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고령 직행버스를 타고 남대구IC를 지나 구마고속도로 오른쪽으로 보면 서대구 공단이 즐비해 있다. 
차창 밖으로 여러 회사 간판이 붙어 있지만, 내 눈에 쏙들어오는 이름이 하나있다. ‘잘만정공’ 이다. 순수한 한글과 한문이 어울려 지어진 이름일 게다. 
“아∼이 회사 이름 참 잘 지었구나!”라고, 혼자 생각에 미소를 짓는다. 
‘잘만정공’이란 간판만 보아도 이 회사는 정밀한 기술로 제품을 잘 만드는 공장이 아닐까, 단박에 알 수 있다. 그 바로 옆에도 평화정공, **정공 등 수없이 많은 간판이 붙어있지만, 내 눈에는 ‘잘만정공’이 제일 잘 지었다고 생각이 든다. 
이 외에도 거의 절반 이상은 영문으로 표시돼 있어 무엇을 만드는 공장인지 알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아무리 글로벌 시대라고 하지만, 영어로 쓴 간판이 붙어 있으니 잘 알아 볼 수도 없고, 머리에 입력이 잘되지 않는다.  
오래 전 트로트 가수로 이름이 나있는 ‘금잔디’란 가수가 있다. 본명은 ‘박수연’으로 강원도 홍천이 고향이다. 노래는 잘 부르지만 평범한 이름 때문에 유명세를 타지 못했다. 그래서 ‘금잔디’로 이름을 바꾸고부터 ‘일편단심’이란 노래를 불러 대박을 터뜨렸다고 하지 않던가. 
‘누가 함부로 이름을 짓는가?’란 작명가 간판이 있다. 일반적으로 작명, 신수, 철학관 등의 한자식 간판을 달지만 이 작명가는 순 우리말로 이 간판을 달아 대박을 터뜨렸다고 하니, 이름 하나만 잘 지어도 먹고 살기에는 지장이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옛날 한자식 이름으로는 제일 잘 지은 이름이 ‘백운학(白雲鶴), 어득수(魚得水)’라고 했다. 구름 위에 흰 학이 난다는 ‘백운학’, 고기가 물을 만난다는 ‘어득수’란 이름은 당시에는 최고라고 하지만, 오늘날 이름으로는 한물 간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은 순수한 우리말로 지어도 좋은 이름이 얼마나 많은데 구태의연하게 한자식으로 이름을 짓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 문화로 보인다. 
예를 들면, 이슬비, 조아라, 금잔디, 태평양, 백장미, 우주인 등 얼마나 좋은 이름이 많이 있지 않는가. 
요즘 음식점 이름도 옛날식으로 **반점이나, **식당보다, **맛집이나 디딜방아, 밥향기, 참살이, 면麵사무소(분식집), 야간초등학교(술집이름), 나들이김밥 등 순수한 우리말로 이름을 지으면 더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 옛날 아이들이 병치레 하지 않고 잘 자라도록 개똥이, 실경이, 또개비, 마초, 등 천한이름을 짓는가 하면, 딸 많은 집안에 아들을 얻기 위해 말자, 끝순이, 후불이, 말순이, 등의 이름도 유행했던 시절이 있었다. 
또 태어난 곳의 이름을 따서 차순이, 정랑이 수영이 등의 이름도 있었고, 제일 웃기는 이름은 우리고향 이웃동네에 본처가 아들을 못 낳자 후처를 보았는데 남편 옆에서 후처와 같이 잠자리를 못하도록 가운데에서 훼방을 놓아 어느 날 논에서 같이 일을 하다가 한 낮에 본처가 점심을 가지러 집에 간 사이, 후처와 논둑 밑에서 관계를 가져 아들이 태어나 ‘최논뚝‘이라고 이름을 지어 동네에서 놀림바탕이 되기도 했다. 

현재 고령이 낳은 수필의 대가이신 K선생님은 글의 제목만 잘 지어도 절반은 성공한 작품이라고 수필제목 짓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을 감명 깊게 들은 적이 있다.  
나 또한 지금이라도 유명한 수필가로 이름을 떨치려면 ‘김 수필’이란 이름으로 개명해 보면 어떨까?