색했습니다. 옷깃만 스친 인연이라도 지차체끼리 서로 자기네와 관련 있다며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개발해 이벤트화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지역살리기 축제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축제는 지역의 문화현상인 동시에 핵심 고부가가치산업입니다. 대가야체험축제가 전국우수축제로 승격된 이 때 경제적 효과 극대화를 위해 고령 도예의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막사발로 불리는 다기(茶器) 생산에 주력하는 이유는?
우리는 다기를 막사발이라고 부르며 생활도자기로서 약간의 천시풍조가 있는 것도 사실인데, 그것이 일본인들의 생각과 차이점을 보이는 부분입니다.
저는 1995년 일본 고마츠후쿠다갤러리 전시를 비롯해 2008년 오사카 현대갤러리 전시, 2009년 교토 이소갤러리 전시, 2011년 일본 국제교류센터 전시 등 여러차례 일본에서 전시회를 가졌습니다. 그들은 막사발을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 하면서 찬사를 받은바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대구 KBS방송국 전시를 비롯해, 부산 차생원 초청 전시, 대구 동촌 인터불고호텔 전시, 한양공예대전 (다기)특선 (다완)입선전, 통일미술대전(특선, 입선), 한양미술대전(특선, 입선), 서울 인사동 라메르갤러리 전시회 등 많은 전시를 했지만, 그 과정에 작가의 학력 때문에 전시회를 거절당한 아픈 기억이 오래도록 잊히지를 않습니다. 작품으로 평가하는 일본처럼 우리도 작가들의 기를 살려주는 아량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문한조 도예가는 중도에 잠시 도예를 접었던 때를 제외하고도 30년이 넘는 세월을 오로지 도예 한 분야에서 한 우물을 파며 외길인생을 살아왔다. 각종 작가전에서 큰 상도 수상했었고 또 한국명인에도 선정 되었지만, 한 가지 더 큰 희망은 ‘국가명장’ 도전이 바람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전시회를 가졌지만, 그 가운데 몇 차례의 일본 전시를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당시 일본인들로부터 작품성을 인정받은 것이 가장 보람된 일이지만, 워낙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수익 면에서는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것이다.
지금의 요장(窯場)에는 입소문으로 도자기 애호가들과 특히 차인 (茶人)들이 많이 찾아온다는 귀띔이다. 지역민들보다는 오히려 외지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한다.
인터뷰 말미에, 가족의 생계 때문에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인 학력으로 인해 전시회를 거절당한 것이 지금까지 한으로 남아 그 충격으로 현재 한남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며 한남고등학교 입학을 목전에 두고 있다.
늦깎이로 공부를 시작했지만, 내친김에 대학까지 가려고 공부에 대한 집념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