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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를 잃어버린 아쉬운 사색(思索)
경북도지사 박재홍 비서실장  |  boo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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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7.18  11: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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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을 고향으로 둔 많은 사람들이 동병상련(同病相憐)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다름 아닌 시골 학교의 잇따른 폐교로 모교를 잃고 가슴 아파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비붐 이전 세대인 필자가 국민학교(현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인 60년대 중반 만 해도 경북도내에는 초등학교가 870개나 있었다. 당시엔 면 지역에 초등학교가 서너개인 지역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480개로 크게 줄었다. 초등학교가 없는 면 지역이 수두룩하다. 이는 집집마다 가난을 대물림하기 싫어 자식들을 도시로 유학 보내거나 공장에 취직시키는 등 심각한 이농현상 때문으로 여겨진다.
그동안 사라진 390개의 초등학교를 졸업한 수많은 ‘촌놈’들이 모교를 잃고 애석해 하고 있다.
필자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어느새 반세기가 다 됐지만, 모교인 고령군 쌍림면 백산리 백산초등학교에 대한 기억은 새록새록하다.
책보자기를 둘러맨 코흘리개들이 학교 뒤 구멍가게에서 눈깔사탕을 사서 입에 넣고 조잘대며 즐겁게 뛰어 놀던 일이 마치 어제만 같다.
모교는 1947년 7월 1일 쌍림국민학교 백산분교로 개교해 1950년 3월 30일 백산국민학교로 승격됐다. 하지만 학생수 감소로 개교 66년 만인 올해 3월 끝내 문을 닫고 말았다. 당시의 섭섭함은 이루 말로 형언할 수 없다.
이 학교 15회 졸업생인 필자의 동기들은 개교 이래 처음으로 서울 수학여행 길에 오르면서 대구역에서 난생처음 기차를 탔을 때의 기쁨과 경기도 안양 금성방직공장에서 흑백TV를 보고 느꼈던 신기함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4학년때 개구장이 친구에 대한 생생한 기억도 있다.
어느 날 학교에 나타나지 않은 한 친구 녀석이 등굣길에 석사다리 밑 깊은 물에 빠졌다고 알려져 선생님과 친구들이 혼비백산으로 달려가 장대로 하천 바닥을 샅샅이 뒤지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결국 허탕을 치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 중 헛소문이 확인되면서 해프닝으로 끝이 났다.
지금도 친구들 사이에 당시 무슨 연유에서 그런 소문이 퍼졌는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뿐만 아니다. 손꼽아 기다리던 동촌 냇가 소풍날 때마다 비가 와 애태운 일, 모범생인 한 친구는 소풍 때 평소 모아뒀던 용돈으로 아이스케기를 사서 동생에게 주려고 양은 냄비 도시락에 넣어 집에 돌아가 열어 보니 나무 꼬챙이만 달랑 남아 있어 친구들의 놀림거리가 되었던 일들.
모교와 친구들에 얽힌 무수한 기억들은 세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의 소중함이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힘의 원천이 됐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의 자양분이다.
이렇듯 모교는 우리 자신과 사회를 건강하게 해 주는 배움과 지혜의 터전이 되고 있다. 그래서 요즘 들어 고향에서 사라져 가는 모교들을 우리 손으로 되살려 후손들에게 물려 줘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필자의 경우 고향과 모교에서 받은 것이 많은 세대인 만큼 무거운 책임감마저 느끼고 있다.
현재 고령군 관내에는 9개의 초등학교가 있지만 고령.다산 등 2개 초등학교를 제외한 나머지 학교는 전교생이 불과 60명 정도인 소규모다.
특히 덕곡.운수.박곡.개진 등 4개 초등학교는 전교생이 20명 남짓해 폐교 위기에 몰렸다.
위기가 곧 기회라고 했다. 고령 초등교육의 살길을 새로운 관점에서 찾아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시급하다.
전국에는 폐교의 위기에 몰렸다가 제2의 도약을 준비해 가는 학교들이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전남의 외딴 곳인 해남 옥천초등학교의 사례를 보자. 이 학교는 올해 신입생이 32명으로 지난해 8명보다 무려 4배나 늘었다.
비결은 학교 전체를 e-learning 시스템을 가미한 자연친화적 환경으로 개선해 학생들의 학습과 건강관리에 중점을 둔 것이었다. 특히 학생별 특기 적성 프로그램으로 영어, 중국어, 한자, 정보교육, 악기, 운동 등을 지도하고 있다.
야간 보충학습 및 방학 중 학력증진 프로그램에는 학부모들을 동참시키고 있다.
또한 역사.문화.예술 체험학습을 강화하여 주말 및 계절별 특색체험을 하고 있으며, 외국어와 정보 활용 능력에는 급수인증제를 실시하여 성과를 올리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호응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우리 고령도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전국에 우수 성공사례로 소개되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마음이다.
모교를 잃은 아픔이 있기에 이러한 희망은 더욱 간절하다. 고령 교육을 살리기 위해 교육 주체(학생, 부모, 교사)는 물론 교육.행정 당국과 지역 사회, 출향인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 실천해 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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